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내에 한국도자기를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로 키우겠습니다”23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한국도자기 서울지점 10층 집무실에서 만난 김성수(金聖洙 ㆍ53)사장이 제시한 한국도자기의 미래 비전이다.
재계에서 김 사장은 ‘엔지니어의 능력’과 ‘동물적 경영 감각’을 겸비한 최고경영자(CEO)로 통한다.
그의 이력에서 우선 엔지니어로서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청주고 문과 고교생이 대학에서 화학공학도로 변신, ‘요업 재료’ 분야에서 석ㆍ박사 학위까지 받았을 정도다. 그러나 엔지니어로서의 진면목은 이러한 이력보다는 자신이 직접 신소재 개발 등에 참여해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는 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실제로 한국도자기의 얼굴로 ‘도자기의 여왕’으로 불리는 ‘본 차이나’와 일반도자기 보다 3배나 강도가 강한 ‘슈퍼스트롱’을 개발한 장본인이 바로 김 사장이다.
지금도 그는 신소재 및 신제품 개발만이 한국도자기를 세계적인 업체로 발전시킬 유일한 길이라고 믿고 거의 매일 연구ㆍ개발(R&D)진행 상황을 챙기고 있을 정도다. 덕분에 한국도자기는 매출액의 5~10%를 R&D에 투자, 신제품 개발에서 항상 국내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엔지니어이면서도 디자인에 대한 관심도 만만치 않다. “고품격의 디자인만이 세계적인 제품을 만들 수 있다” 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이를 위해 95년에는 디자인학교인 ‘프로 아트(Pro-Art)’를 설립해 유명 디자인 학교와의 교류, 유명 디자이너 초빙 전시회 등을 개최고 있다. 또 홍익대, 이화여대, 충북과학대와 디자인 부문 산학협동을 맺고 직원들의 능력 향상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가 한국도자기 경영을 맡은 지 올해로 9년째다. 이 기간 한국도자기는 그의 동물적인 경영감각에 힘입어 국ㆍ내외적으로 새로운 세계를 경험했다.
우선 국내 시장에서 50년 아성을 자랑하던 행남자기를 제치고 정상을 탈환한 것. 94년 말 한국도자기의 사령탑을 맡은 그는 창립 50주년(93년)에 1위 탈환의 기세를 몰아 당시 업계에서는 상상조차 못했던 공격적인 마케팅전략을 펼쳤다.
먼저 당시 업계에서는 전무했던 광고ㆍ홍보비를 대폭 지원하고, 매년 3~5개의 매장을 지방에 여는 등 10여 곳에 머물던 판매망을 대폭 확대했다.
김 사장은 “소비자들에게 직접 다가가기 위한 방법은 매장을 늘리는 것”이라며 “지난 해 43개였던 전문매장을 올 해 말까지 60여 곳 이상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도자기는 이미 전남 순천과 강원도 강릉에 대형 매장을 연데 이어 27일에도 경기 안산시에 대형 매장을 오픈했다.
일반 소비자만 중시했던 기존 전략에서 탈피해 호텔과 식당 등 기업을 상대로 한 독특한 영업전략도 톡톡히 효과를 봤다.
해외 시장에 대한 공략도 적극적이다. 국내 판매에 치중하던 한국도자기는 93년 ‘탈 한국 세계화’를 공언한 이후 세계 50여개국에 주문자상표부착(OEM)방식으로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김 사장은 거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지난 2월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에서 ‘글로벌 경영 청사진’을 발표하고 자사 고유 브랜드로 세계 시장 공략을 선언했다. 그는 이를 위해 올 해부터 말레이시아, 캐나다를 비롯해 러시아, 중동, 남미에 현지 직영 매장을 설치할 계획이다.
김 사장은 “이미 생산규모에서는 월 350만개로 세계 2위권에 올라섰다”며 “올 해부터 해외 직영매장을 가동하면 판매규모도 급신장해 세계 1위 탈환을 조기에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김 사장은 인터뷰 다음날인 24일에도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현지 매장 설립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다. 그의 포부대로 한국도자기가 2005년 세계 1위 도자기 기업으로 도약할지 벌써부터 기대가 모아진다.
●약력
▦1948년 충북 청주생
▦66년 청주고 졸업
▦70년 한양대 화공학과 졸
▦78~82년 충북대 공과대학 화공과 강사
▦96년 충북대 공학박사
▦94년~현재 한국도자기 대표이사 사장
hjpark@hk.co.kr
■한국도자기는 어떤 회사
충북 청주의 향토기업인 한국도자기는 국내 도자기 업계의 대표 주자다.
1943년 12월4일 ‘충북제도사’로 출발한 이 회사는 60년 현재의 한국도자기로 사명을 바꾼 뒤 60년 가까이 도자기 외길을 걸으며 국내 도자기 산업을 이끌고 있다. 창업주 김종호(金鍾浩 ㆍ89년 별세) 전 회장의 장남인 김동수(金東洙)씨가 현 회장이며, 넷째인 김성수씨가 대표이사 사장으로 실질적인 경영을 맡고 있다.
한국도자기는 우수한 품질 그 자체가 ‘얼굴’이다. 3공화국 때부터 지금까지 30년 동안 청와대에 식기를 납품하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당시 육영수 여사의 요청으로 국내 최초로 젖소 뼈를 태운 골분을 50%이상 함유한 본차이나 제품을 개발, 디너세트와 커피세트 3벌씩을 납품한 이후 ‘한국도자기=청와대 그릇’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해외에서의 지명도도 국내 못지않다. 인도네시아에선 한국도자기 제품이 대통령궁 공식 그릇으로 사용되고 있을 정도다. 또 미국 레녹스사에 주문자상표부착(OEM)방식으로 납품해 미국 백악관에서도 사용되는 등 전세계 50여개국에 한국의 미를 전파하고 있다.
국내 도자기 시장은 93년까지 50여년간 행남자기의 독주 시대였다. 그 아성을 한국도자기는 당시로는 대단히 이례적인 공격적 마케팅 전략으로 깨뜨린 후 10년간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한국도자기는 ‘다이아몬드처럼 작지만 단단한 기업을 만들자’는 김동수 회장의 경영이념대로 부채비율 0%의 무차입 경영을 유지하고 있다. 또 어음을 발행하지 않고 철저히 현금 거래를 하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매출이 796억원으로 세계 5위권인 한국도자기는 2005년까지 세계 1위 위상을 확보한다는 포부를 다지고 있다.
박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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