“엄마 손 꼭 잡고 쇼핑 가고 싶어요.”11살 김자선(金自善ㆍ경기 고양시 행신1동ㆍ신릉초4)군의 소박한 어린이날 꿈이다. 아직 응석을 부릴 나이지만 몸을 가누지 못하는 엄마에게 밥을 떠먹이고 형 한철(韓哲ㆍ15)이와 함께 딱딱하게 굳은 엄마를 부축하는 자선이에게 어린이날 나들이는 사치일 뿐이다.
자선이 가족에게 불행의 그림자가 엄습한 것은 1996년 8월. 주문진으로 여름휴가를 다녀 오던 길에 차가 전복되는 사고를 당했다.
사고로 아빠는 5일만에 사망했고 엄마 이향미(李香美ㆍ40)씨는 목만 간신히 움직이는 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자선이도 2번에 걸친 대수술을 받았지만 지금껏 코피를 자주 흘리고 식욕을 찾지 못하는 등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아빠가 남을 돕고 살라고 자선이라고 지어주셨대요. 친구들이 일기에 아빠 얘기를 쓰면 집에 와서 아빠 사진 한번 봐요.”
기억은 희미하지만 자선이는 늘 아빠가 그립다. 자선이는 아빠 뜻대로 커서 과학자가 돼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생각이다.
자선이는 “엄마랑 있는 게 너무 좋은데 친구들이 엄마더러 식물인간이라고 놀려서 눈물이 난다”고 고개를 숙였다. 형 한철이는 얼마 전 놀리는 아이들과 싸우다 코뼈가 부러져 수술까지 받아야 했다.
“40여만원의 정부 보조로 살아가는 어려운 살림에 놀림까지 당해 가슴이 아프다”는 엄마는 아이들 앞에서는 절대 눈물을 보이지 않는다.
대신 손을 모을 순 없지만 고개 숙여 두 아이를 위해 기도한다. ‘날아라 한철아 푸른 하늘을. 달려라 자선아 푸른 벌판을. 부디 5월처럼 푸르게 자라다오.’
자선이는 어린이날도 잊고 요즘 엄마를 위해 색종이로 카네이션 접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엄마와 외출한 적이 없어 “어떤 모양의 카네이션을 좋아하는 지 모른다”는 자선이의 쓸쓸하지만 아름다운 어린이날이 그렇게 찾아오고 있다.
녹색교통운동은 어린이날을 맞아 1~5일 자선이네처럼 빈곤과 정서적 고통을 겪고 있는 20여만명의 교통사고 유자녀 돕기 국민 모금을 벌이고 있다. (ARS 700-1212)
고찬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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