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베즈 무샤라프(59) 파키스탄 대통령이 지난 달 30일 실시한 국민투표에서 압도적인 찬성표를 얻어 집권 연장에 성공했다. 2007년 10월까지 5년 임기를 확보함으로써 장기집권의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이 과정에서 그는 ‘무리수’를 많이 두었다. 외신들은 모든 공무원에게 투표를 의무화하고 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이 무샤라프 지지 성향의 유권자에게 두 번 이상 투표하도록 종용하는가 하면 민간 차량을 징발해 유권자를 투표소까지 실어나르기도 했다고 전했다. 경찰과 언론도 최대한 동원했다.
그러나 15개 정당이 연합한 ‘민주회복연맹’은 이번 투표가 집권 3년 후 민정 이양 약속을 어긴 위헌이라고 비난하며 시민들에게 투표 거부를 호소했다. 무샤라프에 대한 반발이나 냉담함은 약 30%라는 극히 저조한 투표율로 나타났다.
1999년 10월 자신을 육군 참모총장으로 임명한 나와즈 샤리프 총리를 쿠데타로 쫓아내고 집권한 그가 나름대로 기반을 다진 계기는 작년 9ㆍ11 테러 사태였다. 탈레반 정권을 지지하는 이슬람계 정당과 민병대 등 국내 여론의 거센 반대를 무릅쓰고 미군측에 군사기지와 정보를 제공하는 등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미국을 적극 지원했다.
이 과정에서 한때 암살설이 나돌 정도로 여론과는 등을 졌지만 미국의 경제원조를 확보하고 반 테러전을 명분으로 국내 반대세력을 제압하면서 인상적인 지도자로 급부상했다.
당장 그의 코 앞에 닥친 과제는 10월 총선에서 ‘고분고분한’ 인사를 많이 당선시켜 의회를 무력화하고 민간인 출신 총리를 앉혀 행정부를 좌지우지하는 국가안보위원회의 군부 색채를 탈색시키는 일이다. 야권으로서도 샤리프와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 등 주요 지도자들이 집권 당시 부정부패를 많이 저질러 호소력 있는 인물이 별로 없는 상태다.
무샤라프는 파키스탄 독립 이전 인도의 델리에서 태어나 21세에 입대, 1998년 육참총장에 올랐다. 그가 영구집권을 꾀하다 비운에 갈지 쿠데타 당시 명분으로 내건 ‘진정한 민주주의’ 실현과 경제ㆍ사회개혁을 완수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이광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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