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이 30일 북한으로부터 대화 제의를 받았음을 이례적으로 성명을 통해 공식 발표하고 특사 파견 일정과 의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동결됐던 북미 대화가 조만간 18개월여 만에 재개될 전망이다.우여곡절 끝에 북한과 미국이 대화의 마당에 나서기로 했지만 대화에 나서는 양측의 입장이 판이해 협상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아 보인다.
■특사 방북 일정과 대화 수준
백악관은 대변인 명의의 성명에서 “미국은 조만간 대화 시기와 기타 구체적인 사항을 결정토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뉴욕 채널을 통한 교섭에서 특사 방북 일정과 의제가 아직까지 합의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 국무부 고위 관계자는 “현재 특사 파견 일정과 협상 채널 수준을 협의 중”이라고 말하고 “미국의 특사로는 잭 프리처드 대북교섭담당 대사가 확실시되며 방북 시기도 5월을 넘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로 미루어 북측이 특별한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한 프리처드 대사가 5월 중 방북해 김계관(金桂寬) 외무성 부상이나 강석주(姜錫柱) 외무성 제1부상을 상대로 협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이에 대해 “현재로서는 프리처드-김계관 라인이 가동될 전망”이라고 말하고 “프리처드 대사가 백남순 외무상이나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과의 면담도 추진 중이지만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대화 의제
어렵사리 재개된 북미 대화의 순항 여부는 의제 문제로 모아진다. 백악관은 성명에서 “2001년 6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개발 계획과 수출, 제네바 기본 합의 이행, 재래식 군사력, 기타 다른 관심 분야 등에 관한 미국의 광범위한 관심사를 논의하기 위해 전제 조건 없는 회담을 제안한 바 있다”고 밝혀 지난해 6월 대화 재개 제의 당시 내걸었던 이른바 4대 의제를 테이블에 올릴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북미 간의 4대 현안에 대해 양측의 입장차가 현격해 협상은 난항을 거듭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먼저 미사일 문제의 경우 미국은 9ㆍ11 테러 이후 대량 살상무기의 비확산을 대테러 전쟁의 주요한 이슈로 중시하고 있어 첨예한 충돌이 예상된다.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 재개 문제는 북한이 내년까지 일단 중단할 것을 수 차례 천명한 바 있어 다소 손쉬운 타협이 이뤄질 전망이다. 그러나 수출 중단 문제는 북한이 과거의 현금보상 전략을 고수할 것으로 보여 난제 중의 난제로 대두될 게 뻔하다.
제네바핵합의 이행 문제도 북한이 경수로 건설 지연을 이유로 ‘전력 보상’을 내세우는 데 반해 미국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의한 사찰을 늦어도 올 여름 안에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쉽지 않은 문제다.
또한 재래식 군사력 문제도 북한이 ‘자주권에 관한 사항’이라며 주한미군 철수와 연계시킬 것으로 보여 타협이 쉽지 않아 보인다.
또한 미국이 이번 성명에서 ‘기타 다른 관심 분야’를 추가한 점도 주목된다. 이에 대해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미국이 북한의 열악한 인권상황과 대 테러전쟁에 대한 명확한 입장표명 등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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