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하이닉스 반도체 매각 양해각서(MOU)가 부결된것은 '이사회의 대반란'이었다.정부가 밀고 채권단이 도장을 찍은 부실기업 구조조정안을 해당기업 이사회가 거부한 것은전례없는 일이다.'국가기간산업의 헐값매각'과 '졸속협상'에 쐐기를 박았다는 점에선 의미있는 일로 평가되지만 한국경제의 마지막 뇌관으로 비유되는 하이닉스 문제가 원점으로 돌아감에 따라,불확실한 미래에 도박을 걸며 또다시 부실기업을 끌고 가야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왜 부결됐다.
MOU무산은 한마디로 채권단의 '자충수'였다.
이사회가 반대한 것은 매각 자체가 아니라 '잔존법인 생존방안'이었다.채권단이 마련한 잔존법인 생존계획은 ▲13.5대 1감자 ▲1조8,000억원 부채탕감 ▲현금흐름 연차적 개선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하이닉스측은 당초 4조9,000억원대인 부채규모를 7,000억원 이하로 줄여야 한다고 요구했지만,채권단은 탕감규모를 1조8,000억원으로 줄여 잔존법인에 3조원 이상의 부채를 남기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연매출액 6,000억~7,000억원짜리 비메모리 회사가 3조원 부채를 떠안고 가는 것은 불가능한 일.때문에 이사회는 채권단의 잔존법인 회생안을 '비현실적 계산법'으로 간주한 것이다.이사회측은 "채권단안은 너무 낙관적이다.이런 상황이라면 잔존법인의 생존을 극히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채권단의 잔존법인 회생안은 마이크론조차 고개를 저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하이닉스 관계자는 "마이크론측도 잔존법인 부채가 너무 많고 현금흐름이나 매출을 너무 낙관적으로 산정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우려를 표시했다"고 말했다.
결국 이날 이사회 부결은 부채탕감에 지나치게 소극적이엇던 채권단이 자초한 결과란게 하이닉스 주변의 시각이다.물론 순식간에 26달러까지 떨어진 마이크론 주식가격을 35달러로 과다책정한 점도 이사회는 문제를 삼았다.
■하이닉스 장래는
일단은 독자생존이다.그러나 생사확률은 반반이다.
하이닉스측은 반도체 가격(128메가SD램 기준)이 개당 4만달러만 유지해준다면,채권단 지원없이 1조3,000억원의 투자와 8,400억원의 부채를 상환하고도 1조원의 현금확보가 가능해 얼마든지 혼자 살아갈 수 있다는 입장이다.그러나 반도체가격이 3.3달러대로 낮아질 경우 2004년 이후 현금부족사태가 발생할 것에 대비,비메모리 부문 매각등 자구노력과 함께 ▲2조원 부채탕감 ▲잔여부채 5년간 분할상환 및 이자지급 1년 유예 등 채권단의 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그러나 채권단의 신규지원 불가입장은 확고하다.최악의 경우 법정관리나 부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결국 하이닉스의 생존은 반도체값이 쥐고 있는 셈이다.문제는 작년말 이후 급등하던 반도체 값은 혀재 3달러 밑으로 추락하고 있다는 점.협상이 결렬된 만틈 마이크론이 다시 물량공세를 통해 '하이닉스 죽이기'에 나설 공산도 크다.반도체 가격이 떨어지고 채권단 수혈도 막힐 경우 하이닉스는 인피니온 등 제3의 파트너를 상대로 다시 전략적 제휴에 나설 가능성이 잇으며 정부와 채권단쪽에선 '삼성전자 위탁경영'도 바라고 있다.
마이크론과 하이닉스가 재협상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있다.숀 마호니 마이크론 대변인이 이날 MOU부결에 대해 "협상결렬이라고 즉각적으로말할 수없다"고 말한 것만 봐도,확률이 높지는 않지만 재협상 가능성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성철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