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2일 “하이닉스 인수협상을 철회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채권단은 ‘조건부 양해각서(MOU) 철회’의 의미일 뿐 ‘협상 결렬’은 아니라며 마이크론과의 재협상에 오히려 속도를 내고 있다.채권단은 특히 문제가 된 하이닉스 비메모리 잔존법인의 자생력을 높이기 위해 2조원 이상의 추가적인 부채탕감을 추진키로 하는 등 매각 ‘걸림돌’ 제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양측이 꺼져가던 협상의 불씨를 다시 살리기로 한 것은 둘 다 ‘대안 부재’의 딜레마에 빠져 있기 때문.
채권단으로선 불안정한 반도체 가격만을 의지해 또다시 시한부 부실기업(하이닉스)에 혈액을 공급하기가 부담스럽고, 마이크론으로선 5개월여의 협상기간 동안 반도체 시설투자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기에 하이닉스에 발목이 묶인 실정이다.
재협상의 최대 관건은 비메모리 잔존법인의 회생방안. 하이닉스 이사회가 부결시킨 채권단의 잔존법인 구조조정계획에 따르면 채무재조정 이후 잔존법인의 부채규모는 총 3조7,060억원(영업부채 등 포함)에 달한다.
반면 채권단이 전망한 올해 비메모리 부문 매출액은 9,000억원. 영업이익으로는 이자비용조차 제대로 감당해내기 힘든 기형적 재무구조다. 잔존법인에 15%의 지분참여를 하기로 한 마이크론 역시 구조조정계획에 대해 “문제점이 많다”는 입장이다. 채권단이 대규모 추가 부채탕감을 추진하게 된 배경도 이 때문이다.
채권단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하이닉스 차입금 규모는 ▦은행권 1조9,330억원 ▦투신권 1조2,520억원 ▦리스 5,960억원 ▦기타 1조130억원 등 4조7,940억원. 이 가운데 무담보채권의 50%(1조7,82억원)를 탕감, 3조120억원만 잔존법인에 남겨둔다는 것이 당초 채권단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채권단은 원활한 협상추진을 위해 잔존법인의 재무건전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 부채규모를 7,000억~8,000억원으로 대폭 줄이고 나머지(최대 2조3,000억원)를 탕감하는 내용의 파격적인 수정안을 추진키로 한 것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재로선 추가 부채탕감은 불가피한 수순”이라며 “무담보채권의 탕감률을 일부 상향조정하고, 신규여신이나 담보채권을 가진 은행권이 조금 희생한다면 부채조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이 꺼내든 ‘출자전환’ 카드도 재협상엔 긍정적으로 기여할 전망이다. 채권단은 지난해 10월에 받은 하이닉스 전환사채(CB)의 출자전환 시기를 앞당기고 기준가도 변경해 매각에 반대하는 하이닉스 경영진과 이사진을 전면 교체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새롭게 마련하게 될 재협상안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통과시키겠다는 것이다.
변형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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