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대우 오토 앤드 테크놀로지 컴퍼티'(가칭·이하 GM-대우차)가 이르면 오는 8~9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된다.이에 따라 이 회사의 향후 국내ㆍ외 전략에 자동차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GM-대우차의 출범으로 국내 자동차 시장에 대대적인 지각변동이 예상되면서 그동안 내수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했던 현대ㆍ기아자동차 등 ‘토종세력’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GM-대우차의 향후 전략
우선 내수시장 공략에 주력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GM으로서는 아시아에서는 일본에 이어 두번째이고, 세계에서도 일곱번째 규모인 국내 시장이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매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잭 스미스 회장이나 릭 왜고너 사장 등 GM의 최고 경영진도 기회가 있을 때 마다 ‘한국 시장에 주력하겠다’고 강조해왔던 점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신설 법인이 본격적으로 출범하면 지난 해 11%에 머물던 내수 점유율은 상승 기류를 타며 곧바로 20%안팎으로 올라간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대우차는 누비라, 레간자, 라노스 등 ‘대우 3총사’를 연이어 내놓고 마티즈까지 판매하던 1998년 승용차 시장 점유율이 38%까지 오르며 현대차와 선두를 다투기도 해 저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GM도 이날 신설법인의 연간 매출액이 지난 해 매출(4조5,830억원ㆍ상용차 포함)보다 50%정도 많은 50억달러(6조5,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GM의 금융 자회사 GMAC의 국내 진출도 GM-대우차가 국내 시장에 안착하고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GMAC은 최근 시장 조사를 끝내고 신설법인이 가동되는 올 하반기부터 영업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GM은 내수시장 공략에만 머물지 않고 GM-대우차를 기반으로 아시아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GM경영진은 “대우차를 인수하면 아시아 시장 교두보로 삼겠다”며 “향후 아시아 시장에서 25%의 점유율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은 대우차를 제외하고는 생각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GM-대우차는 또 한국과 해외법인 인수대상에 포함된 서유럽, 그리고 독자적인 딜러에 의해 운영되는 호주 등 일부 해외 시장에서 종전대로 ‘대우’브랜드를 사용하되 멕시코 등 새 국가에 대우차를 수출할 경우 기본 GM그룹의 브랜드로 판매키로 했다.
특히 미국시장에서 ‘시보레’ 브랜드를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격전이 예상되는 내수 시장
GM-대우차의 출범으로 국내 자동차 시장은 격랑에 휩싸이게 된다. GM-대우차와 급신장하고 있는 르노삼성차의 ‘시장 빼앗기’와 현대ㆍ기아차의 ‘안방 지키기’을 위한 사활을 건 싸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지난 해 업체별 내수 시장 점유율은 현대차 48.7%, 기아차 27%, 대우차 11.8%, 쌍용차 7.7%, 르노삼성차 4.9%로 현대ㆍ기아차 ‘토종기업’의 점유율이 75%를 넘었다.
그러나 GM이 첨단기술 및 마케팅, 금융상품 등으로 무장한데다 대우차의 점유율 하락이 품질이 아니라 상당부분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이후의 불안심리에 기인했던 만큼 이 같은 요소가 제거됨으로써 빠르게 현대ㆍ기아차의 몫을 잠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GM이 대우차 미국 현지판매법인(DMA)등 대부분 판매법인을 인수하지 않고 이들지역에서 시보레 등의 브랜드로 대우차를 판매할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하청 기지화'논란도 일고 있다.
박희정기자
hjpark@hk.co.kr
■스미스 GM회장
미국 GM 잭 스미스회장과 닉 라일리 신설법인 사장은 30일 본계약 체결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부평공장은 계약서에 있는 대로 4가지 조건만 충족시키면 인수하겠다"고 밝혔다.다음을 일문일답
-앞으로의 계획은.
"대우차와 함께 한국내 시장점유율을 높이는데 주력할 것이고 신제품 개발에 최선을다할 것이다."
-노사문제는 어떻게 풀어갈 것인다.
"노사문제는 주요 관심사로 앞으로 깊은 관심을 갖고 지켜볼 것이다.또 보다 많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대우자동차판매가 이번 인수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이유는.
"대우자판은 GM에게 아주 중요한 회사이다.이번 계약에 포함되지 앟은 이유는 대우자동차의 자회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인수하지 않은 해외법인은 포기하는 것인다.
"GM에서 대우차를 인수하는데 주의 깊게 지켜본 부분은 향후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 어떤 부문을 인수해야 하고 어떤 부분을 포기할 것이가 였다.이에 따라 인수를 결정한 부분과 인수를 하지 않기로 한 부분이 있다."
박희정기자
■대우車매각 본계약 주요내용
▲신설법인은 GM이 67%(4억 달러), 채권단이 33%(1억9,700만달러) 지분 보유
▲신설법인은 채권단에 12억 달러 상당의 우선주 지급
▲신설법인은 대우차 9개 판매법인과 3개 생산시설 인수
▲부평공장은 향후 6년간 신설법인에 차량, 엔진, 트랜스미션과 부품 등을 공급.
▲신설법인은 6년간 부평공장이 연 4% 생산성 향상, GM 품질기준 등을 충족시 추가 인수.
▲신설법인은 한국 등 일부 해외시장에서 ‘대우’ 브랜드 유지.
▲채권단은 신설법인에 20억 달러의 장기운영자금 대출 제공.
▲채권단은 6년간 GM에 2억9,700만 달러내에서 우발채무 손실보전 책임을 짐.
▲한국내 고용은 현 수준을 유지.
■대우차 매각 의미
세계적 자동차 메이커인 GM을 새 주인으로 맞이함으로써 대우차는 파산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벗어났고, 1만5,000여명의 대우차 종업원과 500여 부품협력업체는 안정적인 일터를 갖게 됐다.
펀더멘털이 부실한 한국의 금융시장이 ‘대우 발(發) 연쇄부도’의 불확실성을 완전히 제거하게 됐다는 상징적 의미도 각별하다.
대우차로부터 회수해야 할 돈이 무려 16조원에 달하는 채권단은 본계약에 정식서명은 했지만 당장 손에 쥘 매각대금이 전무한 상태.
오히려 신설법인(가칭 ‘GM-대우차’)에 운영 및 시설자금과 출자금의 형태로 막대한 돈을 토해내야 할 형편이다.
채권단은 매각대금조로 현금이 아닌 12억달러(약 1조5,544억원)의 신설법인 우선주를 연리 3.5%의 이자를 받는 조건으로 넘겨받되 우선주 매각은 10년 후에야 가능하다. 현금은 한 푼도 못 받고 대우차를 팔아 넘기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우차 매각이 갖는 상징성 때문에 수치상으로 매각의 득실을 계산하기는 곤란하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본계약이 대우차 문제를 완전 매듭짓는 것은 아니다. 협상 시작부터 쟁점으로 떠올랐던 부평공장을 포함해 상당수 해외 법인들이 인수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GM은 노사문제나 공장가동률 등 일정조건을 충족할 경우 부평공장을 조기 인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현가능성은 여전히 의문이다.
현재 국내 업체를 대상으로 매각이 추진중인 부산 버스공장과 군산 트럭공장의 처리도 숙제로 남아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인수 제외=파산’이나 다름없는 부실투성이의 해외법인들이다.
채권단은 이집트, 폴란드, 체코, 중국, 필리핀, 루마니아, 인도, 이란, 우크라이나, 우즈베키스탄법인 등 이번 매각대상에서 빠진 대우차 해외법인들에 대해선 독자생존이나 매각을 모색한다는 방침이지만 세금이나 소송 등 우발채무 문제가 복잡하게 얽힌 곳이 대부분이어서 두고두고 골머리를 앓을 것으로 보인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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