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 경선 및 6·13 지방선거 관련 보도를 아무리 유심히 살펴봐도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게 하나 있다.내가 보기엔 한국 사회의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되는 것이 전혀 거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중앙 언론도 그렇고 지방 언론도 그렇다. 혹 후보들은 열심히 이야기를 하는데도 언론이 보도를 안 해주는 걸까?
아무리 봐도 그렇진 않은 것 같다.
후보들이 아예 처음부터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는 것 같다. 왜 그럴까? 구조가 그렇게끔 돼 있다는 데에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무슨 문제인가?
권력과 부(富)가 서울에 집중돼 있는 이른바 '서울공화국' 체제 문제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그 망국적이라는 지역주의와 지역감정 문제는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정부 인사만 있으면 모든 지방 사람들이 눈에 불을 켜고 자기 지역 출신 사람이 얼마나 되는가 하고 세볼 것이다.
정부가 예산을 배정할 때에도 모든 지방 사람들이 눈에 불을 켜고 자기 지역에 얼마나 많은 돈이 할당되었는가를 따질 게 틀림없다.
모든 지역 사람들을 다 만족시키는 건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니 반드시 어디에선간 '차별'이니 '푸대접'이니 '무대접'이니 하는 불만의 소리가 터져 나올 것이고 정치인들은 그 불만에 불을 지르면서 그걸 이용하려고 들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서울이 권력과 부를 독식하는 한, 한 푼이라도 돈을 더 타내기 위해 중앙의 권력자들을 향한 지방의 로비도 영원히 근절되지 않을 것이고 그 로비가 연고주의는 말할 것도 없고 각종 부정부패로 얼룩지리라는 건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를 수긍한다면, '제왕적 중앙'의 폐해 또한 만만치 않으리라는 건 상식이 아닌가.
그런데도 왜 '서울공화국' 체제의 문제가 거의 거론되지 않는 걸까?
그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그 체제의 혜택을 누리는 중앙 사람들에겐 문제의식이 아예 없다. 서울에 인구가 몰려 교통문제가 불편하다고 엄살은 떨지만 그래도 죽어도 지방에 내려가 살 생각은 없다.
반면 지방 사람들은 파편화돼 있다. 내가 사는 지역만 잘 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들에겐 '서울공화국' 체제 문제를 거론하는 게 한국이 세계평화를 염려하는 것처럼 주제넘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대선 후보들에게 '서울공화국' 체제와 같은 구조의 문제는 유권자들의 표를 얻는 데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선거라고 하는 '시장 논리'로는 '서울 공화국' 체제를 혁파할 수 없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지방에 사는 사람들이 죽어라 하고 떠드는 수밖에 없다.
나는 앞으로 지방 사람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독설로 모든 지방민들이 총궐기할 것을 선동하려고 하는데, 잘 먹힐지 모르겠다.
분명한 건, 지금 이대론 안된다는 것이다.
강준만·전북대 신방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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