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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투리가 시방 엄청 뜬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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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투리가 시방 엄청 뜬대유"

입력
2002.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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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니, 아부지. 제발 정신 좀 차리셔유. 그리고 기태 아자씨. 왜 제가 아자씨를 오빠라고 불러야 하남유?”(장나라ㆍ충청도)“여행 길에 암만 유혹이 있어두 부모 형제 동포 체면을 생각하서리 참아야 하지 않켔습니까? 어쨌든 감사합네다.”(최진실ㆍ옌볜)

“뭐시여? 10년 후에 공장이 폐쇄된다고라? 아니, 이 잡것이, 시방 정신이 있는 거여?”(이형민ㆍ전라도)

방송에서 사투리 열기가 뜨겁다.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옌볜 등 지역을 가리지 않는다.

SBS 수목드라마 ‘명랑소녀 성공기’는 장나라의 충청도 사투리로 시청률 대박을 터뜨렸고, 28일 첫 방송한 MBC 주말드라마 ‘그대를 알고부터’는 최진실의 옌볜 사투리를 전면에 내세웠다.

인터넷방송 ‘레츠뮤직’에서는 개그맨 이형민의 김대중 대통령 성대모사가 인기. 5월8일 첫 방송하는 MBC 드라마 ‘로망스’에서는 경상도 사투리가 준비돼 있다.

먼저 충청도 사투리.

4주째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는 ‘명랑소녀 성공기’에서 충청도 사투리 없는 여주인공 장나라는 생각하기 어렵다.

장나라의 비음 섞인 충청도 사투리가 이웃집 학생 같은 친근함을 심어줬다는 평.

제작진은 원래 처음 4회까지만 장나라에게 사투리 연기를 주문했으나 시청자 반응이 워낙 좋아 끝까지 밀고 나갔다.

‘옌볜총각’ 강성범이 퍼뜨린 옌볜 사투리는 결혼 후 2년 여 만에 TV에 출연한 최진실이 이어받았다.

‘그대를 알고부터’에서 남자주인공 기원(류시원)에게 입바른 소리를 하는 조선족 처녀 옥화 역.

세련되고 깜찍한 이미지의 여성 탤런트가 다소 촌스러운 사투리 연기를 맡은 것은 장나라나 최진실이나 마찬가지인 셈.

최진실은 ‘사투리의 달인’ 개그우먼 정선희로부터 개인교습을 받고 있는 중이다.

전라도 사투리는 예명 ‘배칠수’로 더 잘 알려진 개그맨 이형민의 몫.

김대중 대통령이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한국공군의 차세대 주력전투기로 선정된 F15X 전투기의 낙후성을 한바탕 따지는 상황을 강한 어투의 전라도 사투리로 희화화했다.

“부시여? 나여! 오늘은 나가 쪼까 할 말이 있당께”로 시작하는 성대모사가 재미있다.

영화 ‘친구’와 SBS 드라마 ‘피아노’ 이후 잠시 주춤했던 경상도 사투리는 탤런트 김재원과 이건주가 구사한다.

경남 진해를 배경으로 3류 밴드 연주자들의 애환을 그릴 MBC 드라마 ‘로망스’에서 두 사람은 고등학교 동창으로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를 선보일 예정.

특히 ‘한지붕 세가족’의 ‘순돌이’로 인기를 모았던 아역탤런트 출신 이건주는 4년 여 만에 출연하는 이번 드라마를 위해 경상도 출신 코디네이터로부터 사투리를 배우고 있다.

그러면 왜 사투리일까? 단지 억양이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사투리는 다른 어떤 극적 장치보다 등장인물의 성격과 출신성향을 쉽고 효율적으로 드러낸다는 분석이다.

‘명랑소녀 성공기’의 이정훈PD는 “충청도 사투리는 경상도나 전라도와는 달리 정치적으로 부담이 별로 없는 사투리”라며 “극중 ‘양순’이라는 편안한 느낌의 캐릭터에게는 이 충청도 사투리가 제격”이라고 말했다.

‘그대를 알고부터’의 작가 정성주씨는 “우리 현실에 따끔한 충고를 해줄 극중 배역을 찾다 보니 지역적으로 멀리 떨어진 곳의 사람이 필요했다”며 “특히 옌볜 조선족은 한국의 가부장제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어 대가족을 배경으로 삼은 이 드라마에는 없어서는 안될 주인공”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사투리의 사용이 특정 계층과 지역 이미지를 고착할 수 있다는 점. 방송위원회의 방송심의규정 제53조에 ‘방송은 사투리를 사용하는 인물의 고정유형을 조성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김현주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과거 권위와 부와 명예를 상징하던 경상도 사투리가 최근에는 영화 ‘친구’나 드라마 ‘피아노’에서처럼 조폭 세계를 대변하는 언어로 묘사되고 있다”며 “이처럼 ‘지역방언’이 대중매체를 통해 특정 계층과 직업을 겨냥한 ‘계층방언’으로 바뀌어 사용돼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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