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예정됐던 서울 서초구 원지동 청계산 서울추모공원 기공식이 기약 없이 연기됐다.주민들의 격렬한 반대 때문이다. 시민들은 혼란스럽다.
시가 주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추모공원 건립을 강행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시의 방침에 반대하며 무조건 공사를 저지하는 주민들이 옳은 것인지.
▼양측의 입장
서울시의 입장은 국가적 차원에서 추모공원의 건립이 시급한 상황이고 부지 선정도 객관적인 절차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어서 추진 기한 내에 기필코 완성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시의 정당한 시책이 지역 님비현상에 의해 좌절당하는 선례는 남기지 않겠다는 각오이다.
고 건(高 建) 서울시장은 이와 관련 “월드컵 D-30일 행사를 앞두고 주민과 시가 마찰을 빚는 것이 바람직 하지 않다고 판단해 기공식을 연기했으나 임기(다음달 30일) 내 착공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도 “월드컵 개최일인 31일 이전에 기공식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주민들은 주로 철차 상의 문제점을 표면에 내세워 공원 건립을 저지하고 있다.
건교부가 추모공원 건립 추진과정에서 공원의 위치, 규모, 교통 문제 등에 관해 시와 주민이 협의할 것을 지시했으나 이 과정이 생략된 채 일방적으로 사업이 추진됐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협의 결렬은 서울시의 고압적 태도 때문인데, 건교부가 서울시의 의견만 듣고 주민과 협의해야 해제하겠다던 당초 입장을 번복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민석(金民錫), 이명박(李明博) 차기 서울시장 후보들은 최근 토론회에서 이 문제와 관련, “원칙은 찬성하지만 절차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팽팽한 대립
이 같은 입장차는 추진과정에서 감정적 대립으로 까지 발전, 서울시와 화장장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육탄충돌 일보직전까지 와 있는 상황이다.
추모공원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 모임인 ‘청계산지키기 시민운동본부’는 최근 고 시장 임기 중 착공을 저지하기 위해 고속도 점거 등 과격시위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또 서초구와 주민181명은 건설교통부를 상대로 추모공원 부지에 대한 개발제한구역해제결정 취소 청구소송과 행정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최근 서울 행정법원에 제기한 상태이다.
서울시는 “서초구와 반대 주민들은 화장장 건립을 지연시키고 결국 백지화하려는 생각만 하고 있다”며 강한 불신을 나타내고 있다.
“화장장 건립을 반대하는 것도 지역 내에 혐오시설을 수용하지 않으려는 이기적인 생각, 바로 그 것”이라고 주장한다.
▼현사태에 대한 일반적 판단
불신이 골은 더욱 깊어져 양측이 정면 충돌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절차적 문제에 이의를 표시하는 것은 주민들의 당연한 권리”라고 인정하면서도 “현재 서울시의 화장처리 능력과 납골당 수용 능력을 고려할 때 사업이 더 이상 늦춰져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서울시가 이번에 화장장 건립을 성사시키지 못할 경우 국가적으로 더욱 큰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많다.
한 전문가는 “지역이 혐오시설을 갈등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투명하고 공정한 시스템의 마련이 절실한 과제”라며 “이번 사태는 앞으로의 혐오시설 건립 정책 추진에 있어 귀중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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