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최근 직장을 그만 둔 장남이 사업자금을 빌리러 왔습니다.제게는 매달생활비가 나올 정도의 상가가 있는데, 장남은 그것을 처분하기를 바라는 듯합니다. 물론 저희 부부가 더 나이 들면 의지할 곳은 장남인 데다 자식들 일을모르는 체 할 부모가 어디 있겠습니까만, 선뜻 내키지 않습니다.
다른 자식들과의 형평도 생각해야 하고, 사업에 실패했을 때의 경우도 걱정이 되구요. 제 주변 친구들은 자식에게 주기보다 자신을 위해 갖고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선생님의 생각은 어떤가요? (서울 양재동 박모씨)
A;사랑은 내리사랑이라고, 부모 속도 모르고 끝없이 요구만 하는 자식들이얼마나 원망스러우시며, 또 쾌히 도와주지 못하시는 처지라 얼마나 속 상하십니까?
자식들 눈에는 부모의 재원이 무궁하게 보이고, 부모는 언제나 희생만 하는 존재로 보이는 것입니다만, 이제 시대는 변하였습니다.
부모의 위엄을 지키기 위해 혹 있는 체 해오신 것이라면 이제는 자식을 위해서도 태도를 바꾸셔야 합니다. 창업실패율은 무척 높은 까닭에 먼저 선생님 부부간에 장남이 사업에 실패할 경우 극도의 내핍생활을 하실 용의가 있는지를 의논하십시오.
다음에는 장남에게 경제실상을 해명하고, 큰 며느리에게도 만일의 경우 시부모와 동거동락을 할 용의가 있는지를 개인적으로 다짐 받으십시오.
며느리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수가 있습니다. 미혼 자녀가 남아있는 경우라면 돈이 또 드실 터이니, 장남의 요구를 거절하십시오. 자식들이 다 기혼이라면 이들에게도 감추지 말고 내놓고 의견을 들어보십시오.
그들도 이 기회에 부모 처지를 알아야 합니다. 모두가 다 장남을 도와주라고 한다면 끝으로 다시 한번 선생님 자신에게 물어 보십시오.
여생이 길게 남았으면 도와주지 마시고, 얼마 남지 않았다면 전세를 거쳐 장남과 합류할 각오로 도와주십시오. 못 도와주시는 경우라면 두 분은 더 늙어서 장남에게만 의탁하실 생각은 버리십시오.
/서울대의대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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