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사와 일본 요미우리(讀賣) 신문사가 공동 주최하는 한일교류좌담회가 제6차 서울행사(5월8일~10일)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99년 11월의 제1차 쓰시마(對馬) 좌담회 이후 2년 6개월 만에 대미를 장식하는 것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공동개최의 성공을 기원하고 성숙한 한일관계를 정립하기 위해 양사가 심혈을 기울여 기획한 한일교류좌담회는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식과 내용으로 시작부터 관심을 모았다.
6개월에 한번씩 한국과 일본에서 교대로 개최해 온 좌담회는 양국의 지성들이 마음을 열고 과거, 현재, 미래를 조망하는 진지하고 솔직한 토론의 장이었다.
그동안 쓰시마섬-강화도-나라(奈良)-경주-하코네(箱根)를 방문하며 좌담회를 가졌다.
좌담회에는 양국에서 각각 3명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이어령(李御寧) 전 문화부장관과 일본의 저명한 철학자 우메하라 다케시(梅原猛) 전 일본펜클럽회장이 좌장으로서 전체 좌담회를 이끌고, 주제에 따라 매번 토론자를 교체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제5차 하코네 좌담회까지 모두 20명의 토론자가 참여했다. 역사학자, 철학자, 경제학자, 민속학자, 영화감독, 평론가, 배우, 가수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은 날카로운 비판과 솔직한 반성, 때로는 재미있는 유머를 교환하며 좌담회를 빛냈다.
좌담회 기간 중에는 방문지의 역사 유적지를 답사하며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려는 노력도 기울였다.
토론자들은 답사를 통해 상대에 대한 고정관념과 오해를 바로잡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미즈오 히로시(水尾比呂志ㆍ제4차 경주 좌담회 참석) 일본민예협회 이사는 “지금껏 한국을 공부해 왔지만 실제로 현지를 방문해 이야기를 듣고 의견을 나누어보니 책을 통한 이해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절감했다”며 즐거워했다.
월드컵 직전 서울에서 열리는 마지막 좌담회는 그동안의 토론을 바탕으로 한일 양국의 바람직한 미래상을 제시하는 자리이다.
주제도 “한일 국가간 통합력을 바탕으로 한 아시아 문화의 세계발신”(가제)이라고 정했다. 한국측에서 이어령 전 장관과 박우희(朴宇熙) 서울대 교수, 신영언(申英彦) 성신여대 교수가, 일본측에서 우메하라 다케시 전 일본펜클럽 회장,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 게이오(慶應)대 교수, 가미가이토 겐이치(上垣外憲一) 데쓰카야마(帝塚山)학원대 교수가 토론자로 참석한다.
/김철훈기자
chkim@hk.co.kr
■한일교류좌담회 일지
①제1차 교류좌담회
1999년 11월6일~8일 일본 쓰시마(對馬)섬 주제 ‘한일교류의 바람직한 상태-조선통신사의 행적과 선각자 아메노모리 호슈(雨森芳洲)’
②제2차
2000년 5월19일~20일 인천 강화도 ‘한일 근대의 기로-병자수호조약 전후’
③제3차
2000년 11월7일~8일 일본 나라(奈良) '한일 문화의 원류와 교류-고대 한반도와 일본열도의 교류사'
④제4차
2001년 6월2일~4일 경주 '문(文)의 전통 무(武)의 전통-닮았지만 다른 것'
⑤제5차
2001년 11월27일~29일 일본 하코네(箱根) ‘대중문화 교류의 현황과 과제’
⑥제6차(예정)
2002년 5월8일~10일 서울 ‘한일 국가간 통합력을 바탕으로 한 아시아 문화의 발신”(가제)
■좌담회서 쏟아진 말들
*이어령(李御寧ㆍ전 문화부장관ㆍ한국측 좌장)
한일간에 통상(通商)이 통신(通信)이 되는, 정치경제문제가 문화문명으로 되는 패러다임의 변환을 이루어내는 데는 ‘신’(信)이 가장 중요하다.
*우메라하 다케시(梅原猛ㆍ철학자ㆍ일본측 좌장)
이번 좌담이 커다란 역사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모임이라고 생각한다. 일본과 한국의 진정한 친선관계를 만드는 모임이다.
*김태준(金泰俊ㆍ동국대교수)
서로의 언어를 아는 것은 우호ㆍ교류를 위해 중요한 것으로 이를 위해 공부하고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미가이토 겐이치(上垣外憲一ㆍ帝塚山학원대교수)
일본인은 모두 신용할 수 없다거나 침략적이라고 이야기하면 우호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은 설 자리가 없어진다.
*한수산(韓水山ㆍ소설가)
지금은 아이들도 E메일을 주고 받을 만큼 길이 없어도 통신이 가능한 시대이다. 양국이 공통점을 하나하나 발견해 나간다면 길이 열릴 것이라고 본다.
*구로다 후쿠미(黑田福美ㆍ배우)
세세한 문화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상대방의 문화를, 작은 것들 하나하나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문화적 통역을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태진(李泰鎭ㆍ서울대교수)
21세기 우호의 시대에서는 과거 한일 교류사에 대한 인식이 왜곡 위에 만들어진 거짓된 역사라는 것을 알고 탈피할 필요가 있다.
*하라다 다마키(原田環ㆍ히로시마현립여대 교수)
앞으로 일본은 동아시아적 관점에서 한국을 이해해야 한다. 일한관계를 세계의 틀 안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현구(金鉉球ㆍ고려대교수)
아스카(飛鳥)시대 이미 많은 이미 대륙에서 많은 사람들이 일본으로 건너왔다. 10명중 8~9명이 대륙에서 왔다는 기록도 있다.
*우에다 마사아키(上田正昭ㆍ교토대 명예교수)
공통성과 이질성을 명백히 함으로써 상호문화를 이해해야 한다. 공통성만 이야기하면 ‘일한동조론’같은 좋지 않은 동조론이 돼 버린다.
*신경철(申敬澈ㆍ부산대교수)
기원전 2세기 후반 주로 한반도 남부로부터 일본열도로 교류가 이루어졌지만, 일본열도에서도 한반도로 일정하게 들어왔다.
*이노쿠마 가네가쓰(猪熊兼勝ㆍ교토 다치나바여대교수)
서로의 문화를 공통의 연구테마로 삼아 공동연구를 해나가면 좋은 것이 만들어질 것이다.
*정양모(鄭良謨ㆍ경기대 전통예술감정대학권 석좌교수)
한국은 자연을 따른 데 반해 일본은 인위적인 것이 더 아름다울 수 있다는 의식을 가졌다.
*최병헌(崔柄憲ㆍ서울대교수)
극우 인사들이 만들어낸 교과서를 배격한다는 점에서 일본 대부분의 양심적 지식인들은 우리와 생각이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우메야마 히데유키(梅山秀幸ㆍ기후경제대 교수)
물건 하나를 만드는 데도 선비기질과 사무라이 기질은 서로 다른 지향성을 갖게 된다.
*이영혜(李英惠ㆍ디자인하우스 대표)
한국과 일본은 확실히 다르지만 다른 사람끼리 만나면 훨씬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다.
*요모타 이누히코(四方田犬彦ㆍ메이지학원대교수)
한국영화에 나오는 일본인은 대부분 악인이다. 문화에서의 스테레오타입에 비판적이어야 한다.
*강제규(姜帝圭ㆍ영화감독)
양국의 10대 20대는 과거에 관심도 없다. 강요하거나 막지 말고 직접 접하게 해야한다. 그러면 저절로 풀린다.
*사와 토모에(澤知惠ㆍ가수)
한일이 여러 합작사업을 하는데 있어 지금은 신혼시절이라고 할까, 굉장히 자극적이고 재미있는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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