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가 그 동안 약점으로 지적돼 온 ‘외교 역량’강화를 위해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노 후보는 1일 기자간담회에서 “지금까지 대통령 후보로서 대미 관계 등 민감한 문제에 대해 충분히 준비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앞으로 당이 가진 역량을 최대한 동원해 혼선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노 후보의 발언은 앞으로의 대선 과정에서 이충렬(李忠烈) 전 국제담당 특보의 대미 발언 파문과 비슷한 사태의 재발을 막고, 자신에 대한 외국의 불안감을 조기에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당 안팎의 분석이다. 노 후보가 이날 이충렬씨의 사표를 전격 수리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노 후보는 국제감각과 외교 역량을 대폭 보강하기 위해 당내 미국통이자 한미의원외교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유재건(柳在乾) 의원에게 이미 도움을 요청한 상태다.
유 의원은 “그 동안 김대중 대통령과 우리 당이 추진해 온 대외정책을 승계한다는 것이 노 후보의 기본 원칙”이라며 “조만간 당내외 인사로 구성된 10여명의 자문단을 발족해 외국에서 관심을 가질만한 구체적인 외교정책과 공약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이 여전히 가까운 동맹국임은 사실이지만 예전처럼 무조건 충성하거나 따라가기식의 관계가 아닌, 21세기에 걸맞는 협력 관계와 파트너십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노 후보가 필요할 때만 미국에 가고, 미디어 등을 통해 미국 국민들을 상대로 얘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유 의원은 최근 한미정책포럼과 국회 외교위 소속 의원, 해외 유학파 의원, 경기고 동문인 전직 외무장관 등 외교 전문가와 학자들을 두루 접촉, 광범위하게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내달 30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의원외교협의회 연례 세미나를 통해 노 후보의 외교정책을 설명한다는 복안도 세워놓고 있다.
^노 후보 역시 공식채널과 별도로 나종일(羅鍾一) 주영대사와 문정인(文正仁) 연세대 교수, 민주당 김민석(金民錫) 의원의 형으로 미국에 거주하는 김민웅 목사 등을 만나 대미 관계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정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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