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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오버 더 레인보우 ' 장진영 "예쁜 멜로 한번 해보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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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오버 더 레인보우 ' 장진영 "예쁜 멜로 한번 해보고 싶었어요"

입력
2002.05.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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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영(28)은 화사한 꽃처럼 눈에 확 들어오지는 않는다.그러나 무심히 지나쳤다가는 돌아서서 다시 한번 더 보게 되고, 자세히 보면 유난히 까만 머리칼에 반짝이는 큰 눈이 매력적인 여자.

그를 두고 어머니는 “너는 참 보여줄게 많은 아이”라고 말했다던가.

영화 ‘소름’(감독 윤종찬)에서 비로소 그것을 확인한 영화인들은 지난해 “가장 과소평가 받고 있는 배우”로 그녀를 꼽았다.

이제 겨우 한 두 가지 밖에 보여주지 않았기에, 정해진 이미지가 없기에 천천히 하나하나 보여주겠다는 장진영.

그는 1992년 미스코리아 충남진 출신으로 대학(상명대 의상학과)을 졸업하고 모델로 활동하다 97년 KBS 미니시리즈 ‘내안의 천사’로 연기를 시작했다.

영화 ‘자귀모’ ‘반칙왕’ ‘리베라메’의 조연을 거쳐 ‘소름’의 주연으로 오기까지 많은 것을 버렸고, 그 빈 곳을 채우기 위해 혹독하리만치 자신을 채찍질했다.

드라마를 포기하고 영화로 온 것도, 촬영을 한 뒤까지 영화의 잔영 때문에 악몽에 시달리는 ‘소름’의 선영이 된 것도 다 그런 이유다.

“드라마가 좋아하는 예쁜 척 하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고, 그럴 마음도 없었어요.”

‘소름’은 분명 행운이었다.

삶을 포기한 여자의 스산하고, 한없이 우울한 모습을 그녀는 술이나 먹고 궁상을 떨거나, 온갖 불행한 표정을 과장하는 것이 아닌 조금씩 젖어드는 슬픔으로 대신했다.

고통스런 시간을 겪으면서 미처 몰랐던 자신의 한 부분을 발견했고, 그것으로 연기가 무엇(진짜 그 인물이 되는 것)인지 알았고, 스타로 발돋움했다.

“아! 이제는 예쁜 멜로, 행복한 영화를 하고 싶다”고 마음속으로 외쳤다. 그의 소망을 가장 먼저 알아챈 사람이 바로 ‘오버 더 레인보우’(17일 개봉)의 신인 감독 안진우였다.

-어떤 영화인가. 맡은 역은?

“부분 기억 상실증에 걸린 기상캐스터 진수(이정재)와 그의 애인을 찾아주려 애쓰다 그를 사랑하게 되는 지하철 분실물센터 직원 연희(장진영)의 이야기이다. 과거와 현재, 기억과 망각이 어우러져 무지개 같은 사랑을 엮어낸다. 무지개는 도심 속의 순수를 상징한다. 연희는 엉뚱한 구석도 있고, 활달하고, 그 속에 아픔도 엿보이는 그런 여자다. 김건모의 뮤직비디오 ‘미안해요’에서 내 모습처럼 예쁘고 착하기만 하다면 지루할 것이다.”

-멜로 연기는 처음인데.

“맑고 예쁜 멜로다. 전혀 다른 색깔이지만 ‘소름’ 때처럼 자연스럽게 감정이 조금씩 쌓이는 영화여서 너무 다행스러웠다. 급하게 무르익거나, 질펀하게 쏟아냈다면 나부터 먼저 ‘닭살’이 돋았을 텐데. 기분 좋게 생활 속의 나의 모든 것을 내보일 수 있었다. 이정재씨와 연기도 처음이어서 처음에는 약간 서먹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친밀해져 영화의 흐름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영화에서는 내가 잘 해주지만, 촬영장에서는 이정재씨가 나를 잘 배려해 주었다.

-힘들었던 것은?

“역시 감정이었다. 대사를 나중에 녹음한 장면이 있었는데 촬영 때의 발랄한 감정이 안 나와 애를 먹었다. 헤프게 보일까 일부러 과장할 수도 없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했다. 만족한다. 5월 봄날, 대학시절의 수줍고 순수한 사랑의 추억도 편하게 떠올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드라마에 출연은 하지 않을 생각인가?

“당분간 영화만 할 생각이다. 작품과 인물을 생각하며 몇 달 보내면 얻어지는 것이 있다. 연기를 전공하지 않은 나로서는 꼭 필요한 과정이다. 그러나 드라마는 뭘 하는지 모르게 시간이 지나가 버린다.

-어떤 작품을 하고 싶나?

“한 것이 너무 없으니, 하고 싶은 것도 많다. ‘G.I. 제인’처럼 머리 박박 깎은 액션영화의 주인공도 해보고 싶고… 편한 것, 이미 해본 캐릭터는 싫다. 또 다른 나인 ‘섹시한 여자’도 영화 속에서 만나보고 싶다. ”

-다음 작품은? 시나리오가 많이 들어올텐데.

“40편쯤 받았다. 이게 다 영화로 만들어지면 한국영화가 너무 넘칠텐데 라고 걱정도 된다. 어제도 두 편이나 읽었다. 비슷비슷한 소재, 고만고만한 작품들이다. 아직 가슴에 확 들어오는 것이 없어 고민이다. 돈이나 인기 때문에 조바심을 내지는 않겠다. 누구에게나 삶의 운명을 결정짓는 어떤 사건이 찾아오는 모양이다. 나에게는 ‘소름’이 그랬다. 진짜 배우가 되고 싶다.”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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