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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한 수출 컨테이너 부두 현장 / 크레인 밤샘가동 "쉴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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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한 수출 컨테이너 부두 현장 / 크레인 밤샘가동 "쉴틈 없다"

입력
2002.05.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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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침체의 동면에 빠져있던 수출이 회복의 기지개를 펴고 있다.4월 수출이 14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서고,하반기에는 회복속도가 더울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다.미국 경제가 1·4분기 5.8% 성장하는 등 세계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향후 전망을 밝게 해주고 있다.하지만 경제회복 속도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고,환율 하락등 불안요인도 적지 않다.업종과 기업별 차이도 커서 아직 수출회복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느 곳도 적지 않다.최근 수출동향과 수출현장의 실상을 점검해본다./편집자주≫26일 부산 북항인 감만컨테이너 부두. 길이 1.4㎞ 부두의 4개 선석(船席) 뒤 10만여 평의 보세장치장엔 수출용 컨테이너가 4단 높이로 가득 차 있다. 하루 7,000여개 수출용 컨테이너를 처리할 수 있는 감만부두는 올들어 환적화물(제3국 화물운송 대행)과 수출 화물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3월에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4.8%가 증가한 63만 63만6,837TEU(20피트 컨테이너)를 처리했다. 시간당 26개의 컨테이너를 운반하는 이곳 크레인 12대가 22시간 풀가동해야 처리할 수 있는 물량이다.

부두 한 옆 소화물집하소(CFS)에선 중소기업이나 오퍼상이 보내는 소규모 화물들이 컨테이너에 채워지고 있다. 석판, 타이어에서 소규모 철강소재, 당밀까지 다양한 물건들이 채워진 14~18톤의 컨테이너는 곧 바로 부두로 이동, 배를 기다린다.

수출ㆍ입 컨테이너가 산적한 보세구역과, 부두사이를 쉴새 없이 오가는 대형 크레인과 트레일러로 23만평의 부두는 좁아만 보인다.

▼수출화물 10%이상 증가

감만을 비롯 신선대 우암 자성대 감천 등 부산항의 5개 컨테이너 부두는 요즘 늘어나는 물동량으로 활기가 넘친다. 우리나라 수출 물동량의 60~70%를 운반하는 컨테이너의 80% 정도가 처리되는 부산항의 역동적 모습은 지난 14개월간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해온 수출이 되살아 나는 생생한 현장이다. 컨테이너 물동량은 수출 경기를 1~2개월 앞당겨 반영하는 민감한 지표이기 때문이다.

주로 외국선사들이 입주한 이웃 신선대 터미널측도 일주일 중 수요일을 제외하곤 하루 20시간을 작업해야 물량을 처리할 정도로 분주하다. 한진해운 김영진 팀장은 “3월부터 물동량이 현저히 늘어 밤샘작업을 하고 있다”며 “화물이 5%만 늘어도 처리가 어려운데, 요즘은 10% 가량 늘어났다”고 말했다.

컨테이너 물동량 증가는 트레일러(보세차량) 확보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운송업체들은 “선수금을 주겠다고 해도 차편이 없어 제때 선적하기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한 트레일러 운전사는 “창원 LG공장의 물건을 나르는 데 요즘 하루 오가는 횟수가 두세 번에서 너댓 번으로 늘어났다”며 “4시간 밖에 잠을 자지 못했다”고 말했다.

수출업체들은 선박 확보에 비상이 걸려있다. 선박수요는 크게 늘고 있지만 국내외 선사들의 배정물량은 이미 포화상태여서 선박을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의 한 관계자는 “선사 직원들이 선박을 잡아달라는 화주의 독촉을 피해 일부러 자리를 비우는 일이 3년 만에 벌어지고 있다”며 “주문의 10~20%는 다음 배로 연기되곤 해 대기업들도 발을 구른다”고 했다.

▼수출'활황'보다는 '회복'

그러나 수출현장의 분주한 모습과 달리 부산항의 수출 관계자들의 수출전망은 아직 조심스럽다. 통계적으로도 부산항 전체의 1ㆍ4분기(1~3월) 컨테이너의 물동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 증가했지만 환적과 연안 물량을 뺀 순수 수출 물량은 오히려 1%가량 줄었다. 컨테이너 공단측은 그러나 4월 수출물량은 6~7%, 수입은 4~5%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부산의 5개 컨테이너항은 현재 경기회복으로 물량이 급증하는 북미쪽이 50%를 넘게 차지해 이곳의 활기가 전체 항만의 분위기를 나타내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 실제 고가품 위주로 수출의 10%를 담당하는 항공화물은 1~3월에 크게 줄었다. 인천공항의 1분기 수출액은 9억1,0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는 11%, 그리고 바로 전 분기보다는 28%나 감소했다. 다만 3월에는 6%가 증가한 4억100만달러를 기록했다.

수도권 수출화물의 중간 역할을 하는 경인내륙컨테이너기지(ICD)의 경우 1~3월 수출물량이 4만4,462TEU로 전년 같은 기간(5만2,110TEU)보다 줄었다. 하루 17개 열차에 수출용으로 약 700여 TEU가 부산으로 내려가지만 수입화물은 1,000여TEU가 올라온다. 경인ICD측은 “반도체 가격 등으로 단가가 높아져 수출이 금액상으론 늘었지만, 물량면에선 수출회복을 피부로 느끼기 어렵다”고 했다.

부산항의 수출 관계자들은 요즘 수출경기를 물어보면 하나같이 ‘회복’이라는 단어를 쓴다. 지금의 수출은 바닥을 지나 지난해 수준을 만회하는 정도이지, 활황은 아니란 것이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원자재-자본재 수입증가..경기회복 반영

4월 수출입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수출보다 수입 증가세이다. 수출이 9.7% 증가한 반면 수입은 12.1%나 증가했다. 금액면에서도 작년 3월(129억5,000만 달러) 이후 처음으로 12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 때문에 무역수지가 3월 14억2,100만 달러에서 7억2,400만 달러로 줄어들었다.

최근 수입증가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원자재와 자본재 수입이다. 원자재 수입은 화공품(10.8%) 철강(19.0%) 비철금속(16.6%) 등을 중심으로 4월20일까지 9.5% 증가했다. 석탄(43.3%) 석유제품(102.3%) 등 에너지 품목의 수입도 급증했다.

작년 3월부터 줄곧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해 온 자본재 수입도 10.2% 증가했다. 품목별로는 제지인쇄기계(45.1%) 화학기계(41.2%) 공구(14.0%) 금속공작기계(11.6%) 무선통신기기(10.9%) 등의 수입이 많이 늘었다.

원자재와 자본재 수입 증가는 경기회복과 설비투자 증가를 반영하는 것으로, 향후 수출증가를 예고하는 것이라고 산자부는 해석했다.

하지만 소비재 수입도 22.6%나 늘어 올 들어 두 자릿수 증가 추세가 꺾이지 않았다. 품목별로는 승용차가 143.3% 증가한 것을 비롯해 축산물(39.4%) 의류(37.3%) 화장품(30.1%) 신발(28.6%) 보석(27.3%) 등의 수입이 많았다.

김상철기자

sckim@hk.co.kr

■수출 뚜렷한 회복국면

4월 수출이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며 향후 수출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수출이 상대적으로 부진, 올해 수출 증가율이 더 두드러져 보이는 통계적 착시요인도 있지만 수출이 상승기류를 타기 시작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또 수입이 두자리 수 증가세를 보였지만 원자재와 자본재 수입 비중이 높아 오히려 설비투자와 수출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수출회복 기조 뚜렷

4월 수출의 증가세 반전은 예고된 것이다. 지난해 4월 수출실적이 121억2,100만 달러로 상대적으로 저조했던 데다, 조업일수도 올해가 하루 많았기 때문. 무엇보다 주요 품목의 수출가격이 크게 올랐다. 액정(LCD) 모니터(15인치)의 경우 작년 12월 개당 225달러에서 4월에는 260달러로 급등했고, 석유화학(합성수지)은 톤당 556달러에서 838달러로 상승했다. 반도체도 4월 들어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작년 말에 비하면 2~2.5배 수준으로 올라 있다.

특히 4월 수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품목별, 지역별 격차가 해소되고 있다는 점이다. 1ㆍ4분기까지 부진을 면치 못하던 반도체 일반기계 석유화학 선박 등의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섰다. 반도체는 작년 3ㆍ4분기 이후 수출 감소세가 점차 둔해져 올 1ㆍ4분기에는 23.6% 감소했고 4월에는 9.3% 증가로 반전됐다. 일반기계도 작년 4ㆍ4분기 10.4% 감소, 올 1ㆍ4분기 15.3% 감소에서 4월에는 6.6% 증가로 돌아섰다. 철강 섬유류 석유제품 등 일부 품목이 여전히 감소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지만 그 폭은 점차 작아지고 있다.

최근 수출을 주도하고 있는 자동차와 컴퓨터는 1ㆍ4분기 한 자릿수 증가에서 4월에는 두 자릿수 증가로 탄력적인 증가세를 보였고, 무선통신기기(휴대폰 등)는 39.6%나 증가해 고공 행진을 이어갔다.

지역별로도 일본과 중동지역을 제외한 모든 시장에서 수출이 늘어났다. 특히 중국과 아세안 국가는 20%대의 급증세를 보였고, 1ㆍ4분기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미국과 유럽연합 중남미 등도 증가세로 돌아섰다.

▼불안요인 잠재

그러나 불안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산자부는 수출이 회복기조에 들어섰으나 아직 완전히 회복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작년 4월 부진에 따른 기술적 반등효과가 크고, 업종별 명암도 여전히 엇갈리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또 최근 반도체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미국경제 회복속도도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원-달러 환율이 최근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도 수출에 부정적이다. 김재현(金在鉉) 산자부 무역투자실장은 “기조적으로는 증가세로 들어섰으나 2ㆍ4분기에는 완만한 회복세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철기자

s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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