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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팔, 피의 보복 중지 실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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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팔, 피의 보복 중지 실마리

입력
2002.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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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연금 해제와 이스라엘군의 라말라 철수를 골자로 한 미국의 중재안을 전격 수용하기로 함에 따라 유혈참극으로 치닫던 중동사태가 평화정착을 위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게 됐다.그러나 이스라엘군은 테러분자 체포를 이유로 28일 밤 그동안 작전에서 제외됐던 헤브론을 점령했다.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팔레스타인 무장대원 등 7명이 숨지고 20명이 부상했다.

▽암살 용의자 처리가 핵심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라말라 중재안은 라말라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청사에 갇혀있는 팔레스타인 용의자 6명의 신병 처리가 핵심이다.

부시 대통령은 27일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미국과 영국의 비 군사요원들이 이들 테러 용의자들을 인수해 조사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팔레스타인 용의자 6명 중 5명은 지난해 10월 레하밤 지비 이스라엘 관광장관의 암살범이고 나머지 1명은 이란으로부터 무기를 밀수한 혐의로 이스라엘군으로부터 수배를 받아왔다.

이스라엘은 테러의 뿌리로 지목한 이들 용의자들을 이스라엘 법정에 세우거나 영구 추방하기 위해 신병을 넘겨줄 것을 강력 요구하면서 이를 거부하는 팔레스타인과 극단적인 대립을 보여왔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용의자들에 대한 신병처리 합의로 이스라엘군의 라말라 침공 명분이 상당부분 희석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는 지칠대로 지친 팔레스타인측에게도 타협의 명분을 제공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이와 관련, 이슬람 무장단체인 헤즈볼라도 팔레스타인인과 이스라엘군 포로 교환을 제의하는 등 휴전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예수탄생교회와 예닌 학살 문제가 난제

중동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베들레헴의 예수탄생교회 처리 문제가 당장 걸림돌이다. 라말라 사태에 대한 이-팔 양측 합의에도 불구하고 28일 속개된 탄생교회 관련 5차 협상마저 결렬됐다.

예수탄생교회 사태도 테러 용의자들의 처리 문제가 관건이다. 현재 이 교회에는 수배 중인 30명의 팔레스타인 민병대원들을 포함해, 민간인과 프란치스코회 수도자 등 200여명이 이스라엘군에 의해 포위된 채 27일 간 대치해 오고 있다.

이스라엘은 교회 안에 은신중인 수배자들을 이스라엘 법정에 회부하거나 제3국으로 추방하자고 제안하고 있는 반면 팔레스타인인은 이들을 가자지구 자치지역으로 옮기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합의를 계기로 예수탄생교회 사태도 미국과 영국에 의한 수배자 인도로 풀어보자는 해법이 제시되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예닌 난민촌 집단학살 사건에 대한 국제적 의혹을 불식시키는 일도 난제로 남아있다. 28일로 예정된 유엔 진상조사단의 활동 개시는 이스라엘측이 조사단의 구성과 절차를 문제삼으면서 조사단 입국이 또다시 연기됐다.

이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9일 이스라엘의 유엔 난민촌 진상조사단 입국 거부 발표에도 불구하고 조사단의 활동이 실현돼야 한다는 안보리 결의안을 재확인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조사단 활동 개시와 관련, 이스라엘측과 재협상하기 위해 24시간의 추가 여유를 줄 것을 유엔 안보리에 요청했다.

▽중동평화의 새로운 시험대

이번 라말라 합의는 중동평화 노력의 첫 단계에 불과하다. 자살테러와 무력침공이라는 보복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이-팔 평화안 마련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사우디평화안과 테닛안 등을 제시했던 미국과 아랍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국제적 외교 노력이 다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이스라엘군 철수가 시작되는 29일 아라파트 수반이 가지지구 등 다른 팔레스타인 지역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날 미국과 영국 보안 관계자들은 라말라 등을 방문, 팔레스타인 용의자 인계와 관련된 구체적 문제를 논의한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외교 협력도 발빠른 행보를 보일 전망이다. 샤론 총리가 앞으로 10일 안에 미국을 방문할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도 샤론 총리의 방미 일정이 끝나는대로 중동을 다시 방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 '한건' 올린 부시 "중동평화에 희망"

27일 주말을 맞은 백악관의 외교 라인은 긴박하게 돌아갔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와 전화를 하는 동안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의 단독 협상을 위해 미국 외교관이 라말라 집무실로 급파됐다. 부시 대통령과 샤론 총리의 전화 협상은 3차례나 이어졌다.

다음날 부시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자청,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이 라말라 철군을 풀고 아라파트 수반의 연금을 해제하는 내용의 협상안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중동사태의 고착으로 안팎으로부터 비난을 받던 부시 대통령이 중동사태 해결의 묘수를 찾아내면서 외교적 궁지에서 한발 벗어나는 순간이다.

대 테러전쟁을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잘 나가던 부시 대통령은 중동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수렁에 빠지기 시작했다.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중동사태 해결을 보다 못해 그동안 유지해 오던 소극적 개입주의를 버리고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을 중동에 파견하는 등 적극적 개입에 나서기는 했지만 아무런 소득도 올리지 못한 채 외교적 무능만 노출시키는 우를 범했다. 이를 두고 미국 내 언론은 물론 보수진영으로부터도 따가운 비난이 쏟아졌다.

이번 중재안의 성공으로 부시 대통령은 중동사태 해결에서 외교적 주도권을 회복할 수 있는 반전의 기회를 마련하게 됐다. 부시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라말라 중재안의 수용에 대해 “중동평화에 희망적인 신호”라고 평가하면서 “분쟁의 이해 당사자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물론 아랍국가들까지 평화 유지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부시 대통령은 특히 아라파트 수반에 대해 “아라파트 수반이 지금까지는 나의 존경을 얻지 못했다”며 “테러를 막겠다는 그의 말과 행동이 일치할 수 있도록 지도력을 발휘해 달라”고 압박했다.

김병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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