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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일기 / 가장 좋은 선물은 '부모 화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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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일기 / 가장 좋은 선물은 '부모 화목'

입력
2002.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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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6학년짜리 둘째가 등교길에 숙제를 하나 던져놓고 간다. 공식적으로 자신에게 마지막 어린이날이 될 이번 5월5일에 뭘 해줄지 잘 생각해 놓으라는 것이다.인터넷 쇼핑몰에서 어린이날 선물코너를 뒤지다가 문득 최근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서초동 정토법당 법륜스님의 결혼식 주례법문이 떠올랐다.

스님은 새 가정을 꾸미는 신랑 신부를 앞에 세워놓고 '요즘 아이들 교육때문에 남편 떼어놓고 서울 가는 엄마, 미국 가는 엄마들이 많은데 이건 절대 안된다'며 이렇게 말한다. "누가 제일 중요하나, 아내요 남편이 첫째입니다. 남편이 다른 곳으로 전근가면 무저건 따라가십시요. 돈도 필요없습니다.학교 몇법 옮겨도 됩니다. 이렇게 남편은 아내를, 아내는 남편을 중심으로 놓고 세상을 살면 아이들은 전학을 열번 가도 아무 문제없이 잘 삽니다. 그런데 애를 중심으로 놓고 오냐 오냐 하면서 자꾸 부부가 헤어지고 갈라지면 애는 아무리 잘 해 줘도 망칩니다."

아이들 교육에 목숨건 현대판 맹자엄마들이 들으면 정말 큰일난 소리다. 빨리 영어공부해서 유학 가 있는 아들 뒷바라지하러 뒤쫓아가도 시원치 않을 판에 뭐 남편 전근가면 애들 데리고 몇번이고 따라다니라고? 아내와 아이들을 멀리 타국으로 떠나보내고 홀로 남은 기러기 아빠들의 모임인 한총련(한시적 총각 연합)이 나날이 회원을 불려가는 이 시대에? 하지만 스님 말씀대로 그렇게 오래 떨어져 살다가 결국 갈라서는 부부도 드물지 않은 현실이고 보면 과연 무엇이 아이들을 위한 길인지 곰곰 생각해 볼 일이다. 아이들 입장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부모가 서로 사랑하는 것. 그래서 화목한 가정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언젠가 이혼에 대한 TV프로를 함께 시청하던 둘째가 불쑥 "엄마 아빠 이혼하면 나 어떻게 할건지 알아? 그날로 가출할거야" 라고 말해 날 놀라게 한 적이 있다. "요새 엄마 아빠 잘안 싸우는데 그게 무슨 소리야"라고 묻자 태연히 "옛날에 몇번 싸워서 엄마가 운 적 있잖아"라고 답해 더욱 놀랐었다. 표현은 좀 과격해서 그렇지, 결국 자식 잘못되는 꼴 보기 싫으면 제발 당신네들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잘 살아달라는 주문이 아니고 무엇인가.

최근 미국에서도 지나치게 아이들 중심으로 살아가는 부모가 오히려 아이들을 망칠 수 있다는 이론이 관심을 끌고 있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모든 것을 희생하는 부모는 정작 원만한 부부관계는 도외시하기 쉬워, 결국 가정파탄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하긴 맹모삼천의 신화에도 맹자 아버지 얘기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아이만 생각하는 아내가 불만스러워 진작에 가출했는지도 모른다. 이번 어린이날 선물은 아이 앞에서 "엄마 아빠 절대로 안 싸우기' 선서를 하는 것으로 때워 볼까.

이덕규·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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