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4차 이산 상봉이 이뤄진 금강산여관 1, 2층은 온통 울음바다로 변했다. 지척에 두고도 50여년 만에 극적으로 상봉한 이산가족들은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며 서로를 부둥켜 안고 회한을 달랬다.○…1967년 북으로 간 납북어부 최원모씨의 아내 김애란(79)할머니는 꿈에도 그리던 여동생 순실(67),덕실(58·아명 뽀또)씨를 만난 감격으로 남편의 소식을 자세히 묻지도 못했다.북측은 상봉전 남편 최씨가 생사불명이라고 생사 확인 결과를 전해 왔다.
애란씨는 "동생들은 날 알아 보는데 난 동생들을 몰라"라고 말하자 동생들은 이구동성으로 "틀리없이 동생"이라고 말했다.언니는 대답을 듣고도 "너희들 아버지가 누구내"고 몇번이고 묻고는 확인이 되자 "너희들이 내 동생이구나"라며 연신 눈물을 품쳤다.어릴 때 복동이로 불리다 뽀또라는 아명을 얻었다는 덕실씨는 "언니는 꼭 엄마 같다"며 언니의 주름진 손을 높지 못했다.
○…“아들아 이렇게 살아줘서 너무 고맙구나” 남측 상봉단중 최고령자인 권지은(88) 할머니는 막내 아들 이병립(62)씨의 얼굴을 연신 만지며 감격에 겨워 말을 잇지 못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7살 막내둥이만을 친가에 맡겨둔 후 월남한 권씨는 “평생 네가 눈에 밟혀 죄책감에 살아야 했다”며 눈물을 훔쳤다.
○…여송죽(78) 할머니는 남편 허창극씨가 쓴 편지를 북쪽의 시동생ㆍ조카들에게 전하고는 할 일을 다했다는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허씨는 편지를 통해 서울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전하고 북쪽 가족의 사연을 자세히 알려 달라고 당부했다. 여씨는 “상봉을 신청할 때 부부가 신청하면 기회가 2배 늘어난다고 해서 따로 신청했는데, 추첨 결과 할아버지는 떨어지고 나만 붙었지.
나야 시동생을 보는 것이고, 남편은 동생을 보는 것이라 이치로 따지면 남편이 가는 게 백번 나았지. 한적에 내 대신 남편을 보내 달라고 사정했지만 이미 북한에 명단이 통보되어 안된다고 하더라구”라고 사정을 설명했다.
○…"여보,내가 죄인이구려 죄인."반세기 동안 수절한 북의 아내 이영희(73)씨에게 남편 길영진(82)씨는 할말을 잃었다.길씨는 아내와 함께 상봉장에 온 창근(57)씨를 보면서 "고생했구려,창근이를 이만큼 키웠으니 할말이 없구려"라고 말했다.
부인은 "창근이는 색시도 있고 애도 있어요"라며 화제를 돌리고 남편을 위로했다.
○…단체 상봉 도중 남측 이세용 상봉단장과 환담을 나누던 북측 최창식 상봉단장은 최근의 최성홍 외교부장관 발언에 대해 가시돋친 말을 했다.그는 "6·15공동선언과 4·6공동보도문 이후 서로 협력을 강화해(남북관계를)원상복구하기로 돼 있는데 외교부 장관이 미국에 가서 우리를 자극하는 좋지 못한 발언을 했다"며 대북 강경책이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유도했다는 요지의 최장관 발언을 실은 워싱턴 포스트 기사에 언급했다.
이에 남측 김 단장은 "미국 신문이 잘못 보도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최 단장은 "장관 직분에서 이야기를 했으면 남측 당국을 대변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강산=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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