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가 13일 이충렬(李忠烈) 국제담당 특보를 미국에 보내 자신의 남북 및 대미 정책 등에 관해 미 관리들에게 설명했던 것으로 30일 밝혀졌다. 그러나 이 특보는 이 과정에서 미국의 대선개입을 지적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져 이날 중징계를 받는 소동이 일었다.이날 발행된 인터넷 매체 '오 마이 뉴스'의 타블로이드판 주간지는 이 특보가 인터뷰에서 "4월13일부터 미국을 방문,'국무성과 국방부,의회 실무자들을 만나 노 후보에 대해 설명하면서 미 공화당 입맛에는 안 맞겠지만 한국의 대선에 끼어 들 생각을 하지 말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이 특보는 1주일 동안 백악관 아시아국장과 국무부의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분석관,국방정보부(DIA)의 아시아 담당 분석관을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그는 또 미외교협회 한국팀 간사인 모트 아브라모위트,하원 공화당 정책위 선임자 문관인돈 오버도퍼씨 등도 만났다.
이 특보의 얘기가 사실이라면 노 후보측은 역대 대선에서 미측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을 전제로 나름대로 미측에 경고를 한 것으로 해석되는 측면이 있다.
이 특보는 미국에 간다는 사실을 사전에 노 후보에게 보고했고 노 후보는 구체적 지시 없이 “가서 좋은 방향으로 일을 이끌어 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즉 이 특보의 미국 행은 노 후보가 자신을 불안하게 보는 미측에 설명과 이해를 위한 파견의 성격을 지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특보의 인터넷 언론 인터뷰 내용이 알려지면서 노 후보 진영은 아연실색하는 분위기다. 당장 노 후보가 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상황에서 윤호중(尹昊重) 당 부대변인이 즉각적으로 공식적인 대응을 했다.
윤 부대변인은 “미국이 손을 떼라고 요청했다는 부분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면서 “이 특보가 한국 국민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는 얘기를 했다지만 그것은 무엇을 요구하는 수준의 얘기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어 노 후보측 유종필(柳鍾珌) 공보특보는 다시 기자간담회를 자청, “외신 기자들에게 배포하는 자료 수준의 문건을 이 특보가 갖고 미국에 간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 특보가 미 실무진들에게 했다는 말의 내용은 노 후보의 뜻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유 특보는 “노 후보가 인터넷 언론 보도 내용을 접하고는 ‘참, 이 사람 안 되겠네’라며 가장 강도 높은 불만을 표시했다”면서 “이 특보는 캠프 내에서 방출에 버금가는 중징계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노 후보측이 미국에 대한 자존심을 내세우고 있지만 12월 대선과의 관계에서 미국과의 관계를 민감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한편 이 특보가 미측에 전한 노 후보측의 공식적인 대외관계 문건에 따르면 노 후보측은 ▦한미 동맹관계 중시▦주한미군 주둔 필요성▦남북대화의 전략적 중요성▦남북 대결에서의 남한 우위 등을 역설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미측에 전한 이 특보는 미 존스 홉킨스 대학에서 유학을 한 뒤 국내에서 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 의원, 민주당 김근태(金槿泰) 의원 등 주로 개혁파 세력들을 도왔으며 노 후보 진영에는 지난해 말 합류한 것으로 전해진다.
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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