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장_마리 르펜 국민전선(FN) 당수의 급부상 이후 최근 인종 차별, 반 이민 정책으로 대표되는 유럽 각국 극우 세력의 득세 배경에 대한 갖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다.뉴스위크는 최신호(5월 6일자)에서 현재 유럽의 우경화 바람의 이면에는 유럽에 침투하는 이슬람 문화로부터 자신의 문화 정체성을 지키려는 유럽인들의 ‘문화적 민족주의’가 깔려 있다는 분석 기사를 실었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최근 유럽의 극우 경향은 전통적인 국수주의(쇼비니즘)와는 다르다. 오히려 최근 경향은 11세기 십자군 전쟁 당시 상황과 괘를 같이 한다. 당시 교황 우르반 2세는 1095년 프랑스 클레르몽 회의에서 “페르시아 왕국의 족속이 프랑크족과 그리스도교의 영토를 침략하고 있다”며 대 이슬람 십자군 성전을 촉구했다.
이슬람의 문화ㆍ군사적 부흥으로부터 그리스도교와 유럽의 정체성을 지키자는 당시의 ‘문화주의’가 최근 르펜의 부각 이후 유럽에 불고 있는 분위기와 역사적인 공통점을 갖는다는 것이다.
현재 유럽은 정치ㆍ경제적 통합과 함께 15개 회원국 공통의 문화적 정체성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계속되는 한 유럽은 조화하기 어려운 외부 문화 침투에 점점 불관용적이 될 수밖에 없다.
겉으론 잘 드러나지 않는 이러한 배타적 경향에서 사실 르펜은 주류가 아니다. 르펜은 문화가 다르다는 이유로 외국인을 배척하지 않는다. 그는 피부색이 다른 인종을 싫어하고 그들과 일자리를 경쟁해야 하는 유권자로부터 표를 모으는 옛 모델의 파시스트일 뿐이다. 그래서 오히려 르펜 현상은 설명하기 쉽고 도덕적으로 배척하기도 쉽다.
이에 비해, 네덜란드의 극우 정치인 핌 포르투인은 한층 반박하기 어려운 논리를 펼친다. 르펜보다 강력한 반이민 정책을 주장하는 그는 그가 참여하는 연정에 이민 불관용을 요구하고 있다.
포르투인은 이민자들이 유럽 문화를 수용하는 한, 흑인도 이슬람인도 반대하지 않는다. 대신 그는 1993년 네덜란드의 이민 문호 개방 이후 대폭 늘어난 이슬람권 이민자들이 유럽의 관용적이고 현대적인 문화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여성주의, 반관용, 과거 회귀적인 종교관을 가진 이슬람인들이 그들의 문화를 유럽 내에 심으려 해 결국 네덜란드의 삶의 방식을 파괴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문제는 그의 주장이 대중의 호응을 얻고 있다는 데 있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포르투인은 지금까지 정치에 무관심했던 계층의 지지를 바탕으로 현재 다른 두 메이저 후보와 대등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그의 논리는 유럽내 주류 극우 정당들이 받아들일 만한 매력을 갖추고 있다. 공공연히 인종주의를 내세우지 않으면서도 이민자를 위한 사회 복지 비용 등 사회적 불만을 적절히 표현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유럽인들은 보다 많은 사람이 이익을 향유할 경우, 그 부담이 자신의 세금으로 되돌아 온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유럽 통합 과정이 대륙의 개개 민족 문화를 약화시키리란 사실을 알고 있는 유럽인들로서는 ‘유럽 고유의 문화’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용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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