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자는 운동이 한창이다. 그렇다면 우리 조상은 책을 얼마나 읽었을까. 책에서 무엇을 배웠으며, 그들의 책 읽기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한양대 국문학과 정 민(鄭 珉ㆍ42·사진) 교수가 출간한 ‘책 읽는 소리’(마음산책)를 읽으면 어느 정도는 그 답을 구할 수 있을 것 같다.
‘옛 글 속에 떠오르는 옛 사람 내면 풍경’이라는 부제의 이 책은 한마디로 고전 독서 에세이다.
정 교수는 “혼자 읽기 아깝고 지금 상황에 주는 교훈도 많아 한글로 풀어 책을 내게 됐다”고 말한다.
요즘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대표적 교훈을 그는 박지원(朴趾源ㆍ1737~1805)의 ‘창애에게 답하는 글’(答蒼厓)에서 찾는다.
정 교수는 “선생이 눈을 감으라 한 것은, 육체의 눈으로 사물의 외양만 볼 게 아니라, 마음의 눈으로 사물의 이치를 깨우치라는 뜻”이라며 “서구의 화려한 문명만 신봉한 나머지 주체성을 읽고 길을 헤매는 지금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볼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책은 선조들의 왕성한 독서력도 소개한다.
김득신(金得臣ㆍ1604~1684)이 남긴 ‘고문삼십육수독수기(古文三十六首讀數記)’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정교수는 “선비들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종일 책을 읽었고 같은 책을 수 만번씩 읽었다”고 일러준다.
반복된 책 읽기를 통해 책의 내용을 몸으로 익히게 됐다고.
그들은 책을 눈으로 보지 않고, 가락에 맞춰 소리내 읽었다. 그 소리는 옆집 처녀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양반만 책을 읽은 것은 아니다. 책은 평민의 중요 혼수품 중 하나였다. 책에는 임경업전 필사본이 탄생하는 과정도 실려있다.
친정에 온 딸은 임경업전을 베껴 쓰려 했으나 너무 길어 절반도 못하자, 아버지와 사촌동생이 도와준다. 그리고 다 베낀 뒤 아버지는 책에 ‘아비 그리운 때 보아라’는 구절을 집어 넣는다. 정 교수는 “그 구절을 읽은 딸의 심정을 한번 상상해보라”고 말한다.
정 교수는 94~96년 한 잡지에 한시를 한글로 풀어 연재했는데 “한시의 미학을 보여주는 좋은 글“이라는 반응을 얻자 옛 책을 한글로 번역, 일반인에게 소개하는 작업에 본격 나서게 됐다.
정 교수는 “옛 글의 아름다움을 많은 사람들이 보도록 한글 번역을 더 열심히 하겠다”고 약속했다.
박광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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