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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50만명 유전자 은행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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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50만명 유전자 은행 만든다

입력
2002.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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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유전자 특성에 따라 성분을 달리한 ‘맞춤약’ 개발의 기초가 될 수 있는 유전자 은행이 영국에서 곧 설립된다.50만 명의 유전자 정보를 담을 ‘바이오뱅크(biobank)’라는 이름의 이 은행은 세계 처음은 아니지만 현재까지는 가장 방대하고 다양한 인종을 포괄하는 유전자 정보 은행이 될 전망이다.

영국 보건부와 세계 최대 의학연구 재단인 웰컴 트러스트, 의학연구위원회는 29일 50만 명의 유전자 정보와 질병 관련 개인 정보, 생활 습관 등의 자료를 모을 ‘바이오뱅크’ 설립 재원으로 4,500만 파운드(900억원)를 승인했다고 영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별도 법인 ‘바이오뱅크 UK’가 전담할 이 사업은 3년 전에 제안됐으나 사생활 누설이나 정보 오용 등의 윤리적인 문제로 그 동안 출범이 지연돼 왔다.

바이오뱅크의 유전자 정보는 영국 전역의 45~69세 자원자 남녀에게서 수집된다. 이 작업은 단순히 유전자 정보만 모으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질병 기록과 생활 습관 등의 자료를 수집해 발병의 다양한 요인들을 종합으로 연구ㆍ분석한다는 게 특징이다.

초기 목표는 사람들마다 특정 약물에 왜 다르게 반응하는지를 밝히는 것이며 궁극에는 유전자끼리, 또 환경 요인이 어떻게 상호 작용해서 병을 만들어내고 진전시키는가를 규명할 계획이다.

조지 라다 의학연구위 위원장은 “이 작업은 의학의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이며 “20년 후면 다양한 질병의 유전적 기초와 그에 대한 반응에 영향을 주는 개인의 유전적인 차이를 알게 된 의사들이 유전자 구조에 맞춘 처방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웰컴 트러스트 대변인은 “2~3년 안에 수집 자료에 대한 평가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 작업의 성과물을 오용하거나 개인 비밀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시민단체인 ‘유전자감시(GeneWatch) UK’는 이 계획을 실행하기 이전에 관련법을 제정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법의 제한이 없으면 수집된 정보를 제약회사 등에서 사사로운 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이유다.

이 단체 관계자는 “담배 회사들이 바이오뱅크의 정보를 이용해 담배 연기에 취약한 유전자에 대한 연구를 하지 말란 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바이오뱅크측은 수집한 정보를 책임 있게 사용하도록 감독하는 독립 기구를 설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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