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4일 부산에서 열릴 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 한국과 폴란드전.만약 대표팀 공격수 차두리가 미드필더 안정환의 절묘한 패스를 받아 첫 골을 넣는다면 방송3사 축구 해설가는 이 상황을 어떻게 묘사할까?
“네, 골이에요, 골~. 전반 22분 상대 수비수 사이를 뚫고 어린 차두리 선수가 감각적인 슛을 성공시켰습니다. 조금 전 송재익 캐스터가 말씀하신 대로 이보다 더 감동적인 드라마가 있겠습니까?”(신문선ㆍSBS)
“참 의미 있는 골입니다. 안정환 선수가 수비를 무너뜨리고 차두리가 감각적인 슈팅을 날린 것이죠. 히딩크 감독이 의도한 대로 우리 선수들 좋은 경기를 펼치고 있습니다.”(허정무ㆍKBS)
“차두리 선수, 자랑스럽습니다. 평소 좀더 과감한 플레이가 필요하다고 지적해왔는데 예선 첫 경기서부터 아주 좋은 플레이를 펼치고 있습니다.”(차범근ㆍMBC)
축구 팬이라면 이중 어느 해설가의 방송을 볼 것인가?
월드컵을 정확히 30일 앞두고 시청자들은 벌써부터 즐거운 고민에 빠졌다.
축구의 맥을 논리 정연하게 탁탁 짚어주는 허정무(47ㆍKBS), 다소 투박하지만 할 말은 과감하게 하는 차범근(48ㆍMBC), 정신 없을 정도로 화려한 말 잔치를 벌이는 인기 해설가의 원조 신문선(44ㆍSBS). TV 화면이야 어차피 방송3사가 똑 같은 이상 시청자들의 채널선택은 이들 3인에게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가대표 경력에 네덜란드 명문 클럽 PSV 아인트호벤에서 활약한 허정무 해설위원. 히딩크 감독 부임 직전까지 국가대표팀 감독(1998~2001)을 지낸 만큼 ‘현장 감각’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여기에 1974년부터 12년 동안 국가대표 선수로 활약한 경험을 바탕으로 날카로운 경기분석과 핵심을 짚는 부드러운 해설이 기대된다.
허 위원은 “축구 해설은 결코 말을 많이 해서 쇼를 부리는 게 아니다”며 “지금 벌어지는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정확히 짚어주는 것이 진정한 해설”이라고 말했다. 월드컵 중계 때는 서기철 아나운서와 짝을 이룬다.
KBS는 이밖에 이장섭_ 최승돈, 이상철_ 전인석(이상 해설_캐스터 순) 등 3개 팀을 더 운영할 예정이다.
차범근 해설위원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308 경기에 출전, 98골을 넣은 두 말 할 필요 없는 한국 최고의 축구스타.
월드컵중계를 야심차게 준비해온 MBC의 ‘필승 카드’가 바로 차 위원이다. 더욱이 친아들 차두리가 국가대표 공격수로 뛰고 있는 만큼 적어도 한국 대표팀의 예선 3경기는 차 위원 차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딱딱하고 약간 어눌한 말투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관건. 대신 98 프랑스 월드컵 국가대표팀 감독의 경험을 바탕으로 차분하고 기승전결이 분명한 해설로 이를 극복한다는 계획이다.
같이 호흡을 맞출 스포츠캐스터는 최창섭 아나운서. MBC는 이밖에 김주성_이윤철, 김강남_김창옥, 서형욱_김성주(이상 해설_캐스터 순) 카드도 준비해 놓았다.
SBS의 입심좋은 쌍두마차 신문선 해설위원과 송재익 스포츠캐스터. 두 사람 모두 2,3년 전까지 MBC에서 활약하며 월드컵 축구중계만 90년 이탈리아, 94년 미국, 98년 프랑스 대회 등 3차례나 호흡을 맞춰왔다. 중계 현장 경험으로는 이들을 따라올 콤비가 현재로서는 없는 셈.
80년부터 4년 동안 국가대표선수로도 활약한 신문선 위원은 구수한 입담과 재치 있는 해설로, 송재익 캐스터는 ‘비유의 마술사’라는 별명답게 그라운드 상황에 대한 화려한 말솜씨로 승부를 건다.
신 위원은 “‘신문선’이라는 브랜드를 통해 시청자에게 ‘고객감동’을 선사할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며 “90분 동안 진행되는 ‘축구’라는 상품의 재미를 경기 시작 전 선수와 감독 인터뷰, 각종 데이터를 통해 그대로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강신우_한종희, 곽성호_손석기, 김성남_박상도(이상 해설_캐스터 순)도 SBS 중계팀으로 활약한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중계방송 어떻게 하나
2002 한ㆍ일월드컵 축구중계 시청자는 전세계 연인원 450억명.
개막전부터 폐막전까지 한달 동안 계속될 월드컵 축구경기는 세계 최대 규모의 스포츠 이벤트일 뿐만 아니라, 방송이벤트이기도 하다.
이번 월드컵 축구경기의 모든 중계방송은 SD(표준화질)디지털방식으로 제작된다. HBS(Host Broadcast Services)가 주관방송사로서 64경기를 전부 제작해, 세계 각국에 제공한다.
HBS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중계권을 확보한 독일 키르히미디어가 월드컵 축구경기 중계방송을 제작하기 위해 1999년에 설립한 방송사.
때문에 개최국인 한국과 일본도 HBS가 제작한 국제신호영상을 받아 중계한다.
HBS는 매 경기마다 150여명의 인력을 투입하고 개막전과 폐막전 등 중요경기에는 카메라 23대를, 일반경기에는 20대를 투입해 명승부 장면을 담는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축구때는 평균 16대의 카메라가 투입됐다. 경기장에 설치된 특수카메라는 선수들과 공의 움직임 하나하나, 경기장 구석구석까지 생생한 화면으로 잡아내는데 한 몫 할 전망이다.
크레인카메라는 선수들과 공을 일일이 쫓아다니고, 경기장 양쪽 전광판에 설치된 택티컬(tactical)카메라는 각 팀의 전력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한다. 양쪽 골대에도 카메라 한 대씩을 설치해 골이 들어가는 순간을 입체적으로 포착한다.
일반 슬로모션 카메라 뿐 아니라, 초당 90프레임을 잡아내는 슈퍼슬로모션 카메라도 3~6대 투입한다.
HBS가 제작하는 유럽식 SD급 중계방송과는 별도로, 한국과 일본은 HD(고화질)TV용 방송프로그램을 직접 제작해 교환하기로 했다.
KBS, MBC, SBS 지상파 3사가 구성한 한국방송단(Korea Pool)은 국내에서 열리는 32 경기 중 개막전을 포함한 24경기를 HD으로 제작한다.
각 방송사가 8경기씩 나누어 제작하며, 경기당 중계차 1대와 카메라 8대를 투입한다. 일본역시 방송사 컨소시엄인 재팬컨소시엄에서 27경기를 제작한다.
KBS 이규창 월드컵ㆍ아시안게임 방송단장은 “스포츠 마케팅사의 파워가 강해져 HBS가 설립됐고, 방송제작도 디지털로 완전히 전환하는 등 이전 월드컵과는 방송환경에 큰 변화가 있다.
세계 방송사들도 새로운 월드컵 방송환경에 적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내 방송사들은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디지털 방송의 보편화를 기대하고 있다. 디지털 방송의 능력을 확인하고, 시청자도 HD TV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한국, 중계권료 400억弗 지원…4년전의 10배 이상
이번 월드컵 축구경기 중계권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이 지불한 돈은 3,000만 달러(약 400억원). 200만 달러(약 26억원) 안팎이었던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 비하면 10배 이상으로 치솟았다.
2001년 10월 KBS, MBC, SBS 지상파 3사로 구성된 한국방송단(KP)은 FIFA 중계권판매대행사인 독일 키르히미디어와 이번 월드컵과 2006년 독일 월드컵중계권까지 묶어서 6,000만~6,500만 달러(약 800억원)를 지불하는 선에서 중계권협상을 맺었다.
일본은 우리보다 2.5배가 넘는 211억엔(약 2,100억원)을 지불했다.
월드컵 축구경기 중계권료는 1970년 TV중계를 시작한 이후, 대회가 치러질 때마다 급등했다. FIFA는 키히르미디어에게 28억 스위스프랑(약2조2,000억원)을 받고 2002년과 2006년 월드컵 축구경기의 전세계 중계권을 넘겼다.
2002년 대회만 보면 13억 스위스프랑(약1조원)으로 1억3,500만 스위스프랑(약 1,000억원)이었던 프랑스 월드컵 때의 10배에 이른다.
월드컵 축구중계권료는 90년 이탈리아 대회 때 9,500만 스위스프랑, 94년 미국 대회 때는 1억1,000만 스위스 프랑이었다. 방송중계권료가 FIFA의 예산수입의 4분의 3을 차지한다.
/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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