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는 우리를 갑자기 찾아온다. 때론 슬픔으로, 때로는 놀라움으로.” ‘하트 인 아틀란티스’(Heart In Atlantis)는 자신이 초라하다고 느끼는 소년과 초능력을 가진 중년신사의 우정을 포근하게 그린 영화다.물론 나이를 뛰어넘은 우정은 시각장애 부호와 아르바이트 소년의 우정을 그린 ‘여인의 향기’에서도 보인 적 있지만 알 파치노보다 더 원숙한 앤서니 홉킨스는 더 많이 알면서도 더 많이 배려하는 너른 사랑으로 소년과 교감한다.
사진작가인 초로의 바비 가필드(데이빗 모스)는 어릴 적 친구의 부음을 듣고 고향으로 향한다.
친구가 그에게 남긴 것은 어릴 적 그가 그토록 갖고 싶어하던 낡은 야구 장갑 한 짝. 슬픔을 함께 나누고 싶었던 또 다른 친구 캐롤마저 이세상을 떠나게 된 것을 알고 그는 마침내 울음을 터뜨린다. 친구의 죽음을 슬퍼할 유일한 사람이 된다는 것, 그게 늙는 일이다.
영화는 그의 회상으로 진행된다.
11세 생일 선물로 꿈에 그리던 자전거 대신 공짜 도서대출증을 받아 우울해진 소년 바비(안톤 옐친).
경리직원인 엄마(호프 데이비스)는 늘 노름꾼이었던 죽은 아버지를 욕하고 “돈이 없다”는 소리만 한다.
그러면서도 늘 새 옷을 사입는다. 중년 신사 테드 브로티건(앤소니 홉킨스)이 바비네 윗층에 이사 오면서 바비의 생활은 달라진다.
바비는 테드에게 신문을 읽어주고, 이상한 사람이 마을에 나타나면 일러주는 대가로 일주일에 1달러짜리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엄마보다 테드와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았던 바비는 그가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초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FBI는 테드를 빨갱이 색출에 이용하기 위해 그를 잡으려 하고, 그는 멍에가 되어버린 능력 때문에 도망자 신세가 되어버린 것이다.
FBI가 자신을 추격해오고 있음을 느낀 테드는 권투 경기에 돈을 걸어 도주할 자금을 마련하지만 바비의 엄마는 그를 신고하고 만다.
테드는 소년에게 돈만 준 것은 아니다. 테드를 통해 벤 존슨(17세기 영국작가)이라는 이름도 알게 됐고 캐롤과 꿈 같은 키스를 하게 될 것이라는 예언도 그를 통해서였다.
테드를 통해 바비는 동네 깡패 소년들에 맞설 힘이 생겼고, 죽은 아버지가 멋진 남자였다는 것도, 어머니의 엄청난 배신도 용서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영화는 자칫 한가할 수도 있는 소년과 어른의 우정에 긴박한 추격 장면까지 설정하는 배려도 잊지 않았다.
마치 아틀란티스에서 한철을 보낸 것처럼 바비에게 테드와 보낸 여름은 꿈같았다. 여름을 보낸 바비는 훌쩍 성장해 있었다.
아이가 성장한다는 것은 어른을 이해하는 능력이 생기는 것!
‘쇼생크 탈출’ ‘그린 마일’을 쓴 스티븐 킹의 1999년 소설을 ‘샤인’의 스콧 힉스가 연출했다. 눈빛 마저 흠잡을 데가 없는 앤서니 홉킨스나 러시아 태생의 눈빛 예쁜 소년 안톤 옐친의 연기가 모두 빛난다.
마지막에 바비가 캐롤의 딸을 만나는 장면은 사족. 10일 개봉. 12세.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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