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학년도 대입 1학기 수시모집 원서접수가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수험생들은 나름대로 1학기 수시에 지원할 지, 아니면 2학기 수시나 정시모집에 응시할 지 정했겠지만 ‘보험 들기식’ 지원은 금물이다. 올해부터 수시에 합격하면 반드시 등록, 2학기 수시나 정시에 원서조차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수험생이 수시지원에 유리하나
학생부 성적이 상대적으로 좋고 심층면접ㆍ논술고사에 자신있는 수험생은 1학기 수시에 과감히 도전해 보는 것이 좋다. 종로학원 김용근 평가실장은 “그동안 치른 모의수능 성적이 고 1~2학년 학생부 성적에 비해 떨어지는 수험생은 수시지원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대학에 따라 학생부 반영 과목ㆍ요소ㆍ방법 등이 다르므로 반드시 유ㆍ불리를 따져보는 것이 좋다. 수시에 지원할 대학ㆍ학과의 눈높이도 감안해야 한다.
‘일단 붙고 보자’는 식으로 하향 안전지원을 해서는 곤란하다. 입학한 뒤 절대로 후회하지 않을 대학 3,4곳을 골라 소신껏 지원해야 한다는 얘기다.
중앙교육진흥연구소 김영일 평가이사는 “1학기 수시 지원의 기본원칙은 정시에서 지원할 수 있는 대학보다 같은 수준이거나 더 높은 대학으로 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고배를 마시면 2학기 수시나 정시에 지원할 기회가 있지만, 지나치게 수준을 낮춰 지원했는데 덜컥 붙어버리면 더 이상의 지원기회를 박탈당하기 때문이다.
1학기 수시를 실시하는 대부분의 대학이 특별전형의 문호를 넓혀 놓았기 때문에 ▲ 각종 수상경력 및 특기ㆍ적성 소유자 ▲ 학생부 성적이 비교적 우수하면서 교내외 활동도 활발한 학생 ▲ 비평준화ㆍ농어촌 지역 거주자 등도 지원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보도록 한다. 물론 교차지원과 복수지원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
아울러 수시 합격자의 등록 의무화로 상위권 대학의 인기학과에는 수험생이 몰리고 중위권 대학의 지원은 줄어들 전망이다. 고려학력평가연구소 유병화 평가실장은 “중위권 학생은 상위권대의 비인기학과에 신중하게 소신 지원, 합격할 경우 전과ㆍ복수전공 제도를 이용하면 의외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 면접ㆍ구술고사가 당락을 가른다
수시에선 수능이 최저학력기준으로만 사용되는 만큼 학생부의 비중이 높다. 하지만 대부분 지원자들이 학생부 성적이 좋을 것으로 본다면 (심층)면접ㆍ구술고사가 사실상 당락을 가르게 된다.
입시학원과 대학들에 따르면 지난해 수시에서 연세대 20.6%, 고려대 45.8%, 성균관대 35.3%, 경희대 20%, 이화여대 28%, 한양대 50% 등이 면접ㆍ구술고사에서 합격자가 바뀌었다.
각 대학이 편법ㆍ부정 입학 시비를 피하기 위해 자격기준을 강화하고 서류심사를 꼼꼼히 한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서류전형 준비를 하는데도 적잖은 시간이 소요되므로 추천서ㆍ자기소개서ㆍ학업계획서 등을 미리 챙겨둬야 한다. 특히 수시에 지원한 뒤 결과에 연연하지 말고 최종합격자 발표가 있을 때까지 차분하게 수능 대비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김성호기자
shkim@hk.co.kr
■심층면접 준비 요령
▼인문계 / 강병재 서울외국어고 교사
시험관들은 자기주장을 다른 사람의 감정을 상하지 않으며 논리정연하게 전달하는 가를 중시한다. 당당한 태도와 논리성, 명확한 주관성을 갖추고 전공과 관련된 지식을 평소에 쌓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지원하고자 하는 전공분야의 기본원리와 개념 등을 정리하고 숙지해 둔다. 이러한 원리와 개념을 사회현상에 적용, 해석하는 연습도 꾸준히 해야 한다.
둘째, 시사문제의 배경과 개념을 정리해 둔다. 이슈가 될 만한 문화ㆍ사회적 현상의 경향성을 분석하고 비판시각을 갖도록 노력한다. 대선후보들의 장단점 정리, 미국증시가 한국증시에 미치는 영향 등이 한 예. 셋째, 논리적으로 상대방을 설득하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
하루 한가지씩 주제를 정해 친구들과 토론하며 수다를 떠는 것도 도움이 된다. 넷째, 영어면접에 대비해 자기 장단점이나 좌우명, 미래희망 등을 영어로 정리해 둔다. 평소 영자신문으로 독해력과 시사 이해력을 높여 영어지문활용 면접도 대비한다.
기본적 질문에 대한 대비와 정연한 면접태도를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 지원 대학과 전공을 선택하게 된 이유와 동기, 결정적인 배경은 물론 공부계획과 졸업후 진로에 대한 포부도 정리해 둔다.
또 자기입장에 대해 교수들이 반론을 제기해도 쉽게 주장을 굽히거나 흐지부지 되는 상황을 만들지 않고 당당한 태도로 교수를 설득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이외에 감명깊게 읽은 책 등 평이한 질문에 대한 정리는 기본이며 면접실에서의 인사와 대답때의 시선처리, 깔끔한 옷차림 등에도 신경을 써 준비하는 것이 좋다.
▼자연계 / 서삼천 휘문고 교육정보부장
자연계열의 심층면접은 수학이나 과학에서 난이도가 높은 문제가 출제되고 문제해결 과정을 측정하기 때문에 평소에 면밀한 준비를 해 두는 것이 좋다.
심층면접은 측정하고자 하는 내용에 따라 기본소양 면접과 수학적성 면접으로 구분된다. 자연계열에서의 기본소양 면접은 수학적성 면접으로 가기 위한 형식적인 절차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기본소양부터 만족스럽게 대답하지 못하면 수학적성 면접에서 크게 당황하기 쉽다. 전공분야에 대한 기초지식, 진학 후 수학계획, 지원동기, 사회봉사활동 경험, 전공과 관련된 시사문제 등을 신중하게 정리해 둬야 한다.
수학적성 면접 문항은 수학 및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의 기초개념이나 원리를 묻는 문항에서 경시대회에서나 볼 수 있는 고난도의 문항까지 다양하게 출제된다.
대입 수학능력시험이나 내신에서 평가하지 못하는 부분을 측정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어렵게 출제하기 때문이다.
일부 대학에서는 일상생활에 과학을 적용하는 문제, 자연과학과 관련된 시사적인 문제를 내기도 하고 일부 대학에서는 영어제시문을 주고 그 내용을 주제로 면접을 보는 경우도 있다.
어떤 경우든 문제수준이나 난이도가 고교 교과서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는 않으므로 평소 수업시간에 기본원리와 개념을 확실하게 이해하고 복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학관련 월간지나 쉽게 풀어 쓴 과학관련 서적을 읽거나 과학 다큐멘터리 방송 등을 틈틈이 시청해 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렇게 합격했다 /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1학년 김영미
지난해 나는 1학기 수시모집을 한달 앞두고 자기소개서와 학업계획서에 비중을 두고 면접ㆍ구술고사에 집중 대비했다. 자기소개서는 구체적 사례를 들어 ‘나는 언론정보학 공부를 해야만 하고 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학업준비에 관한 내용을 담았다.
출생부터 중ㆍ고시절을 거친 성장배경, 가족관계, 인상 깊었던 일(여행ㆍ어학연수 등), 영향을 준 인물, 감명 깊게 읽은 책, 교우관계, 고교 생활기록부 등을 꼼꼼히 점검했다.
대외활동(수상경력, 정보소양인증, 동아리활동, 봉사활동-실제로 면접에서 질문이 던져졌다) 등을 돌아보고 지원동기, 대학생활계획, 전공 및 부전공에 대한 계획, 졸업후 진로 등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학업계획을 세울 때에는 학년별로 구체적 계획을 세우고 그 이유를 제시했다. 학과의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원서를 낼 대학에 가서 유인물을 얻고 학교 홍보실과 과 조교, 선배 대학생들에게는 이메일을 통해 궁금한 점을 물어보았다. 담임선생님과 고교 선배에게도 조언을 구했다.
구술면접은 크게 전공지식과 시사ㆍ인성을 묻는다고 생각하고 학업계획서를 준비할 때 신문과 인터넷을 활용해 전공지식을 집중 공부했다.
기출문제도 꼼꼼히 살펴보았고, 면접장에서의 인사법과 앉을 때의 자세 등은 친구들과 조를 짜서 모의연습을 여러 차례 했다. 내가 면접관 입장에서 친구들에게 문제를 내고 고칠 점을 지적해 주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면접에서 나를 인상에 남도록 표현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 자기소개를 30초, 3분 단위로 준비해 놓고 영문으로도 대비하는 것이 좋다.
면접관이 마지막에 하고싶은 말을 30초 동안 해보라고 했는데, 이때 나는 나의 소개와 학교에 들어오고 싶은 포부를 중3 때부터 준비한 프랑스어로 말씀드렸다. 이때 면접관들이 환하게 웃으셨는데, 합격에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마인드 트레이닝도 중요하다. 한달간 차분히 자신을 정리하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수시에 대비, 면접을 치른다면 당당하게 합격할 수 있을 것이다.
5명의 면접관 앞에 혼자 앉아있을 때 정말로 내가 작아지고 떨리는 기분을 감출 수 없었는데, 한달간의 집중 노력 덕분에 자신감을 갖고 장래 나의 지도교수와 얘기한다는 생각으로 침착하고 편안히, 예절바르게 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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