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년에 새로 만들었다는 의창(宜昌)공항은 바로 청사 앞마당에 소들이 풀을 뜯을 정도로 한적하다.하루 몇 차례 기착하는 비행기에 오르내리는 사람은 서양인과 중국인이 반반인데, 중국인들도 영어가 능숙한 것을 보면 동남아나 미국의 화교 같아 보인다.
의창은 동중국해에서 양쯔강을 1,850km 거슬러 올라간 중국의 내륙항구다.
인구가 60만명인데 중국적 규모로 보면 공항이 필요할 것 같지 않는 소도시다. 그러나 지금 이곳은 중국은 물론, 전세계의 주목을 받는 곳이 되었다.
세계 최대의 샨샤(三峽) 댐이 이곳에 건설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중국 최대 거조바 수력발전소를 시내에 두고 있는 의창은 양쯔강 물 덕택에 붐 타운으로 변한 곳이다.
의창 시내에서 개통된지 얼마 안된 고속도로를 따라 샨샤댐 공사현장까지는 기괴한 석회암 절벽과 급류가 협곡을 이룬다.
그 경치가 시인묵객(詩人墨客)들이 수천년간 못다 묘사한 그대로지만, 이제 이 곳은 중국정부의 의지에 따라 엔지니어와 기술자들이 범람하는 곳이 되었다.
공항에 오가는 사람들이 대부분 댐 건설과 관련된 사람이거나, 수몰 전에 협곡의 절경을 구경하려고 몰려든 서양 관광객이다.
높은 언덕 위 전망대에서 샨샤 댐 공사현장을 내려다 보면 땅덩이를 갈라놓을 듯한 중국의 기세를 느낄 수 있다.
구름처럼 몰려든 중국 관광객의 복장은 어둡지만 그들의 표정엔 자부심이 가득하다.
비가 잦은 요즘 양쯔강 샨샤 구간의 유량은 초당 2만5,000톤이다.
가뭄 때는 3,000톤까지 줄어들지만 1998년 같은 대홍수가 터지면 10만톤의 물이 의창의 협곡을 지나서 하류를 온통 물바다로 만들어 버린다.
바로 이 홍수를 조절하겠다는 것이 댐을 만드는 첫째 이유라지만, 전 일본의 댐 저수량과 맞먹는 샨샤 댐 수자원이 암시하는 중국의 개발야심은 끝이 없어 보인다.
그 하나가 서부 대개발의 인프라 구축이다. 샨샤 댐이 생산하는 1,800만kw의 전력이 서부와 중원의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키게 되고, 댐의 깊은 수심을 이용하여 중국의 2대도시 샹하이와 충칭(重慶) 사이 2,500km의 물길이 거대한 여객선과 화물선 통로가 된다.
또 양쯔강의 물을 황허(黃河)와 베이징 일대의 북쪽 건조지대로 끌어들이게 된다.
그러나 중국에는 또 다른 물의 얼굴이 있다. 바로 황사의 원천인 북부지역의 사막화다. 우리나라에 최악의 황사가 발생한 지난 3월 20일 베이징의 황사농도는 서울의 5배였다.
베이징에서 70km 떨어진 만리장성 인근 텐모 사막에서는 모래언덕이 어느새 강을 막아버렸다.
1,300만 베이징 시민에 상수를 공급하는 밀운 저수지는 용량이 30억 톤이지만 저수량은 10억 톤 뿐이다. “홍수 한번 왔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댐 관계자의 말속에 물 위기가 담겨있다.
베이징을 둘러싸고 있는 건조지대는 그나마 사막화 방지를 위한 조림흔적이 역력하다.
그러나 황토를 누렇게 뒤집어쓴 염소 떼들이 아직 풀잎이 돋아나지도 않는 땅속에 입을 쳐박고 풀뿌리까지 뜯어먹는 광경에서 중국의 조림사업이 얼마나 비효율적인가를 느낄 수 있다.
뉴욕 맨하탄이 무색한 샹하이 번화가가 있는 반면, 수천년간 내려오는 황토지대의 혈거생활이 남아 있을 정도로 중국은 극과 극이 공존하는 땅이다.
중국의 물도 넘침과 모자람이 이보다 덜하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13억의 인구가 마시고 농사짓고 사막화를 방지하기에는 양쯔강 물도 그렇게 넉넉해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양쯔강 물길을 돌리면 우리나라에 비를 몰고 오는 저기압의 패턴이 변한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듯이 댐의 부작용은 아무도 모른다.
우리 경제는 날이 다르게 중국의 영향아래 놓이고 있다.
중국 사막과 양쯔강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이제 우리가 숨쉴 공기와 마시고 농사지을 물마저도 중국의 영향 속으로 급격히 빨려 들어가는 것을 느낀다.
김수종 논설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