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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개방과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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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개방과 경쟁력

입력
2002.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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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최대의 유료 TV 카날 플뤼스(CANAL+)의 최고 인기 프로는 드라마가 아니라 정치풍자 코미디 인형극이다.'레 기뇰'이라는 이 프로에는 자크 시라크 대통령을 비롯한 유력 정치인과 유명인사의 모습을 정교하게 본뜬 인형이 대거 등장한다.

인형들이 코믹하고 신랄한 재담으로 정치상황이나 정책을 풍자, 시청자들을 포복절도하게 하는 것이 인기몰이의 비결이다.

아슬아슬하게 선을 넘나들며 던지는 정치 풍자가 최고 시청률의 일등 공신인 셈이다.

■정치풍자 인형극만 인기를 끄는 것이 아니다.

이 유료 TV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황금의 보고(寶庫)다. 문화진흥법에 따라 카날 플뤼스는 프랑스에서 제작되는 모든 국내 영화의 첫 방영권을 갖고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만 수백만 가구가 시청자로 가입한 공중파 이상의 사랑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신 프랑스 총 영화 제작비의 3분의 1가량을 지원, 문화보호 정책의 전위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 카날 플뤼스의 피에르 레스퀴르 사장이 지난 달 모기업인 비방디 유니버설의 장 마리 메시에 회장에 의해 전격 해임됐다.

대규모 적자가 표면적 이유였지만 실은 영화정책에 대한 견해차가 해고의 배경이었다.

메시에 회장은 영화제작비 지원 등의 문화보호 정책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며, 미국식 자유경쟁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는 지론을 펴 왔다.

이 문제로 프랑스 영화ㆍ문화계는 발칵 뒤집혔다. 해고문제가 문화보호 정책의 근본을 건드리면서 영화 개방과 경쟁력에 관한 해묵은 논쟁을 불러 일으킨 것이다.

■문화개방과 영화보호 정책에 관한 한 프랑스와 우리나라는 '동맹국'이다.

한국식 영화보호 정책인 스크린 쿼터제는 프랑스 문화계의 큰 관심사이기도 하다.

극장에 불을 지르고 뱀을 푸는 소동까지 벌이며 투쟁한 영화인들의 노력으로 국산영화는 이 땅에서 연간 146일 동안 의무적으로 상영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 해 국산영화의 시장 점유율은 49%를 넘어섰다.

이제는 오히려 미국에서 외화를 일정 일수 이상 상영하도록 요구할 정도로 상황이 역전됐다.

한국영화가 스크린쿼터제의 보호막을 거두고 시장논리에 따른 경쟁력으로 승부해야 할 날이 멀지 않은 듯 하다.

이창민 논설위원

cm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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