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공동 월드컵(5월31~6월30일)이 ‘공해 월드컵’이란 불명예속에서 치러질 위기에 처해 양국의 대기질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특히 대기오염 추이로 볼 때 월드컵 기간중 국내 개최도시의 환경오염도가 일본 도시들 보다 높아질 공산이 크고 이 기간에 황사까지 겹칠 가능성도 있어 환경 월드컵 ‘패배’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 서울 ‘상당한 오염’수준
우리측 환경정의시민연대와 일본의 시민포럼 2001 등 양국 10개 시민ㆍ환경단체가 지난해부터 올 3월까지 5차례에 걸쳐 양국 8개 월드컵 개최도시(한국 6개도시 604지점, 일본 2개도시 573지점)의 이산화질소(NO2ㆍ단위 ppb) 농도를 조사, 29일 공동 발표한 결과를 보면 서울은 연평균 기준치인 40을 충족시킨 경우는 단 한차례에 불과했다.
개막식이 열리는 서울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월드컵을 코앞에 둔 3월의 하루 최대 농도가 하루 평균 기준치인 70의 2배 가까운 123까지 치솟은 지점이 나타났고 대다수 지역에서 국제적으로 ‘상당한 오염’ 수준으로 치부되는 60을 이미 넘어섰다. ‘심각한 오염’ 단계로 분류되는 80을 넘어선 지점도 많았다.
서울 이외의 부산ㆍ대구ㆍ인천 등 다른 월드컵 개최 도시도 전반적으로 연평균 기준치 40을 넘어서는 심각한 오염상태를 보인 가운데 수원은 3월 하루평균 71을 기록, 오히려 서울보다 오염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 일본도 숨막히는 곳 허다
한국보다는 덜하지만 요코하마(50)와 가와사키(52), 요카이치(62), 나고야(53)의 3월 하루 평균 이산화질소 농도도 우려할만 한 상황이다.
특히 결승전이 열리는 요코하마는 3월 하루 최대농도가 119까지 치솟는 지역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지방자치단체별로 조례를 통해 환경기준치를 정하고 있지만 이번 조사에서 일본 정부가 권고하고 있는 기준 40~60을 넘어선 지역도 25%나 됐다.
이산화질소는 자동차배출가스가 주범. 환경정의시민연대와 시민포럼 2001등은 공기보다 무겁고 물에 쉽게 녹아 산성비와 오존의 원인이 되는 이산화질소가 계절적으로 5월말과 6월에 가장 높게 나타남에 따라 심각한 대기오염 상태에서 월드컵 경기가 치러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서울의 경우 황사현상이 5월말까지 나타나는 등 점차 늦춰지고 있는 추세여서 월드컵 기간중 황사까지 겹칠 경우 최악의 대기오염 상태에서 경기가 치러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환경정의시민연대 관계자는 “대륙간컵이 열린 지난해 5월과 6월 자동차 2부제를 실시했으나 대기오염은 줄지 않았다”면서 “이번 월드컵에도 2부제는 물론 모든 경유차량의 경기장 접근을 차단하는 등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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