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권이 초긴장 상태에 들어갔다. 민주당 권노갑(權魯甲) 전 고문에 대한 검찰 수사가 여야의 불법적인 정치자금 수수 관행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짙기 때문이다.검찰은 당장은 권 전 고문의 정치자금 문제에 수사력을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여권에서 시작된 불길이 야당으로 번져 갈 개연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액수와 규모에 차이가 있을지는 몰라도 불법적인 정치자금 수수 문화는 여야 정치권 모두에 해당되는 탓이다.
우선 발등에 떨어진 불을 꺼야 하는 측은 여당이다. 권 전 고문은 자타가 공인하는 여권의 정치자금‘정거장’이었다. 현 정부 들어서도 권 전 고문이 2000년 16대 총선과 같은 해 8ㆍ30 최고위원 경선 때 여러 후보들을 도와준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지난 해 쇄신파동 때 개혁그룹이 권 전 고문 퇴진을 요구하자 그의 측근들은 “총선 때 물심양면으로 도와줬더니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고 서운해 했었다. 최고위원 경선 때의 지원은 민주당 김근태(金槿泰) 전 고문의 ‘고백’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검찰은 정치자금 공소시효(3년) 안에 이뤄진 권 전 고문의 정치자금 조성 및 전달 여부를 모두 수사할 태세다. 이렇게 되면 총선과 최고위원 경선 때의 정치자금 전달ㆍ수수가 모두 문제가 된다. 권 전 고문의 도움을 받은 이들은 대부분 현역 의원들이다.
자칫하면 여당 의원들이 줄줄이 검찰에 불려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사법처리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여당이 걱정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여당으로선 아태재단 문제도 목에 걸리는 사안이다.
야당도 검찰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의 정치자금 부분이다. 민주당 설훈(薛勳) 의원이 증거를 내놓지 못함으로써 일단 ‘최규선(崔圭善) 자금 수수 논란’에선 판정승을 거둔 형국이지만 검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어 완전히 상황이 정리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진승현 리스트와 연결 지어 J, L 등 소속 의원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상황도 한나라당으로선껄끄럽다. 몇몇 경북 지역 한나라당 의원이 지방선거 공천 헌금 문제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도 반갑지는 않다.
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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