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대통령의 아들들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대통령의 세 아들이 모두 갖가지 정치적 루머와 비리 의혹에 연루되어 있다.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는 곧 밝혀지겠지만 적어도 상당한 정도는 결코 헛소문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불행한 일이다.
따지고 보면 대통령의 아들이 문제가 되어 대통령 자신이 불행해진 경우가 처음은 아니다.
당장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씨 역시 이권에 개입하고 부정한 돈을 받았다가 구속까지 당했다.
그 일 때문에 대통령의 권위는 땅에 떨어지고 심각한 레임덕에 걸리고 말았던 것이다.
나는 언젠가부터 이런 지론을 갖게 되었다.
"대통령의 아들을 시베리아 벌판에라도 데려다 놓아 보아라. 아마도 수백, 수천명이 봉투 들고 이권 청탁하러 몇 ㎞라도 줄을 설 것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권력이란 것은 그런 것이다. 청와대를 빙자한 사기범죄가 판을 치는 것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다.
청와대라는 말만 들어도 사람들은 속아넘어갈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할 정도로 그 권위는 여전히 산천초목을 뒤흔든다.
그런데 대통령의 아들이란 얼마나 '지엄'한 자리인가. 그 권력의 주변에 불나방처럼 맴돌며 '한탕'을 노리는 자들이 수없이 많기 마련이다.
이 정부 초기에 이미 김홍걸씨의 강남사무실이 문제되었다.
그때 참여연대에서는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는 말을 상기시키며 대통령에게 그 사무실의 폐쇄를 요구했다.
그랬더니 청와대 친인척 담당 비서관과 아태재단 사무차장이라는 사람이 전화로 변명과 항의를 해 왔다.
그들은 한결같이 김홍걸씨가 이미 자신의 위치를 알만한 나이가 되었음을 상기시키며 "어찌 김현철과 같은 철없는 짓을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나아가 "대통령의 아들은 프라이버시가 없는가"라며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런데 결국 그게 화근이었다. 사무실이 온갖 비리와 이권 개입의 온상이 되었다는 보도이다.
김현철씨의 경우에도 당시 광화문의 비밀 사무실이 문제였다. 대통령의 아들은 행적이 없어야 한다. 버젓이 사무실을 열어두고 있는 것은 "돈 가지고 오너라"는 요구에 다름 아니다.
김현철씨가 구속되던 당시 마침 나는 대만을 여행 중이었다.
대만 신문들 역시 '자식을 잘못 가르친 죄'라는 제목을 달고 있었다.
그렇다. 자식의 잘못은 자식의 죄로 그치지 않고 그것은 바로 부모의 죄가 되는 것이다.
물론 김대중 대통령이 아들들에게 비리에의 개입을 교사했거나 묵인했을 리가 만무하다. 그러나 단지 몇 차레 불러 엄히 단속했다는 것만으로 '자식을 잘못 가르친 죄'가 면책될 수는 없다.
대통령 아들이라는 자리가 그런 단속의 말 몇 마디로 온전히 지켜질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엄연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런 사정을 몰랐다면 김 대통령은 우리의 사회 현실을 정말 몰라도 한참 몰랐다는 말이 된다. 콧잔등 밑에서 벌어지는 일을 모르고 국정은 어떻게 잘 챙겼을 수 있는가.
따지고 보면 이 모든 일이 김대중 정부의 총체적 개혁 부실에서 비롯된다. 아직도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말만 들어도 청탁이 먹혀 들어가고 인사 개입이 가능한 상황이라는 증거다.
이른바 낙하산 인사가 여전하고 로비가 그대로 통하는 세상은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위세를 이용한 비리가 난무할 조건과 토양을 마련해 주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대통령의 아들 수사부터 특별검사제를 스스로 도입하고 낙하산 인사와 로비를 막을 근본적 제도개혁에 앞장서야 한다.
단순히 국민 앞에 사과 한마디 하는 것으로 이 엄중한 사건을 비켜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박원순ㆍ참여연대 상임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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