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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고흐작품 경매에 얽힌 정치·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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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고흐작품 경매에 얽힌 정치·문화사

입력
2002.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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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셰박사의 초상' / 신시아 살츠만 지음빈센트 반 고흐의 마지막 작품 ‘가셰박사의 초상’이 그려진 것은 1890년이다.

고흐의 후견인격이었던 의사의 우수 어린 표정을 담은 이 작품에 대해 고흐는 고갱에게 “우리시대를 애끓는 마음으로 표현하기위해 그렸다”고 말했었다.

초상화는 100년 뒤(1990년) 뉴욕 크리스티경매장에서 사상 최고액인 8,250만달러에 낙찰됐다. 초상화의 새 주인은 일본 다이쇼와 제지회사의 명예회장인 료에이 사이토였다.

‘포브스’와 ‘월스트리트 저널’ 기자를 지낸 신시아 살츠만이 98년 낸 ‘가셰박사의 초상’은 이 초상화를 소유하게 된 전위예술가 화상 나치관료 은행가 등 13명을 중심으로 작품 구입에 얽힌 문화사와 정치ㆍ경제적 배경을 그려낸다.

소유주들은 열정의 대상으로, 부와 물질적 성공의 상징으로, 판매촉진을 위한 미끼상품의 하나로 이 작품을 구입했었다.

사이토의 낙찰도 당시 활황이던 일본의 엄청난 경제력이 유럽의 경제력을 압도한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결국 작품의 가치는 그 작품이 존재한 시간과 공간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

그렇다고 작품의 가치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고뇌를 잘 보여주는 높은 수준의 작품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하지만 사이토가 그렇게 구입한 초상화가 하얀 천으로 씌워져 창고에 보관됨으로써 매장 아닌 매장을 당하는 것은 아이러니다.

나치가, 질서 전복을 꾀하기 때문에 보호할 가치가 없는 작품을 모아 개최한 퇴폐 미술전에 이 작품을 징발한 이야기, 그러나 초상화를 되찾기 위해 나치 소속인 크레브스 프랑크푸르트 시장이 격렬하게 항의한 이야기 등도 흥미롭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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