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13 지방선거와 12월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대 지각변동을 향해 움직여 가고 있다. 현재 여야에서 추진되고 있는 정계개편은 성사될 경우 선거의 기본 판세를 뒤바꿔 버리게 된다.민주당에서는 노무현(盧武鉉) 후보가 대선후보 확정과 함께 DJ 및 YS와의 연쇄 회동 등으로 신민주 대연합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키고 있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는 여기에 맞서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 등과의 협력 가능성을 열어 두면서 보수 대연합의 기치를 들었다.
이 양대 세력은 서로 상대방 의원들의 영입까지도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 잔류 여부를 놓고 정치상황을 저울질하고 있는 이인제(李仁濟) 의원과 한국미래연합 창당을 서두르고 있는 박근혜(朴槿惠) 의원, 무소속 정몽준(鄭夢準) 의원 등이 앞으로 어떤 그림을 그려 갈 것인지도 정계개편 정국의 큰 변수로 주목 받고 있다.≫
■ 與 '新민주대연합' - YS결단 '첫 관문'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민주당과 김영삼(YS) 전 대통령 세력을 한 데 묶어 추진하려고 하는 신민주대연합 방식의 정계개편은 YS의 결단만을 남겨둔 상태다. 노 후보는 1일 기자 간담회를 통해 전날 YS와의 회동과 관련, “부산시장 선거와 관련된 이런저런 걱정거리를 말씀 드렸고 이제 김 전 대통령이 의중을 밝혀 주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신민주대연합 정계개편은 부산시장 문제를 고리로 하고 있고 이것이 타결되면 정계개편은 사실상 절반이상 성사된 것이나 다름없다. 노 후보가 YS의 지지를 바탕으로 부산시장 선거를 승리로 이끌면 정계개편의 동력은 막강해진다.
노 후보는 “(김 전 대통령의 결단은) 15년 가까이 갈라져 있던 정치세력이 협력하는 계기를 만드는 중대한 정치적 행위다”고 그 역사적 의미를 강조하면서 “충분히 숙고하고 격식을 갖춰서 답변을 할 수 있도록 기다리는 것이 도리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노 후보가 YS와의 회동에서 문재인(文在寅) 변호사, 한이헌(韓利憲) 전 청와대경제수석뿐만 아니라 한나라당 박종웅(朴鍾雄) 의원의 실명을 거론하며 이 가운데 한 사람을 부산시장 후보로 추대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민주계인 한 전 수석이나 YS의 대변인 격으로 ‘복심(腹心)’으로 통하는 박 의원이 민주당 간판으로 부산시장 선거에 나가는 상황은 당장 DJ-YS간 정치적 관계의 복원으로 이어진다.
“YS의 뜻에 따르겠다”고 밝힌 박 의원이 부산시장 선거에 나서게 되면 한나라당 이탈 1호가 되는 것이고 추가 이탈자가 생길 여지도 그만큼 커지게 된다.
노 후보는 “김 전 대통령이 정치적 결단을 신중하게 내릴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 나를 지지해 줄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노 후보측 한 핵심 인사는 “YS에게 너무 의존하다가 지지를 안 해주면 큰 일 아닌가”라는 질문에 “전혀 준비 없이 그런 얘기를 했겠느냐”고 말했다.
노 후보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YS가 민주세력 대통합, 국민통합에 동의를 해 줬다고 밝힌 점과 신민주대연합의 구체적 대상이 YS 민주계임을 공개적으로 언명한 것도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노 후보는 “DJ 및 민주당 세력과 YS 민주계 세력이 나를 매개로 하나로 뭉칠 수 있는 역사적ㆍ정신적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며 YS가 민주세력 통합론에 동의했다고 말해 신민주대연합 정계개편이 상당부분 진행됐음을 시사했다. 노 후보는 이인제 전 상임고문의 거취가 변수라고 하면서도 충청민심을 끌어 안을 수 있는 제2, 제3의 복안이 있다고 밝혔다.
/고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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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野 '보수연합론' - 가까워진 昌-JP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보수세력 연합을 축으로 하는 국민 대통합론을 들고 나왔다.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를 모두 아우르는 대통합을 추진하겠다”는 탈 이념의 기치를 내걸고 있지만, 그 중심은 어디까지나 민주당 노 후보의 신민주 연합론과 대각을 이루는 보수 세력 결집에 있다.
얼마 전까지 불편한 관계였던 한나라당과 자민련의 접근은 이런 맥락에서 예사롭지 않다. 지난달 30일 자민련 김종필 총재가 이 후보와의 연대 의사를 공개적으로 내비친 데 이어 정진석(鄭鎭碩) 대변인이 한나라당 공격 중단을 선언하자, 한나라당도 즉각 이를 환영했다
실제 양당의 연대 성사 가능성은 그 어느 때 보다 높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노 후보의 신민주 연합론이 김 총재의 선택 폭을 줄인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노 후보가 DJ와 YS의 재결합과 과거 민주세력의 연합이라는 정체성을 뚜렷이 함으로써 김 총재의 참여 여지를 봉쇄했다는 얘기다. 따라서 그로서는 같은 보수 색채의 한나라당 쪽으로 진로를 잡을 수 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김 총재가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갈 지 걱정되는 사람”이라고 노 후보 비판을 시작한 것도 이 연장선상에서 해석된다.
한나라당의 김영삼 전 대통령 우군화 작업도 보수 대연합의 일환이다. 한나라당은 김 전 대통령과 노 후보의 우호 분위기에 우려를 표시하면서도, 결국은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입장차이가 양측의 협력을 가로 막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다시 말해 한나라당이 반DJ와 보수 결집을 명분으로 김 전 대통령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는 여지도 상당하다는 주장이다.
YS및 JP와의 제휴는 영남권 수성, 충청권 석권을 의미하는 대선 필승 구도라는 분석. 이렇게 되면 이인제 박근혜 의원 등 제3세력과 민주당내 보수파 일부도 한나라당 구심력의 영향권에 들어올 것이라는 기대다.
그러나 노 후보측과는 달리 한나라당의 개편 움직임은 그리 적극적이지 않다. 아직 여건이 무르익지 않았고, 현실적 걸림돌 또한 적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당장 자민련과의 관계 개선도 당내 개혁파의 반발 때문에 조심스럽고, 내각제 개헌 요구도 부담이다.
이 후보의 한 측근은 “지금은 우리가 주도적으로 나설 상황이 아니다”며 “6월 지방선거 후에야 이합집산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렇게 볼 때 현 단계에서 한나라당의 국민 대통합론은 신민주 연합론에 맞불을 놓기 위한 기 싸움용 카드에 국한되는 인상이다. 지금 한나라당의 관심은 지방선거의 PK수성을 위한 김 전 대통령 끌어안기에 온통 쏠려 있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 제3세력 연대 - 박근혜, 이인제에 손짓
정계 개편의 양축인 ‘신민주연합’, ‘보수연합’ 이상으로 눈길을 끄는 것은 이인제(李仁濟) 박근혜(朴槿惠) 정몽준(鄭夢寯) 의원 등 3인의 연대 가능성이다. 이들은 공개적으로 밝히지만 않았을 뿐 연대의 필요성에는 이해가 일치한다. 대선 출마 의지가 확고한 세 사람으로서는 대선 구도가 여야 후보의 맞대결로 매듭되길 원치 않고 있다.
이들이 ‘공유 결합’에 성공, 여야 대결 틈새를 비집고 대선 경쟁에 뛰어들 경우 대선 판도는 한결 복잡해 진다. 물론 명분 확보도 쉽지 않고 저마다 조역보다는 주역이 되길 바라고 있어 ‘반(反)노무현ㆍ비(非)이회창’ 연대가 가능할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이들 가운데 박 의원이 가장 빠르고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는 17일 창당 예정으로 지난달 26일 가칭 한국미래연합 창당준비위를 띄웠다. 창당을 서둔 데는 정계개편에 대비, 제3 세력의 대표성을 선취하려는 의도가 깃들어 있다. 박 의원은 1일 “이 의원과는 맞는 것이 꽤 있다. 만나고 싶다”고 밝혔다. 우선적으로 이 의원과 손잡고 싶다는 뜻으로 이 의원의 대선 출마가 쉽지 않으리란 계산도 깔고 있다.
이 의원은 후보 경선 패배의 후유증 때문인지 아직 적극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2일 동남아에서 귀국하자마자 3일 자민련 김종필 총재를 만날 예정이다. 그것이 바로 중부권 신당의 가시화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그 가능성을 열어 두는 포석일 수는 있다. 이 의원은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정계 개편이 본격화하는 시점을 포착, 탈당 명분을 얻고 제3 세력 결집에 나서려 할 가능성이 크다.
정 의원은 “월드컵이 끝난 뒤에 보자”는 자세에 변함이 없다. 여야 대선 주자를 중심으로 한 ‘헤쳐 모여’ 방식의 정계개편이 유력한 만큼 자신의 최종 선택은 월드컵 경기 결과에 좌우된다는 생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 의원 역시 자신의 대권 도전을 도울 제3 세력의 결집이면 모를까 ‘대통령 만들기’를 위한 연대에는 회의적이다.
/이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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