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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홍 前국정원과장 검찰진술서 파문 / 국정원,與총선자금 창구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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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홍 前국정원과장 검찰진술서 파문 / 국정원,與총선자금 창구였나

입력
2002.05.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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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이 16대 총선 직전 외부의 요청으로 거액을 모아 전달한 사실이 수사기록을 통해 확인됨에 따라 국정원이 여당의 총선 자금 창구였을 가능성이 짙어졌다.특히 국정원이 이른바 총선자금 모금으로 추정되는 ‘특수사업’의 자금 마련을 위해 진승현(陳承鉉)씨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사실이 새롭게 확인된 것은 충격적이다.

사실상 ‘진승현 게이트’의 출발점이 국정원의 진승현 포섭 공작이었다는 점에서 ‘진승현씨의 금감원과 검찰 조사 무마를 위한 구명로비’라는 게이트의 성격 자체가 뒤흔들리고 있다.

■특수사업은 총선 자금 모금인가

정성홍(丁聖弘) 전 국정원 과장은 검찰에서 “나와 엄익준(嚴翼駿) 전 2차장은 모 인사가 필요로 하는 특수사업비를 조달하는 창구 역할에 불과했다”고 진술했다.

2000년 3월께 외부로부터 비용이 많이 필요한 특수사업의 자금 지원 요청이 왔고 자신은 그 자금을 진씨에게서 마련해 주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정 전 과장은 모 인사에게서 4월11일 이전 연락을 받았으나 진씨가 해외출장 중이어서 귀국후인 4월 18,19일 여의도 국회 앞의 거평마트 주차장에서 이 인사에게 2억원을 전달했다.

그러나 당초 외부 인사가 요청한 액수는 이보다 훨씬 많았던 것으로 정 전 과장은 진술하고 있는데다 추가 자금 요청이 받아들여졌는지 여부는 조사되지 않았다.

국정원이 말한 특수사업은 무엇이고 모 인사는 누구일까. 정 전 과장은 이에 대해 함구하고 있지만 정황상 총선자금 모금일 가능성이 높다.

자금 전달 요청이 온 4월11일은 총선을 불과 이틀 앞두고 ‘실탄’이 절실했던 시점이었다.

실제 정 전 과장은 4월8일 진씨와 함께 민주당 김홍일(金弘一) 의원에게 “선거자금에 보태라”며 1억원을 주려 했으나 김 의원이 사양한 사실이 검찰 수사로 밝혀지기도 했다.

자금 요청자는 여권 핵심 라인일 것이 확실시된다. 여권 내에서도 국정원을 움직일 정도의 파워를 가진 인사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1일 검찰에 소환된 권노갑(權魯甲) 전 민주당 고문에게도 의혹이 쏠린다.

권씨가 총선 과정에서 소장 후보들에게 자금 지원을 하는 등 중심적 역할을 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러나 권씨측은 “국정원과는 전혀 인연이 없다”고 전면 부인했다.

■국정원의 진승현 포섭 공작

2000년 1월 제주지부에 근무했던 정 전 과장은 엄 차장의 추천으로 경제팀장으로 발탁된다.

엄 차장은 은밀히 정 전과장을 불러 “중요한 사업이 있다”면서 사업자금 확보를 위해 진승현에 대해 파악해 보라고 지시했다.

정 전 과장은 진씨와 친분이 있던 일본인 2세 사업가에게 “다리를 놓으라”고 요청, 4월6일 강남의 한 호텔에서 우연을 가장한 술자리를 만들어 진씨의 마음을 떠보았다.

진씨는 이 자리에서 “돈은 벌었지만 국가를 위해 사용할 방법을 몰라 답답하다”며 정 전 과장 마음에 쏙드는 대답을 했다는 것이다.

정 전 과장은 “김홍일 의원에게 1억원을 주자고 한 것도 진씨의 본심을 시험해 보기 위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이후 두 사람은 호형호제 하는 사이로 발전했고 이런 만남은 진승현 게이트의 서막이 되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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