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극을 쭉 보아온 이들에게 국립창극단이 이달 선보이는 완판 창극 ‘성춘향’은 색다른 체험이 될 것 같다.3~12일 국립극장 해오름장에서 만나게 될 이 공연은 ‘보는 창극이 아닌 듣는 창극’을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판소리를 창극으로 무대화하는 과정에서 연극적 이야기 구조와 시각적 효과를 강화하는 데 치중해온 그간의 경향과는 거꾸로 간다.
“창극은 무엇보다 음악성이 돋보이는 형식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연출가 김아라(46)의 생각이다.
“창극을 굳이 연극적 틀에 맞춰 양식화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판소리 자체에 극이 흐르고 장단과 움직임이 있기 때문에 거기에 맞추면 그대로 연극이 되고 양식이 된다. 따로 춤을 만들어 넣지 않아도 소리꾼의 발림(몸짓)이 곧 춤이다. 우리 말의 감칠 맛과 장단이 살아있는 아니리(말)를 사실주의 연극식 대사로 바꿀 필요가 있는가. 소리로 모든 것을 표현하는, 눈 감고 들으면 한 사람이 하는 것 같은, 물 흐르는 듯한 무대를 만들겠다.”
이러한 시도는 100년 전 국내 최초의 서양식 극장인 협률사(나중에 원각사로 개칭)에서 처음 선보인 창극의 원형에 가까운 것이다.
그때도 춘향전이었는데, 특별한 연극적 장치 없이 그저 혼자 하던 판소리를 역할에 따라 여럿이 나눠 하는 분창 형식이었다.
이번 공연은 소나무 몇 그루와 병풍 말고 특별한 세트가 없다. 무대 전환이 없다.
기생점고나 사또 생일잔치 장면에 으레 포함되던 화려한 볼거리도 뺀다. 대신 배우의 소리와 몸짓에 모든 것을 응축시켜 많은 이미지를 던짐으로써 관객으로 하여금 상상하게 만든다.
그동안의 창극이 여러 유파의 소리를 섞어 짜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만정 김소희제 춘향가로 한다. 하나라도 제대로 정립하겠다는 의도다.
소리를 자르지 않고 하는 완판이라 공연시간이 4시간 반이나 된다.
그중 상황을 설명하고 장면을 이어주는 도창의 몫이 1시간 반에 이르는 것도 기존 창극과 다른 점. 김소희의 제자 안숙선, 이명희가 도창을 맡고 춘향에 유수정 김지숙, 이몽룡에 왕기석 왕기철, 월매에 김경숙 임향님, 변학도에 최영실 윤석안이 번갈아 나온다.
공연은 오후 4시에 시작해 9시 20분에 끝난다. (02)2274-3507
오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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