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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과 세상 / 시신기증 문화

입력
2002.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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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부터 서울 혜화동 국립서울과학관에서 ‘인체의 신비, 한국 순회전’이 열리고 있습니다.내년 3월 2일까지 열리는 이 순회전에는 200여 점의 인체 표본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실제 인체를 해부한 표본으로, 인체 내부의 여러 장기들을 자세히 관찰하고 직접 만져볼 수도 있지요.

전세계 11개 도시에서 순회 전시하는 15년 동안 850만 명이 관람했고 앞으로도 90여 개의 각국 도시가 전시를 기다리고 있다고 하니 가히 폭발적 반응이라고 할 수 있지요.

독일 카셀대학 조사에 따르면 관람자의 9%가 담배와 술을 줄였고, 25%가 체력 단련 운동을 시작했을 정도로 파급 효과도 컸습니다.

임신 8주 태아의 표본을 보고 충격을 받아 낙태반대 운동에 뛰어든 사람까지 생겨났다고 합니다.

이 같은 전시회를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은 실체 인체를 플라스틱 표본으로 제작하는 방법을 창안한 독일 하이델베르크대 군터 폰 하겐스 박사와, 자신의 몸을 기꺼이 내놓은 6,500여 명의 ‘이름없는 기증인’들 덕분이지요.

사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자신의 몸을 해부용으로 기증하는 것은 아주 흔한 일입니다.

과거 르네상스시대에 교황이 시신을 기증했을 정도이니까요. 현재 미국에서는 사망시 시신 기증 의사를 운전면허증에 표시할 정도이지요.

나아가 유교 문화권인 일본에서도 시신 기증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시신 기증에 대한 거부감이 큽니다.

그래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의대 해부학 수업에는 주로 무연고자의 시신을 이용했지요.

매장에서 화장으로 장묘문화가 바뀌고 있듯 의학 교육 발전을 위한 시신 기증 문화도 사회 전반으로 확산됐으면 합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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