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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수·송순옥씨 네가족이 사는법 "가족이 세상의 중심…틈만나면 여행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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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수·송순옥씨 네가족이 사는법 "가족이 세상의 중심…틈만나면 여행가요"

입력
2002.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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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서 친분을 유지했던 양가 아버지들이 맞선을 주선했다.첫번째 만남부터 눈에 콩깍지가 끼더니 결혼한지 12년이 흘렀건만 아직도 상대에게 ‘눈이 먼 상태’다.

책을 두 권이나 출판한 꼬마문인이자 미래의 과학자인 아들은 길가에서 마주친 지렁이를 깨끗이 씻겨 팔뚝에 올려놓고 들어올 정도로 자연과 친하다.

징그럽다고 기겁하는 엄마에게 ‘지렁이는 깨끗한 데서만 사는 신성한 것’이라고 오히려 훈계한다.

목청이 하도 커서 유치원 선생님한테 시끄럽게 군다고 벌 받는 게 일이던 딸은 지금 꼬마명창이 됐다.

이들 가족에게 행복을 대표하는 숫자는 넷. 틈만 생기면 이 넷이 모여 산과 들로, 인근 공원으로, 동해바다로, 먼 이국의 땅으로까지 ‘무조건’ 떠난다.

행복지수가 100점 만점이라면 100점을 받아도 모자라다는 김필수(43ㆍ대림대 자동차과 교수)- 송순옥(38)씨 가족.

가족여행 전문사인 ‘아빠와 추억 만들기’ 권오진 대표는 “여태 만난 가족 중 이렇게 행복하고 건강하게 사는 가족은 정말 처음”이라며 “참 부럽다”고 말했다.

■부부사랑이 가족을 살찌운다

김교수는 화목한 가정은 부부 사랑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말한다. 부모의 화목한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안정감을 느끼고 타인을 사랑하는 법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동료들과의 회식이나 모임에 꼭 부부동반을 주장, ‘닭살커플’이라는 핀잔을 듣지만 아랑곳없다.

출근 길에 연구실 수위와 나눈 이야기며 수업 중 일어난 해프닝까지 미주알 고주알 아내에게 털어놓는 것도 서로를 더 잘 이해하려는 수단이다.

“부부사이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배려’인 것 같아요. 집사람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먼저 배려하려고 노력하는 게 화목을 유지하는 비결이지요. 본가의 대소사에 참가할 때도 부모님이나 형님들 눈치 안보고 설거지하는 아내를 위로하고 때론 대신해 주고요. 아무래도 시댁 어른들 앞인데 아내가 얼마나 어렵겠어요. 그때 확실한 자기편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거죠.”

김교수는 집에서 5분 거리인 처가에도 아내보다 더 자주 들락거린다.

일주일에 삼일이 멀다하고 안부전화를 하는 것은 물론 혼자서도 퇴근 길에 그냥 처가에 들러 이런저런 정담을 나누고 돌아온다.

맏딸을 시집 보낸 친정 부모는 대신 맏아들을 얻은 것 같다며 기뻐하신다.

“참 정답게 해줘서 늘 고마워요. 그 중에서도 제일 고마운 건 다른 남자들은 보통 경제적인 문제만 해결하면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하는데 우리 남편은 애들 교육까지도 본인이 꼭 챙겨요. 일주일에 두세 번은 아이들 영어 과외를 직접 해줄 정도예요”

■믿음을 먹고 크는 아이들

6세가 되도록 말을 잘 못해서 부모의 애간장을 태우던 아들 병현(12ㆍ우암초등학교 5)이는 벌써 책을 두권이나 냈다.

일기집과 동요집. 곧 기행집도 나온다. 수학학원이니 영어학원 같은 데는 가본 적도 없지만 공부는 꽤 잘 한다. 늘 옆구리에 책을 끼고 사는 책벌레.

“벌중에서 제일 싫은 벌이 책 못 읽게 하는 벌”이다. 과학자가 되어서 전신안마로봇을 발명해 어깨가 아픈 부모님께 선물하는 것이 꿈이다.

동생 해람(10ㆍ우암초등학교4)이는 유치원에 다닐 때 늘 벌을 섰다. ‘악을 쓰며 소리를 질러댄다’는 이유였다.

자초지종을 물어보니 아이는 ‘선생님이 뭘 물으면 또박또박 잘 들리게 대답하려고 한 건데 벌을 주신다’고 억울해했다.

어려서부터 9층 아파트에서 울어도 1층집에서 그 집 딸 우는구나 소리를 들었을 만큼 목청이 큰 아이.

엄마는 아이에게 스트레스나 풀어줘야겠다 싶어서 동요교실에 보냈는데 우연치 않게 창을 하게 됐다.

아이는 “엄마, 나는 소리를 하면 박하사탕 먹은 것처럼 가슴이 행복하다”며 나중에 명창 인간문화재가 되겠다는 꿈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에는 어린이창극

에도 출연했다.

아이들에게 이 부부는 어찌 보면 좀 인색하다. 용돈은 없다. 하루에 한문을 한 자 외우면 그 대신 100원을 준다.

병현이는 할머니 생신에 한자 20개를 외우고 그 돈으로 선물을 사드렸다. 상장을 수도 없이 받아오지만 잘했다고 선물을 준 적도 없다.

‘결과보다 그렇게 니가 이만큼 노력했으니 참 자랑스럽다‘고 말해주는 게 전부다. 학원도 애들이 몇 번을 졸라서 가겠다고 할때까지 꿈쩍도 않는다.

“뭘 강제로 교육시킬 생각도 없고 또 유행 좇아서 남들 바둑교실 하면 우리애도 식으로 하고 싶지도 않구요. 그냥 자기가 하고 싶은 것 있을 때 그게 진짜 원하는 건지 아닌지 좀 시간을 두고 기다리는 거지요. 애들이 몸이 달을 만큼 원하면 그땐 아이들의 선택을 믿고 보내요. 그게 더 교육효과가 큰 것 같아요. ”

■사랑하는 가족,함께 떠라나

김교수 가족은 주말이면 여행을 떠난다. 여행은 각자의 생활에 바쁘던 가족이 함께 한곳을 바라보며 가족애를 확인하는 소중한 기회다.

해외 학회활동이 잦은 김교수는 학회일정에 꼭 2~3일을 덧붙여 가족과 현지 배낭여행을 즐긴다. 온 가족이 배낭 하나씩 달랑 매고 지도를 봐가며 대중교통을 이용해 하는 여행이다.

“외국이나 타지에서 가족이 똘똘 뭉쳐 돌아다니다 보면 정말 세상이라는 큰 바다에 던져진 쪽배처럼 우리가 더 결속해서 살아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지요. 경제적인 부담이 크지만 가족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데 여행만큼 좋은 게 없는 것 같아요.”

교육적인 효과도 크다. 쪽빛 바다라는 뜻을 갖고 있는 해람이 이름. 그러나 쪽빛이 어떤색인지 도무지 감이 없었던 해람이는 지난 2월 동해바다 여행을 가서야 자기 이름이 저렇게 아름다운 바다색이라는 것을 알았다.

여행갈 때면 늘 돋보기와 원고지를 챙기고 나서는 병현이는 여행 중에 느낀 이런저런 생각들을 글로 써서 곧 기행문을 내놓을 예정이다.

늘 가족이 똘똘 뭉쳐 다니다 보니 양가 어른들이 ‘관광병에 걸렸냐’며 핀잔을 줄 때도 있다. 또 ‘너희끼리만 사느냐‘ 식으로 서운해 할 때도 있다.

그러나 ‘가족은 세상의 중심’. 김교수 “아이들이 크면 자신들의 세상 속으로 하나 둘 떠날 것이고 그래서인지 이런 일체감과 행복감이 과연 언제까지 갈지 생각하면 가슴이 아릴 때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언제나 가족이 함께 하고 서로 사랑했다는 기억만이라도 남길 수 있다면 그것으로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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