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씩이나 출전하면서 1승도 못 거두고 16강도 오르지 못하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습니다.” 4회 연속 월드컵 출전의 기록을 세우게 된 홍명보(33ㆍ포항)는 지난 3번의 대회를 떠올리면 영광의 기억보다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진다고 말했다.스트라이커 황선홍(34ㆍ가시와)도 4회 연속 출전이지만 1998년 프랑스대회 때는 부상으로 명단에만 올랐을 뿐이어서 실질적으로 홍명보와는 차이가 있다.
홍명보는 지난 12년간 한국축구의 간판이었다. 90년 2월 노르웨이전 이후 국가대표팀간 경기(A매치)에 124회 출전으로 최다기록을 세웠고 한국선수 중 유일하게 월드컵에서 두 골을 넣었다. 리베로로 탁월한 활약을 펼쳐 ‘아시아의 베켄바워’란 별칭을 부여받았고 아시아선수로는 세계올스타팀 단골 멤버였다.
그는 한국월드컵의 살아 있는 역사이다. 고려대 체육교육과 3학년 때인 90년 1월 처음으로 대표팀 발탁 소식을 듣고 그는 “밤잠을 설쳤다”고 한다.
당시 안종복 축구협회 기획실장이 이회택 감독에게 추천을 해 태극마크를 단 그는 발탁되자마자 단숨에 대표팀 부동의 스위퍼로 자리를 굳혔다. 월드컵 데뷔 무대였던 90년 이탈리아 대회에서 조 예선 3경기를 모두 소화하며 스타로 발돋움했다.
4년 뒤 미국 월드컵은 홍명보에게 희비가 엇갈린 대회였다. 2골을 넣는 등 절정의 기량을 과시했지만 마지막 독일과의 경기에서 2_3으로 패하며 또다시 16강 진출에 실패한 것이다. 프랑스월드컵은 네덜란드전 0_5 패배 등 수비수와 주장으로서 책임감이 유난히 크게 느껴졌던 대회였다.
지난 해 컨페더레이션스컵 이후 그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 왼쪽 정강이 피로골절을 이유로 대표팀에서 제외됐고 탈락설마저 나돌았다. 그러나 지난 3월 유럽전훈서 마지막 기회가 찾아왔고 그는 완벽하게 재기했다.
홍명보에게 2002 월드컵은 축구인생의 모든 것이다. 그는 “5회 연속 진출에 대한 꿈은 없다”며 “16강 진출만이 현재의 유일한 목표”라고 말했다. 또 “남은 기간 수비조직력을 다듬는 데 노력해 한 골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각오로 경기에 나서겠다”며 “선수들이 각자 컨디션을 가장 좋은 상태로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은퇴시기를 못박지는 않았지만 홍명보는 머지 않아 축구 행정가의 길을 걷기 위한 새 출발을 계획하고 있다.
김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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