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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와 돈] 정직이 최선의 홍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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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와 돈] 정직이 최선의 홍보

입력
2002.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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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뒷면은 돈으로 살 수 있지만 표지는 돈으로도 살 수 없다.” 미국의 스포츠전문주간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표지에 스폰서 이름으로 도배한 유니폼을 입은 선수사진이 실린 걸 보고 어느 마케팅전문가가 한 말이다.십수년간 뉴욕 양키스의 스폰서였던 세이코시계가 양키스와 결별한 적이 있다. 어느 날부터 TV카메라가 외야석에 위치한 세이코의 광고판을 의도적으로 외면한 게 이유였다. 영국에서 비인기종목이었던 스누커협회의 형편이 풀린 건 순전히 TV중계방송 덕분이었다.

스누커 경기가 TV를 한번 타자 스폰서들이 줄을 섰고 협회는 그 돈으로 상금을 올렸다. 고액상금은 그 자체로 뉴스거리가 되기에 충분했다. 자연스레 스누커의 언론노출빈도가 증가했다. 언론노출이 곧 돈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스포츠단체의 돈줄인 스폰서는 회사나 제품이름을 순식간에 불특정다수에게 알릴 수 있기 때문에 인기종목을 선호한다. 스포츠단체는 언론노출빈도를 늘리기 위해 홍보팀을 두고 있고 역할 또한 막중하다.

스폰서의 언론노출방법은 두 가지. 첫째는 언론으로부터 방송시간이나 지면을 사는 것이다. 돈만 있으면 언제든 가능하다. 둘째는 언론이 흥미를 갖는 기사거리를 제공하는 방법이다. 돈 대신 고급기술이 필요하다. 스폰서에게 공짜광고나 마찬가지인 뉴스가 되고 말고는 언론이 판단할 대목이다.

하지만 언론의 마음을 사로잡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여러 명의 선수가 똑 같은 기록을 세우거나 똑 같은 실수를 저질렀을 때 언론의 반응은 다르다. 어떤 선수는 잘했든 못했든 크게 다루지만 또 다른 선수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는다. 독자와 시청자들은 잘 모르지만 십중팔구는 홍보팀의 역량차이로 기사화가 되기도 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도 생긴다.

업종을 불문하고 홍보담당자의 화두는 같다. 하지만 돈 잘 만드는 홍보맨은 대개 정직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아무도 없는 산속에서 “쿵”하고 나무 넘어가는 소리를 들었다고 가정하자. 홍보담당자라면 이런 사실을 담당기자나 팬들에게 알릴까 말까 고민하기 마련이다.

좋은 일이면 짜증날 정도로 까발리겠지만 선수의 음주운전, 구타사고, 목욕탕부상 등 사소한 일부터 대형사고까지 숨기고 싶은 일들이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난다. 나만 입을 다물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되지만 혹시 어렴풋이 듣고 물어오면 일이 복잡하게 꼬인다.

이럴 때 돈 잘 만드는 홍보맨은 대개 정직하게 밝힌다. 같은 실수를 하더라도 비밀이 많은 사람일 수록 더 까발려진다는 생리를 잘 알기 때문이다.

정희윤 ㈜ 케이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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