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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상생의 정치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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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상생의 정치를 위해

입력
2002.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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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첫날 아침이 밝았다.촉촉이 대지를 적신 봄비 덕분에 더욱 상쾌한 아침이다.

메말랐던 논을 일구고 모판을 둘러보는 농부의 얼굴에 웃음이 번지고 있다.

작년에 수확한 벼가 그대로 창고에 저장되어 있을지라도 올 농사를 거를 수 없기에 분주히 모내기를 준비하는 농부들의 마음을 헤아려본다.

지금 당장은 어렵지만 그 어려움을 헤쳐 나가다 보면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농부들은 오랜 경험을 통해 알고 있는 것인지.

어떤 어려운 상황에도 희망을 잃지 않는 모습, 일희일비하지 않고 꾸준히 내 갈 길을 가는 농부의 마음을 닮고 싶다.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긍정적인 자세가 중요하다.

근거 없는 낙관도 문제지만 지나친 자기 비판도 경계해야 한다.

우리 정치에 대해 국민이 부정적 시각을 갖게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요즈음 정치불신은 더욱 커지고 있다.

연일 불거지는 비리의혹과 여전히 계속되는 여야간 상호비방과 독설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의 정치에 대해 희망을 갖기 어렵다.

그러나 한 발 뒤로 물러서 우리의 정치 현실을 바라보면 그리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짚신과 우산을 파는 두 아들을 둔 부모는 비가 오나 개나 걱정이 그칠 날이 없었으나, 마음을 달리 하니 하루하루가 마음 편한 날이 되었다는 일화가 있다. 우리의 정치도 마찬가지 아닐까?

시각을 달리하면 우리의 정치도 꽤 좋아졌다.

물론 우리의 정치가 만족할 만한 수준에 도달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과거에 보이지 않았던 불합리한 측면과 혼란스러움이 더욱 눈에 띄고 있다.

예전 같으면 세상에 밝혀져 여론의 질타를 받지 않았을 일들도 이제는 수면위로 떠올라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정치발전의 반증이다.

우리의 정치를 비판하는 것은 진정 필요하지만 지나친 자기비하는 좌절감을 낳고 정치불신을 증폭시키는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

비난하고, 좌절하고 불신하는 자세에서 벗어나, 우리가 이룬 민주화의 결과물을 음미하고 자신감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의도적으로 밝은 측면을 보려는 자세도 종종 필요한 것이 아닌가.

많은 외국 학자들은 지난 10여 년간 우리가 이룩한 민주화의 역정을 높이 평가한다.

다른 나라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시민들의 민주화 열기와 역동성은 우리의 자산이다.

전직 대통령 두 명이 동시에 수감되는 모습을 지켜본 한 외신기자는 우리 국민의 민주적 잠재력에 놀라워 했다.

우리나라에서 민주를 꽃피우기보다 쓰레기 더미에서 장미를 찾는 편이 쉬울 것이라던 예측은 망발이었다. 6. 29 선언으로부터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 출범, 그리고 최근 국민참여 경선제에 이르기까지 많은 우여곡절과 어려움이 있었으나 꾸준히 우리 길을 걸어 왔다.

앞으로도 더 큰 어려움과 걸림돌이 있겠으나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한국 정치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정치인들도 상대 정당이나 경쟁적 상대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상대방을 끌어내리고 흠집을 내 자신을 드러내려는 네거티브 전략은 결국 모두의 약점을 증폭시키는 결과만을 초래한다.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에 나설 후보들이 속속 가시화하고 있다.

선거에 임하는 후보들이 상대의 좋은 점을 인정하고, 자신은 그보다 더 큰 장점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하는 모습을 그려보는 것은 지나친 상상력의 비약일까.

유권자들도 특정후보는 절대 불가하다는 자세보다 어느 후보라도 좋지만 특정 후보가 민의의 대변인으로서 좀 더 낫다는 자세를 갖는다면 정치가 한층 순화되리라 믿는다.

5월은 감사와 칭찬의 달이다. 부모님과 선생님께 감사하고 우리의 희망인 어린이들에게 칭찬의 말을 아끼지 말자.

동시에 민주화를 위해 희생을 아끼지 않은 모든 사람에게 감사하고, 현재 정치에 몸담고 있는 정치인들을 칭찬하고 힘을 북돋아 주자. 상생의 정치를 위해서.

이정희 한국외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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