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최규선(42ㆍ미래도시환경)씨 관련 내용을 청와대에 보고하자 김홍걸씨가 국정원 고위간부를 불러내 강력히 항의하고 면박을 준 뒤 더 이상 보고를 올리지 못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사실이 1일 밝혀졌다.또 당시 최씨에 대해 부정적 보고를 한 국정원 직원은 좌천 인사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홍걸씨가 대통령 아들이라는 위치를 이용, 사정ㆍ정보 당국의 업무에도 깊숙이 간여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국정원 관계자에 따르면 홍걸씨는 최씨가 민주당 권노갑 전 고문 특별보좌역을 맡은 뒤 국정원이 2000년 4~6월께 한 두 차례 최씨 관련 내용을 청와대에 보고하자 김은성 당시 국정원 2차장을 서울 서초구 양재동 교육문화회관 음식점에서 만나 김 전 차장에게 압력을 가했다.
당시 국정원 정치과장으로 김 전차장을 수행, 이 자리에 동석했던 국정원 현직 간부 I씨는 “홍걸씨가 김 전 차장에게 ‘왜 쓸데 없는 짓을 하고 다니느냐. 본연의 업무에만 충실하라’고 면박을 줬다”며 “김 전 차장은 몹시 자존심이 상한 듯 했지만 부하직원이 있어서 인지 별다른 말이나 내색은 없었다”고 밝혔다.
I씨는 “이 만남은 최씨가 김 전 차장을 전화로 불러내 이뤄졌으나 막상 그 자리에는 최씨는 없고 홍걸씨만 나와 있었다”며 “짧은 시간이었지만 분위기가 썰렁했다”고 말했다.
국정원이 청와대에 올린 보고에는 최씨와 홍걸씨의 관계를 비롯, 권씨의 위세를 배경으로 한 최씨의 각종 이권 개입 움직임, 최씨가 ‘대통령 특보’를 자처하며 위세를 과시하고 다닌 내용 등 경고성 메시지가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홍걸씨와 권씨는 최씨에 대해 상부에 부정적 보고를 올린 국정원 직원 K씨에 대해 김 전 차장에게 사표를 받도록 압력을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원 관계자는 “K씨가 최씨에 대해 국정원에 부정적으로 보고한 것을 문제 삼아 홍걸씨와 권씨가 김 전 차장에게 K씨의 인사조치를 종용, 결국 K씨는 2000년 6월 인사에서 좌천 됐다”며 “이는 당시 정치권에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고 말했다.
최씨는 국정원이 올린 청와대 보고 내용을 상세히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져 청와대 내부 인사가 최씨 등에게 정보를 흘렸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권씨는 이날 검찰 출두에 앞서 “2000년 7월께 김 전 차장이 나를 찾아와 최씨에 관련된 내용을 보고한 뒤 최씨를 정리할 것을 권유해 최씨를 내보냈다”고 밝혔다.
그러나 권씨는 실제 최씨를 두둔하는 입장이었으며 2000년 8월 최씨가 항공기 이용과정에서 대통령 특보를 자처하고 다난 사실이 모 언론에 보도된 뒤에서야 최씨를 내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진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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