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의 수수께끼' / 박영곤·시정곤·정주리·최경봉 지음우리 말과 글은 어떻게 살아왔을까.
국어학자 4명이 함께 쓴 ‘우리말의 수수께끼’는 문자의 탄생부터 이두와 향찰, 훈민정음을 거쳐 현대판 상형문자 ‘이모티콘’까지 우리 말과 글의 역사를 되짚어본 책이다.
각 장마다 ‘이두는 정말 설총이 만들었을까’식으로 물음을 던진 뒤 해답을 풀어놓아 자칫 지루하게 느낄 수 있는 내용을 재미있게 전한다.
‘제왕운기’(1295년) 등에는 신라 때 한자의 훈ㆍ음을 빌려 우리 말을 적은 이두의 창안자가 설총이라고 기록돼있다.
그러나 그가 나기 전 여러 기록에서 이두 표기가 발견되는 것으로 미뤄 설총은 이두 표기법을 집대성한 이로 보는 게 옳다.
저자는 설총이 독자적인 우리 말 표기에 그토록 애착을 보인데 대해 “당시 인텔리 중에 그 같은 자주적 인식을 가진 사람이 몇 명만 더 있었어도 우리의 문자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라고 평한다.
훈민정음 창제에 얽힌 얘기들도 흥미롭다.
세종대왕의 언어학 지식은 어느 정도였으며, 당시 ‘ㄱ(기역)’은 어떤 이름으로 불렸을까 등 갖가지 궁금증을 풀어가다 보면 한글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러나 한글은 ‘어리석은 백성’이 쓰는 글로 천대받다가 1894년 고종이 ‘법률 칙령은 다 국문을 본으로 삼고 한문 번역을 붙이라’고 명하면서 비로소 ‘나랏글’로 격상된다.
맞춤법을 제정하려는 첫 시도였던 1932년 조선어 표기법 공청회도 상세히 소개한다.
어간과 어미를 엄격히 구분하는 형태주의 표기를 주장한 최현배의 ‘한글전용파’가 치열한 논쟁 끝에 ‘머그며(먹으며)’ ‘하겟다(하겠다)’식으로 소리나는 대로 적기를 주장한 박승빈의 ‘정음파’를 눌러 현재의 맞춤법 골간이 마련됐다.
이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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