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사는 즐거움' / 야마오 산세이 지음일본 남쪽 가고시마현의 야쿠섬은 제주도의 5분의 1 정도의 크기에 7,200년 된 조몬 삼나무가 있는 천혜의 자연 그대로의 섬이다.
‘여기에 사는 즐거움’은 30대 후반 야쿠섬으로 이주한 시인이자 농부인 야마오 산세이가 지난해 세상을 떠날 때까지 25년간 야쿠섬의 자연과 융화돼 살면서 겪은 삶의 기쁨과 행복을 이야기하는 일종의 수필이다.
저자는 어느날 거대한 조몬 삼나무의 둘레에서 사람들에게 계속 짓밟히면서도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꽃을 말 없이 피우는 제비꽃 역시 조몬 삼나무와 같은 하나의 생명임을 깨닫고 깊은 감명을 받는다.
저자는 이처럼 풀이든, 나무든, 바위나 돌이든, 바다이든, 사람이든 우리에게 좋은 기운을 주고 깊고 강한 에너지를 주는 것을 ‘가미’라고 부른다.
교회나 사원 안에 있는 권위적인 신과 구별하기 위해 저자가 붙인 이름이다.
모든 생물과 무생물의 영성과 영혼의 존재를 인정하는 신(新) 애니미즘이야말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문명사회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들꽃 한 송이 속에서 만나는 우주 신비의 깨달음, 울안의 자두를 딸 때 되살아나는 석기시대의 기쁨, 농사와 집수리 등 모든 것을 손수 하는 데서 느끼는 행복 등도 저자가 책에서 이야기하는 삶의 즐거움이다.
“결코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걸을 것, 될 수 있으면 가미를 만날 생각으로 그것을 찾으며 걸을 것.”
저자의 조언은 삼라만상의 생물과 무생물의 상호 연쇄 속에서 인류의 생명이 존재하므로, 대안의 문명은 인간과 자연이 혼연일체가 되는 쪽으로 나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