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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다시본다] 제1부(7)미국과 국제경제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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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다시본다] 제1부(7)미국과 국제경제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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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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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경제 질서에서도 미국은 독주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미국은 흔히 세계경제 성장의 엔진으로 비유된다. 미국의 생산량이 세계 총 생산량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이와 같은 외형적 우월성은 세계경기 변동에서 절대적인 힘으로 나타난다. 2001년 미국의 침체가 국제경제 전체의 동반 침체로 나타나는 세계경제의 동조화 현상이 이를 증명한다.

이러한 현상은 1990년대 이후 세계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각국이 미국과 교역하고 투자하는 등 경제의 상호연관성이 증대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외형상으로 미국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하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국제통상 및 국제 금융질서에 있어서 미국의 리더십은 최근 들어 훼손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구 소련의 붕괴 이후 국제정치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미국은 1990년대 장기호황을 누리면서 국제경제 질서에서도 강력한 리더십을 행사해 왔다. 하지만 9ㆍ11 테러사태, 2001년 경제침체, 국내 정치상황의 변화, 엔론사태 등으로 이러한 리더십은 도전을 받고 있다.

먼저 국제통상 질서를 살펴보자. 향후 국제통상 환경에서 가장 주목받을 이슈는 당연히 ‘뉴 라운드’로 알려진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이다. 이 문제에선 선진국과 개도국의 입장이 맞서 있고, 세부 이슈별 협상에서도 국가 간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돼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WTO 자체의 조정능력 역시 중요하지만 미국이나 유럽연합(EU) 등의 리더십도 협상 과정을 원만히 진행하는 데 필요하다. 뉴 라운드의 출범 과정에서는 우루과이 라운드와는 달리 개도국의 제목소리 내기가 훨씬 강화됐다.

이에 따라 DDA 협상의 주요 과제인 농업 서비스 공산품 무역관련 지적재산권(TRIPS) 환경 규범(반덤핑 및 보조금) 무역과 개발 등 전 분야에 걸쳐 개도국의 입장이 적극적으로 수용됐다.

개도국의 입장이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진 이유 가운데 하나가 9ㆍ11 테러사태다. 테러가 발생하자 미국은 국제경제 질서가 흔들리는 것을 막기 위해 뉴 라운드의 출범을 최대의 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해 국내 반발을 무릅쓰고 반덤핑의 협상의제 채택을 허용하면서 개도국의 입장을 수용하여 뉴 라운드를 출범시키는 데 성공했다. 물론 여기에는 테러와의 전쟁을 이끌기 위해 개도국의 지지를 아우르는 국제연대 형성이 필요하다는 정치적 계산까지 작용했다.

결과적으로 뉴 라운드 출범까지는 미국의 리더십이 발휘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문제는 그 이후 나타난 미국 국내정치 환경의 변화이다. 반덤핑 문제가 협상의제로 채택된 것에 대해 민주당을 중심으로 강력한 반발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역시 무역증진권한(TPA)을 획득하기 위해 국내 여론의 움직임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 형성된 것이다. 신속처리권(Fast Track Authority)라고도 불리는 TPA는 대통령이 체결한 무역협정에 대해 의회가 수정안을 제출하거나 제동을 걸 수 없도록 한 조항이나 94년 시효가 만료됐다.

여기에다 가을 중간선거를 겨냥한 지역적 배려까지 가세해 구체적인 대외통상 정책으로 나타난 것이 3월 발표된 철강 세이프가드 조치이다. 미국 통상전문가까지도 이해할 수 없다는 이 조치는 경제적 논리보다는 정치적 논리에 의해 전적으로 결정됐다.

그리고 미국 국내의 정치적 환경이 국제통상 질서에 악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미국의 리더십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미국의 철강 세이프가드에 대해 해당국들은 WTO에 제소하는 등 강력히 반발하였으며, 지난해부터 진행되어온 OECD내 철강문제 해결 모임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철강 부문의 세계적 공급과잉에 따른 문제를 철강생산국들이 공동부담(Burden Sharing)하려는 OECD 노력에 대해 미국의 철강 세이프가드 조치가 그 부담을 오히려 다른 철강생산국에게 전가(Burden Shifting)시킬 수 있다는 점을 EU는 지적하고 있다.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부시 정부는 TPA를 획득하기 위해 미국 국내의 보호무역주의적 여론을 일부 수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그러나 역으로 미국은 국제통상 환경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TPA의 도입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모순된 과제를 안고 있다.

국제금융 질서에서도 미국의 역할은 최근 도전에 직면해 있다. 4월 25일 미국의 밀컨연구소(Milken Institute)에 따르면 국제자본시장에서 지난해 1위이던 미국의 순위가 올해에는 홍콩 영국에 이어 3위로 나타났다. 엔론(Enron) 파산 사태 정보기술(IT)부문의 거품붕괴 등이 주된 요인이다.

더욱이 이러한 요인들은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그동안 미국은 한국을 비롯한 신흥경제성장국에 대해 금융부문의 투명성, 정경유착 타파, 회계처리의 명확성 등을 역설해 왔다.

그러나 엔론사태로 말미암아 미국 역시 이러한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늘고 있다. 엔론사태로 인해 촉발된 논쟁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진행되고 있는데 주요 이슈는 회계처리의 투명성, 선거자금모금의 개선, 기업지배구조 개선, 규제완화에 대한 악영향 논의 등이다.

이러한 사안이 꼬이면 꼬일수록 국제금융 시장에서 미국의 위상은 위협을 받게 될 것이다.

엔론사태와 더불어 IT부문의 거품붕괴와 그에 따른 2001년의 경기침체는 해외투자가들을 망설이게 하고 있다. 신경제(New Economy)에 대한 지나친 환상과 그에 따른 거품의 형성은 해외투자가들을 한때 매료시켰으나 깨어진 환상과 붕괴된 거품의 현실 앞에서 미국에 대한 해외직접투자(FDI)는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물론 테러사태 이후 미국 주식시장에 대한 해외투자자금이 감소하면서도 안전자산인 미국 정부채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향후 국제금융시장은 채권시장보다는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최근의 추세는 금융시장에서 미국의 역할에 대한 분명한 도전이다.

환율시장에서도 어려움이 감지되고 있다. 2001년 미국은 GDP대비 마이너스 4.1%라는 경상수지적자를 경험하였다. 이는 2000년 마이너스 4.5%보다 개선된 수치이지만, 최근 미국경제의 회복에 따라 수입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크고 일본 및 유럽지역의 경제가 미국에 비해 회복이 지연되고 있어 수출이 신장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따라서 이러한 경상수지적자는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경제학자는 수년내 마이너스 5.0%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경상수지적자의 확대는 달러가치의 약화를 초래할 것인데 이를 미국 행정부는 용인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가치하락 요인이 충분하고 그 압력이 큰 만큼 인위적으로 막는 것은 환율의 급격한 변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커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을 증폭시킬 것이다. 여기에다 성공적으로 등장한 유로화는 향후 미국 달러 일방주의에 확실한 견제세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미국의 금융 리더십에 또 다른 도전이 될 것이다.

강문성(대외경제정책연구원 미주팀장)

■아메리카 핸드북 / 대통령과 경기

미국 경제는 정권 사이를 시계추처럼 오간다. 경기 사이클이 공화ㆍ민주 양당의 정권교체와 밀접하게 맞물려 움직이고 있다. 공화당은 산업 자본가를 지지 기반으로 설립된 정당이나 경제 성적표로는 거꾸로 ‘불황의 당’으로 낙인찍혀 있다.

1930년대 후버 대통령 당시 대공황을 비롯해 역사상 경기후퇴가 대부분 공화당 출신 대통령 재임 기간 중 일어났기 때문이다. 아이젠하워 대통령 재임 시절인 54년 급격한 경기하강을 기록한 이후 마이너스 성장은 카터 대통령을 제외하고 모두 공화당 대통령의 몫이었다

반면 민주당은 ‘호황의 당’으로 불린다. 60년대 후반의 고도성장, 90년대의 ‘10년 호황’ 등이 모두 민주당 대통령의 공으로 돌아갔다.

정권과 경기의 함수관계는 전쟁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1차대전과 윌슨, 2차대전과 루스벨트, 한국전쟁과 트루먼, 베트남전과 케네디-존슨 등 미국의 주요 전쟁을 민주당 대통령이 일으켰다. 반면 공화당 집권기는 평화가 계속돼 경기가 하강한다는 것이다.

방임과 개입 등 경제정책의 차이 때문에 비롯된다는 분석도 있다. 공화당 정권은 경기 조정으로 다음 민주당 정권의 확장을 준비해 준다는 것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클린턴 시절 최장기 호황은 감세 등 공화당 12년 정권의 과실을 챙긴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이런 맥락이다. 실제로 미국 신경제의 기반이 된 인터넷 기술은 공화당 닉슨 정권 시절 국방부가 핵전쟁에 대비해 추진한 ARPNet 프로젝트가 냉전종식으로 민간에게 개방된 것이다.

부시 정부는 현 상태가 ‘IT 버블’ 당시 민주당의 가상(Virtual)경제가 현실(Real)경제로 이행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2000년 대선 당시 에너지 철강 항공우주업계 등 실물산업은 부시를, 골드만 삭스 등 유대계 금융자본은 고어를 지원했다.

유승우기자

sw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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