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2일 국정원의 16대 총선자금 모금 의혹에 대해 “국기를 뒤흔든 엄청난 사건”이라며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사과와 당시 국정원장이던 임동원(林東源) 청와대 외교ㆍ안보ㆍ통일 특보의 구속을 요구하는 등 공세 수위를 한껏 높였다.최근 노무현(盧武鉉) 대선후보의 정계개편 움직임 등에 밀려 잠시 주춤하던 권력비리 의혹 공세의 불씨를 되살릴 호재를 만났다는 분위기다. 더욱이 국정원이 한나라당과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를 괴롭힌 ‘총풍’ㆍ‘세풍’ 사건의 진원지였다는 구원(舊怨)까지 겹쳐 결코 어설프게 넘어가지 않겠다는 태세다.
이 전 총재는 이날 광주 경선 연설에서 “이 정권은 더 이상 용서할 수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재오(李在五) 총무도 “국정원이 기업의 돈을 모아 여당에 전달한 것은 4ㆍ13 총선이 원천적으로 불법 선거였음을 보여 준다”며 자금조달 규모와 수수 의원 명단 공개를 요구했다.
추가 폭로도 예고됐다. 박관용(朴寬用) 총재권한 대행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정원 간부가 여권 실세에 줄을 대고 자금을 건넸다는 제보가 속속 들어 오고 있다”며 “6하 원칙에 따른 분명한 자료를 확보하는 대로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홍준표(洪準杓) 의원은 “정성홍(丁聖弘) 전 국정원 경제과장의 진술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벤처 비리는 이 정권의 핵심 비리이며 연루되지 않은 실세가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은 “진승현 게이트는 단순히 벤처 기업인의 비리가 아니라 국정원의 특수사업 자금조달 과정에서 일어난 전혀 다른 성격의 사건”이라며 “국정원은 잡으라는 간첩은 안 잡고 여당의 자금 창구 역할을 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당시 국정원장이었던 임동원(林東源) 청와대 외교안보통일특보와 민주당은 2일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임 특보는 “내가 국정원장으로 취임해서 가장 중시한 것이 정치 불개입이었다”며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임 특보는 밑에서 알아서 했을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그러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총선 당시 사무총장으로 선거를 총괄했던 김옥두(金玉斗) 의원은 “총선을 이틀 남겨두고 총선 자금을 조달하려 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실제로 돈이 건네졌다는 날이 2000년 4월 18,19일이라는 데 총선용 자금이라는 말이 성립되지 앟는다"고 반박했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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