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팀의 유니폼을 입고 응원하는 것은 이제 세계축구 문화의 일부가 됐습니다. 선수들과 똑 같은 색의 유니폼을 입는다는 것은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과 몸과 마음이 하나로 된다는 의미입니다. 선수와 관중을 하나로 만들 뿐 아니라 응원하는 사람끼리도 끈끈한 연대의 감정을 갖게 합니다.그라운드의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데는 똑 같은 유니폼을 입는 것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습니다. 우리는 1998년 프랑스월드컵 네덜란드전에서 엄청난 문화적 충격을 경험한 바 있습니다.
마르세이유 스타디움의 대부분을 차지한 네덜란드 관중의 그 엄청난 함성과 합창, 트럼펫 소리에도 질렸지만 우리 선수들을 가장 주눅들게 한 것은 스탠드를 완전히 뒤덮은 오렌지색 유니폼이었습니다. 경기 하루 전날부터 마르세이유 시내는 온통 오렌지 물결로 뒤 덮였습니다.
몇 년전 브라질에 갔을 때 상파울루에 사는 교포한테 들은 이야기입니다. 그가 처음 브라질에 이민와서 보니 학생들이 거의 다 축구유니폼 같은 옷을 입고 등교를 하길래 처음엔 그 옷이 교복인줄 알았다고 합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교복이 아니라 상파울루의 인기 축구팀 유니폼이어서 축구열기를 실감했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학교 선생님들조차 축구유니폼을 입고 오는 바람에 교장선생님이 훈계를 한 일도 있다고 하니 그 분위기를 짐작할 만 합니다.
응원하는 팀의 유니폼이 일상복이 될 정도로 축구를 사랑하는 브라질 사람들이야말로 세계챔피언을 보유할 자격이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우리나라도 몇 년전부터 ‘붉은 악마’의 등장으로 대표팀 경기가 있는 날 붉은 유니폼을 입은 젊은이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보수적인 전통 때문인지 유럽이나 남미처럼 아직 대중적으로 확산되지 못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일보와 대한축구협회가 전개하는 ‘대표팀 경기일에 붉은 옷 입기’ 캠페인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국민 속으로 확산되어서 다가 오는 월드컵 대회 한국팀 경기장엔 붉은 물결로 넘실대기를 기대합니다.
또 국가대표팀만이 아니라 프로축구장에도 이런 문화가 확산되어 우리나라의 축구문화가 한층 성숙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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