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전쟁에 관한한 할리우드가 더 이상 무엇을 얘기할 수 있을까.전쟁의 공포와 광기라면 ‘플래툰’ ‘지옥의 묵시록’ ‘디어 헌터’가 있고, 전장에서의 적나라한 인간심리라면 ‘신 레드 라인’이 있다.
비록 다른 전쟁을 소재로 했지만 미국의 패배를 충격적으로 그린 ‘블랙 호크 다운’도 나왔다.
랜달 월레스 감독의 ‘위 워 솔저’(We Were Soldiers)는 그런 점에서 새로울 것도 없고, 매력적이지도 않다.
1965년 11월 베트남 아이드랑 계곡에서 미국 공수부대 제7기갑부대 1사단 병력 395명이 거의 전멸한 3일간 사투.
당시 종군기자인 조 갤로웨이(배리 페퍼)의 현장기록 ‘우리는 한때 젊은 군인이었다’를 영화화한 ‘위 워 솔저’는 제목처럼 전투경험이 전혀 없이 전장에 투입된 미국 젊은이들의 위대한 용기와 조국사랑, 전우애와 희생정신을 그린다.
베트남으로 가기 전 지휘관인 무어 대령(멜 깁슨)은 군인들과 가족을 모아 놓고 일장 연설을 한다.
“중국인 흑인 인디언이나 유대교도, 이교도 모두 미국인이다. 차별이 없다. 영원히 안식할 가정을 지키려 전쟁에 간다”고.
그의 말에 모두 감격하고 비장해진다. 이 무슨 망발인가. 월맹군이 언제 미국의 안전을 위협했는가.
아내들은 아껴둔 드레스를 입고 마지막 환송파티를 연다. 영화는 전장의 피비린내 나는 전투와 병사들의 죽음을 느리고 사실적인 영상으로 묘사함으로써 그들만의 비극성을 강조한다.
“병사들을 남겨 놓고 혼자 돌아 갈 수 없다”며 철수명령을 거부하는 무어 대령의 희생정신에 병사들은 기꺼이 전선을 사수하고, “조국을 위해 죽게 돼 기쁘다”는 말을 남기며 숨을 거둔다.
그들의 전사통지서를 받아 든 아내들은 가장 슬픈 몸짓으로 오열한다. 인간의 생명보다, 행복한 가정보다 더 소중한 것이 어디 있을까.
단 전제가 있다. 인종과 종교와 문화를 초월하되 미국인이고, 미국의 가정일 것.
지난해 9.11테러를 겪은 미국인들은 이 영화를 보며 눈물을 흘렸다. 할리우드는 이렇게까지 기꺼이 퇴행을 자처하면서까지 베트남 전쟁으로 다시 국가주의를 부르짖는다.
그나마 그럴듯한 전투장면조차 40분이나 지루하게 기다려야만 볼 수 있다. 3일 개봉.
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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