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 6명중 한 명, 65세 이상 인구의 85%가 앓고 있는 관절염. 뼛속까지 시리고 아픈 고통은 겪어본 사람이 아니면 모른다.
흔히 ‘약으로는 치료할 수 없다’‘진통제는 내성이 생긴다’등의 오해 때문에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에 의존하기 쉬운 병이기도 하다. 관절염 치료제를 둘러싼 상식의 허실을 알아본다.
■관절염은 진통제로만 치료한다?
그렇지 않다. 종류에 따라 여러 약을 쓴다. 관절염은 노화에 따른 퇴행성 관절염과 자가면역체계 이상으로 생기는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나눌 수 있다.
퇴행성 관절염의 경우 연골세포의 수명을 연장하는 연골세포 조절약, 관절에 윤활유를 보충해주는 하이얄 주사약, 진통제인 아세트아미노펜, 항염제 등을 쓴다.
30년 전만 하더라도 환자 100명중 30명이 장애자가 되는 병으로 알려져 있던 류마티스 관절염은 치료약의 발전으로 100명중 단지 2명 정도만이 장애자가 되는 수준에 이르렀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유전, 바이러스, 호르몬 이상 등 원인에 따라 치료약도 다양하다.
진통제, 항염제, 엠티에스, 항말라리아제, 설파살라진 등 치료제, 스테로이드, 생물학적 치료 주사약 등 다양한 약이 사용된다.
예전에는 소위 ‘피라미드 치료’ 전략으로서, 단계적으로 복용량을 증가시키는 방법을 써왔지만 지금은 류마티스 관절염이 만성화할 것으로 예상, 두세 가지 이상의 치료약을 복합적으로 처방한다.
대개 발병 2년 내에 관절의 파괴가 진행되기 때문에 가능하면 3개월 이내에 치료약을 사용해야 한다.
시중에 흔히 팔리는, 붙이거나 바르는 약은 일시적인 통증 완화 작용 밖에 하지 못하므로 치료제가 될 수는 없다.
■진통제는 마약?
관절염 치료에 가장 많이 쓰이는 약은 진통제와 항염제이다. 환자들은 흔히 약을 오래 사용하면 내성이 생기고 끊을 수 없게 된다는 두려움을 갖게 된다.
하지만 엄격히 말해 진통제나 항염제는 의존성이 없다. 먹지 않으면 고통스러우니까 계속 복용하기 때문에 이것을 의존성으로 착각하는 것일 뿐이다.
약을 끊는다고 금단증상이 생기거나, 오래 복용한다고 양이 늘어 나거나 하지는 않는다.
‘약을 오래 사용하면 얼굴이 붓고 뼈가 약해진다’는 속설도 치료를 망설이게 하는데, 이는 스테로이드가 남용되던 시절의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스테로이드는 현재 의사의 엄밀한 처방 하에만 극소량이 쓰이고 있다. 염증을 가라앉히는 데는 효능이 탁월하지만 골다공증 백내장 녹내장 고혈압 당뇨병 등의 부작용을 불러온다.
■비싼 약이 좋은 약?
90년대 말부터 선풍을 몰고 온 항염제 cox-2는 분명 획기적이다.
위ㆍ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고 관절염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해 속쓰림, 소화불량 등 관절염치료제의 대표적인 부작용을 10분의 1 이하로 줄였다.
맵고 자극적인 음식으로 위궤양 등 위장병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특히 반가운 치료약이다.
가격이 일반 항염제의 3~4배에 달하지만 ‘비싼 약이 좋은 약’이라고 생각하는 환자들이 무조건적으로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 약은 정작 본기능인 항염 효능이 다른 약보다 우월하지는 않다. 게다가 신장이나 심장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부분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부작용이다.
엔브렐, 레미케이드 등의 생물학적 치료주사약도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에서 또 하나의 기록적인 약이다.
아직 국내에는 정식 수입허가도 받지 않은 약이지만 유전공학적인 기법을 이용해 근본적인 치료에 한발짝 다가선 것으로 평가받는다. 통증을 유발하는 TNF-α라는 물질에 대해 항체를 형성해 가로막는다.
그렇지만 TNF-α는 통증을 유발하는 동시에 면역체계 유지를 위해서도 소량은 필요하다. 그래서 생물학적 치료주사를 통한 치료는 면역체계 결핍으로 결핵이나 감염질환의 위험을 불러올 수 있다.
사람마다 지문이 다르듯이, 약에 대한 반응과 부작용도 모두 다르다. 모두에게 무조건 ‘좋은 약’은 없다.
도움말/한양대 의대 류마티스내과 배상철교수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박윤수교수
양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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