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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D-30 / 히딩크호는 전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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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D-30 / 히딩크호는 전진한다

입력
2002.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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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호가 출범한지 이제 1년5개월이 됐다. 앞으로 30일 뒤면 히딩크호는 냉정한 심판대에 선다. 다행히 최근 대표팀의 전력이 안정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그 역정은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히딩크호의 발전과정과 과제를 분석해 본다.▼실험기(2001년1~12월)

지난 해 1월 출범한 히딩크호가 첫 출전한 대회는 홍콩 칼스버그컵이다. 이 때 히딩크 감독이 처음 들고 나온 시스템은 한국대표팀이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4_4_2였다.

그러나 4백시스템은 처음부터 성공이 어려워 보였다. 지난 해까지 4백라인을 7차례 가동했지만 1승2무4패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해 3백의 경우 5승2무1패로 높은 승률을 기록했다.

히딩크 감독에게 2001년은 실험기였다. 수비시스템은 물론 선수도 실험했다. 이 기간에 테스트한 선수는 모두 58명에 달했다. 이중 43명이 A매치에 투입됐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실험은 실패였다. 이 때문에 한국적인 특성을 너무 모른다는 비난도 들었다. 4백시스템은 자취를 감추었고 처음에 총애 받던 선수들은 모두 대표팀에서 사라졌다.

실험기간이 길기는 했지만 소득도 있었다. 히딩크 감독이 가장 강조한 것은 선수 각자의 임무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었다. 포지션별로 자기 수비지역을 확실하게 지키는 절제된 움직임, 공격과 수비의 유기적인 플레이를 강조했다.

그러나 전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선수들이 적응하기는 쉽지 않았다. 약간의 변화가 눈에 띄기 시작한 때는 지난해 11월 크로아티아전. 수비가 많이 안정됐고 미드필드의 압박이 많이 좋아졌다는 평가를 들었다. 그러나 공수의 연결고리 부족은 여전했다.

▼3백 정착기(2001년 11월~)

선수들이 히딩크 감독의 전술을 이해하기 시작할 때 쯤 히딩크 감독은 줄곧 3백라인을 가동했다. 히딩크 감독은 초창기 때 4백은 강팀, 3백은 만만한 상대와의 경기에 사용했다. 3백시스템일 때 성적이 좋았던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4백일 경우 미드필드와 수비라인이 간격을 유지 못하고 수비가 쉽게 무너지는 약점을 극복하지 못했다. 반면 3백 시스템에서 수비시 3_6_1, 5_3_2로 전환하며 수비와 미드필드 숫자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고 공격과 수비의 3선이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3백 시스템은 지난해 11월부터 정착됐다.

▼시련기(2002년1~3월 중순))

히딩크 감독의 이러한 판단은 맞아 떨어지는 듯 했다. 그러나 희망을 안고 떠난 올 1월 미국ㆍ남미 전지훈련서 좌절을 맛보았다.

7경기서 승부차기승 한 경기 외에는 단 1승도 올리지 못했고 득점은 겨우 4개였다. 골결정력 부족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여기에 믿었던 수비까지 흔들려 대표팀은 희망이 사라진듯 했다.

▼안정기-다시 기존멤버 중심으로(2002년 3월 중순~)

침체는 유럽 전지훈련 튀니지전(0_0)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지난달 20일 핀란드전(2_0)부터 분위기가 반전됐다. 당초 마음에 두지 않았지만 주위의 권유로 받아들인 안정환 윤정환 홍명보 등 기존 노장들의 활약 덕분이었다.

특히 강호 터키전서는 수비와 미드필드, 포워드진의 3선이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고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여줬다. 히딩크 감독이 강조해온 수비수들의 절제된 플레이가 돋보였다.

최근 코스타리카전에서는 궤도에 오른 느낌이었다. 히딩크 감독은 이제 노장을 축으로 대표팀을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오랜 실험은 끝나고 히딩크호 출범전인 2000년도 대표팀 멤버가 골격이 된 것이다.

현 대표팀은 김태영 홍명보 유상철 황선홍 안정환 이민성 최진철 최용수 등 노장들과 이영표 김남일 송종국 이천수 설기현 등 올림픽대표가 조화됐다.

▼16강은 가능한가-과제

그러나 대표팀은 아직 완성단계가 아니다. 수비조직력이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잘 싸운 코스타리카나 터키전에서도 후반 집중력이 급격히 무너지며 한 두번의 패스에 찬스를 내주는 약점을 노출했다.

또 공격력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강팀을 상대로 할 때는 우리가 한 두차례의 찬스밖에는 가질 수 없다는 점에서 더욱 골 결정력을 높여야 한다. 전문가들은 한국팀이 너무 빨리 상승세의 분위기에 젖어 있는 것 같다고 우려한다.

월드컵 까지는 아직 30일이나 남아 있는데 그렇게 오랜 기간 상승세를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이다. 냉철한 분위기와 치밀한 컨디션 관리야말로 월드컵 16강의 선결조건이라는 지적이다.

유승근기자

usk@hk.co.kr

■숫자로 본 히딩크호

히딩크호는 출범이후 17개월간 28경기를 치러 10승9무(승부차기승 포함)9패를 기록했다. 이중 4백시스템을 구사할 때는 2승2무4패, 3백일 때는 8승7무5패를 기록했다.

28경기에서 대표팀은 총 326개(경기당 11.6개)의 슛을 쏴 34골(경기당 1.21골)을 기록했다. 실점은 36개(경기당 평균 1.28개) 특히 올 1월 미국ㆍ남미 전훈기간 중 7경기서 94개의 슛을 난사하고도 고작 4골 밖에 얻지 못해 골결정력 부족이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기도 했다.최다득점(5골)을 올린 김도훈은 탈락했고 현대표팀 멤버중엔 황선홍이 최다득점(4골)을 기록중이다.

히딩크 감독은 출범 후 총 61명을 테스트했고 이중 43명을 A매치에 출전시켰다. 히딩크 감독이 현재의 멤버를 엄선할 때까지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전에 출전한 대표팀(26명)을 기준으로 할 때 평균 연령은 26.7개월. 98년 월드컵팀이 29.10개월로 3년 이상 젊어졌다. 이는 2000년 올림픽을 치르며 박지성 이영표 설기현 이천수 등 상당수가 대표팀에 합류, 세대교체를 이뤘기 때문이다. 최고령은 황선홍(34세10개월)이고 최연소는 이천수(21세10개월). 박지성 최태욱이 이천수와 동갑이지만 생일이 빠르다.

유승근 기자 u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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