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월드컵 본선진출국 분석] (26)사우디아라비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월드컵 본선진출국 분석] (26)사우디아라비아

입력
2002.05.03 00:00
0 0

8년만의 16강 모래돌풍을 지켜보라.1978년 아르헨티나월드컵 지역예선부터 월드컵과 인연을 맺은 사우디아라비아는 천신만고끝에 3회 연속 본선무대를 밟은 중동의 강호다. 94년 처음 출전한 미국월드컵에서 모로코와 벨기에를 연파하며 16강에 진출, 데뷔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80년대이후 오일달러를 앞세워 외국의 명장들을 영입해 중동축구의 대표주자로 나선 사우디는 유연한 개인기를 바탕으로 또 한번의 모래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사우디의 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 본선진출은 순탄치 않았다.

아시아 A조 예선 최종전을 앞두고 이란에 이어 조 2위를 기록, 탈락위기에 몰렸으나 마지막 경기에서 약체 바레인이 이란을 꺾어주는 덕분에 기적 같은 3연속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FIFA 랭킹 34위다.

▼개인기중심의 기술축구

수비보다 공격력이 앞서는 사우디는 전차군단 독일, 아프리카의 검은 돌풍 카메룬, 전통의 강호 아일랜드와 함께 E조에 속해 있어 객관적 전력상 열세를 보인다. 4-4-2 포메이션을 주로 쓰는 사우디는 남미출신 명장들의 영향을 받아 개인기 위주의 기술축구를 구사한다.

공격은 사막의 푸른 여우라 불리는 사미 알 자베르(30ㆍ알 힐랄)와 알 도사리가 책임진다. 1m70, 65㎏의 단신인 알 자베르는 고무공을 연상시키는 탄력과 빠른 스피드, 예측불허의 드리블로 골을 잡아내 아시아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평가받는다.

2000년 8월 사우디 선수 최초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진출, 울버햄프턴 완더러스클럽에서 뛰기도 했지만 거친 잉글랜드 축구를 배겨내지 못하고 부상 등으로 중도하차했다.

1차 예선 6경기서 11골(해트트릭 2번)을 몰아친 탈랄 알 메샬이 부상에서 회복한다면 알 자베르와 함께 최강의 신구조화를 이뤄 막강한 화력을 뿜을 것으로 기대된다.

2000 아시아 올해의 선수에 뽑힌 나와프 알 테미야트(25ㆍ알힐랄)가 플레이메이커를 맡고 있고 사우디의 마라도나로 불리는 모하메드 알 슬로브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선다.

공격에 비해 94년 월드컵부터 뛴 백전노장 모하메드 알 킬라이위가 이끄는 포백라인은 전술의 묘를 살리지 못해 불안요소로 꼽힌다. 선수 개개인의 능력을 보면 나무랄데가 없지만 전력을 극대화할 조직력 부재가 약점으로 꼽힌다.

▼조직력 부재와 단조로운 전술

이는 잦은 감독 교체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고위 정치인이 팀 운영을 좌우하다 보니 거액을 주고 세계적인 명장을 불러놓고도 한 경기만 패하면 짐을 싸게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결국 잦은 감독교체는 일관성 없는 전술로 나타났고 선수들은 체계적인 훈련을 통한 조직력을 배양할 시간적 여유를 갖지 못했다.

선수들의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하는 감독이 축구협회나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은 잠재적 불안요인으로 알 조하르 감독이 선수들을 지도하는데 최대의 애로사항이다.

CNNSI에 따르면 E조의 16강 진출가능성을 독일(70%) 아일랜드(65%) 카메룬(60%)에 이어 사우디를 5%로 꼽고 있어 8년만에 두 번째 16강 진출을 노리는 사우디가 들러리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동은기자

deyuh@hk.co.kr

■등록선수만 5만명… 국민들 열광 '제2 종교'

‘두 말 할 것도 없이 축구 이야기부터 꺼내라.’

지난해 9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중동지역 진출을 원하는 기업체를 위해 발간한 핸드북에 포함된 비즈니스 노하우다. 사우디 아라비아 사람들에게 축구는 이슬람교에 이어 또 하나의 종교다. 이슬람 율법에 따라 음주가 금지되고 종교방송 말고는 텔레비전도, 극장도 없는 그들에게 축구는 유일한 취미인 셈이다.

더욱이 종교 활동이외에 축구장은 수만명이 운집해 열정을 발산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어서 그들의 화두는 단연 축구다. 따라서 축구이야기로 서두를 꺼내고 그도 안되면 사막의 푸른 여우 알 자베르의 이름을 거론하면 거래의 절반은 성사된거나 마찬가지라고 조언한다.

사우디는 하루 5번의 기도를 철저히 지키고 여자는 차도르를 두르지 않으면 외출이 안되며 축구장 출입도 엄격히 금지돼 있다. 얼마전 이슬람국가인 이란에서 열린 아일랜드-이란의 친선경기 때 아일랜드 여성 300여명이 축구장을 찾은 것이 외신을 탈 정도로 파격에 가까운 일이다.

오일달러를 앞세워 일찌감치 남미와 유럽의 명장들을 영입해 선진축구를 도입한 사우디는 클럽축구도 활성화해 있어 등록선수만 5만명에 달한다. 이슬람문화권의 리더답게 축구도 중동지역 최강이라는 자존심이 대단해 처음 출전한 1994년 미국월드컵에서 16강에 올랐을 때는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사우디의 축구열기는 잦은 감독경질이라는 극약처방으로 분출되기도 하지만 이 나라의 축구문화를 알면 일면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사우디 최근 4년간 12명 교체… 알조하르 감독도 '가시방석'

감독만 바꾸면 만사형통. 오일달러를 무기로 몸값에 관계없이 명장을 데려올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한 사우디 아라비아는 눈앞의 성적에 일희일비한다. 최근 4년간 두 번의 월드컵 예선을 거치며 무려 12명의 감독을 갈아치운 사우디는 이번 월드컵 지역예선서도 감독경질이라는 극약처방을 통해 천신만고끝에 3회 연속 본선티켓을 거머쥐어 ‘감독교체가 만병통치약’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나올 정도다.

사우디의 대표팀 사령탑을 맡고 있는 나세르 알조하르 감독은 지난해 10월 최종예선 도중 슬로보단 산트리치(유고출신)감독으로부터 지휘봉을 넘겨 받아 팀을 본선무대로 이끌었다. 1무1패 뒤 감독에 오른 알조하르는 이후 5승1무의 성적을 거두며 극적으로 막판 뒤집기에 성공했다.

흥미로운 것은 알조하르 감독의 이력이다. 그는 2000년 10월 아시안컵 대회도중에도 일본에 1_4로 대패한 밀란 마칼라 감독의 후임으로 감독대행을 맡아 카타르 우즈베키스탄을 연파하고 결승까지 진출시킨 전력이 있다.

감독교체 이유는 성적 부진만이 전부는 아니다. 1998 월드컵 최종예선 4차전에서 카타르에 1_0으로 이기고도 경기내용이 안 좋았다며 빈가다 감독을 물러나게 하고 독일 출신의 오토 피스터 감독을 영입한 사우디는 본선이 임박해서는 94년 대회서 브라질을 우승으로 이끈 명장 파헤이라 감독을 불렀다. 그러나 그도 오래 버티지 못했다. 프랑스와의 C조 2차전에서 0_4로 대패하자 알카라시를 새 사령탑으로 앉힌 것. 본선 티켓을 거머쥔 직후 한때 경질설이 나돌기도 했던 알조하르 감독이 무사히 이번 월드컵을 치러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석원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