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본격적으로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 흠집내기에 나섰다. 당직자들은 물론 이회창(李會昌) 후보측도 29일 “노풍(盧風)이 거센 것 같지만 검증과정 없이 순식간에 지지세가 형성된 만큼 실체를 벗기면 의외로 쉽게 무너진다”며 “공격 소재는 충분하다”고 자신감을 보였다.당은 이미 여러 차례 전략회의를 열어 노풍의 원인과 강ㆍ약점을 분석, 공략의 개요는 마련했다. 우선 노 후보가 공ㆍ사석에서 밝힌 발언을 파헤치는 등 정책별로 ‘급진적’ 성향을 부각할 방침이다.
노 후보의 불분명한 노선과 부족한 경륜, 재산 형성과정 등도 쟁점화, 노풍의 근간인 개혁성과 서민적 이미지를 과격성과 선동적 이미지로 대체한다는 구상이다. 노 후보가 첫 카드로 뺀 정계 개편론 역시 정권연장 시나리오로 맞받아쳐 부정적 이미지를 덧칠할 계획이다.
실제로 한나라당은 이날 당3역회의에서 “부패에 대한 특검제 도입을 거부하는 노 후보의 개혁은 말장난”, “노 후보의 정계 개편론은 비리 방패막이”라며 전날 ‘노무현 5대 불가론’에 이은 흠집내기를 계속했다.
그렇다고 한나라당이 당장 노 후보와 전면전에 나설 기세는 아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세 아들의 비리의혹 등에 공세를 집중하고 있는 만큼 아직은 때가 이르다는 의견이 많다.
한 당직자는 “노풍의 실체를 간과한 채 어설픈 흠집내기에 매달렸다가는 오히려 역풍만 초래한다”며 “지방선거 전까지는 노 후보를 ‘DJ정권의 후계자’ 로 몰고 김 대통령 일가의 비리에 당력을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한 측근도 “지방선거 전까지는 부정부패 공세가 주축이고 노 후보 공격은 맛보기 차원”이라며 “노 후보에 대한 본격적 검증과 두드리기는 지방선거 이후 본격화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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